“저희 회사는 사장이 따로 없습니다. 직원들 모두가 사장이자 종업원이라는 마음자세로 일하고 있습니다.”
광주·전남지역정보통신공사협회 소속 380여 회원사 가운데 유일하게 여성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그린정보시스템의 이숙희 사장(41)은 “제가 대표이사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지만 12명의 전직원이 사장과 동등한 자격과 책임을 갖는 소사장제로 운영된다”며 “이러한 회사 분위기가 중견업체로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고 강조했다.
공무원과 개인회사 회계담당을 거쳐 지난 87년 창업한 이 사장은 지역 업계에서는 딱부러진 기업가로 통한다. 당당한 말솜씨와 업무추진력은 어느 남성 CEO 못지 않다는 평을 받고 있다. 전화기 판매 등 가전대리점을 하는 남편(전무이사)과 함께 회사를 설립한 뒤 스스로 대표이사를 맡는 이유도 이러한 성격 때문이었다.
“엔지니어 출신인 남편이 현장을 직접 뛰어다니느라 제가 회사안에서 모든 일을 처리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타고 난 성격대로 세밀하고 주도면밀하게 온갖 일을 처리하다 보니 노하우도 많이 생기더군요.”
현재 도급한도 10억원의 시공능력을 가진 회사로 성장시키고 광전용회선 전송시설을 비롯, 재해상황자동음성통보시스템 설치 등 올해도 10여건의 정보통신 공사를 활발하게 시행하고 있는 이 사장은 “처음에는 많은 어려움도 있었지만 큰 욕심을 부리지 않고 성실하게 일해온 덕분에 지금까지 회사를 순조롭게 운영해 왔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사장은 여성 CEO로서 느끼는 사회적 편견과 문제점도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사 운영자금이 필요해 대출을 신청하면 은행직원이 한결같이 묻는 말이 ‘남편은 뭐 하는 사람이냐’였습니다. 남자들이 대출을 신청하면 ‘아내는 뭐하는 사람이냐’고 묻는 경우는 없잖아요. 여성이 기업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현실입니다.”
이와함께 이 사장은 앞으로 생겨날 지역 여성 CEO에 대한 충고도 빼놓지 않았다.
“여성들 스스로 ‘남자들을 꼭 이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자기관리를 못하고 ‘여자니까’하는 자세로 회사를 운영하다 보면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남자 위주의 경쟁에서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다 보면 낭패를 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당하게, 그러면서도 여성 특유의 장점인 세심함을 내세운다면 성공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 사장은 “지금은 여성 CEO들이 크게 늘어났고 정부차원에서도 많은 지원과 배려를 하고 있지만 여성 스스로 트레이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부족하다”며 “무작정 여성에 대한 특혜보다는 똑같은 출발선상에서 시작할 수 있고 경쟁할 수 있는 풍토조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70여명의 지역 여성상공인들로 구성된 광주여자청년회의소 회장을 역임하고 있는 이 사장은 “회원들이 지도력을 키울 수 있는 다양한 훈련과 교육을 실시하고 지역 IT산업이 포화상태에 달한 만큼 중국 등 해외진출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