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칫 안일하게 현실에 안주할 수 있는 학계를 떠나 스스로 미래를 개척하고 도전하는 삶을 살고 싶었습니다.”
TV시청률 조사업계에서 독보적인 자리를 지키고 있는 TNS미디어(http://www.tnsmk.com) 민병숙 사장(43)의 명함에는 ‘대표이사’와 함께 ‘매스커뮤니케이션 박사’라는 칭호가 나란히 새겨져 있다.
단지 방송정책 연구가 좋아서 11년 동안 단 3번 한국땅을 밟으며 마친 유학생활에다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 연구위원으로 보낸 6년을 생각하면 그녀에게는 사장보다는 박사라는 호칭이 더 어울릴지 모른다.
하지만 민 사장은 남보다 먼저 내일을 개척해보고 싶다는 일념으로 98년 시청률조사 전문업체 TNS미디어를 설립했다. 지금은 지상파 채널은 물론 케이블TV 업계에서도 시청률하면 TNS를 떠올리지만 설립초기에는 사업을 시작한다는 것이 만만치만은 않았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에다 술을 전혀 못하는 그녀인지라 흔히 말하는 ‘영업’이 부담스러웠던 까닭이다. 민 사장이 오늘날의 TNS를 일궈낸 것은 이같은 난제들을 그녀 특유의 정공법으로 헤쳐나갔기 때문이다.
“한번 말한 것은 반드시 지키고 접대보다는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했던 원칙이 신뢰감 형성의 비결”이라는 민 사장은 때로 ‘악바리같다’는 소리도 많이 듣는다.
새벽 4시 20분에 일어나 새벽기도를 다녀오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그녀는 밤 9시 이후 프로그램 모니터링을 위해 TV 앞에 앉을 때까지 그야말로 쉼없이 움직인다. 모자라는 시간을 쪼개다보니 평소 자주 이용하는 지하철 안에서도 서류를 챙기는 손이 바쁘다.
직원들에 대한 관심 역시 각별하다. 50명 남짓 되는 직원들의 튀는 셔츠 색깔부터 집안 경조사까지 그녀가 모르고 지나치는 일은 없다.
“직원들보다 업무량이 더 많고 확인할 있이 있으면 이른 새벽에도 직원들에게 전화를 건다”는 민 사장은 가끔 그녀의 간섭(?)을 버거워하는 직원들도 있는 것 같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그녀의 이같은 꼼꼼함과 관심이 있었기에 오늘의 TNS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는 게 직원들의 대답이다.
주말마다 평소 시간을 자주 못내는 아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강아지와 산책을 나가는 짤막한 여유들도 사업을 안정적으로 꾸려나가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
민 사장은 위성방송이 본격 출범하고 채널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올해부터 내년까지를 TNS의 제2 도약의 시기로 보고 있다.
99년, 서울지역에만 한정돼 있던 시청률 조사범위를 전국으로 확대했던 것이 회사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면 이제부터는 더 많은 채널 유치로 성장을 견인하겠다는 것이 그녀의 포부다.
현재 TNS에 조사를 의뢰하는 케이블TV 채널들이 점점 늘어나 이같은 기대는 현실화되고 있다.
“경기침체로 하반기에 TV광고시장은 축소되겠지만 신규 채널 및 매체의 등장으로 시청률조사시장의 전망은 밝다”는 그녀는 지난해 18억원의 매출을 올린 데 이어 올해는 20억원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초등학교 미술시간에 몸은 가늘고 손·발·머리는 큰 자화상을 그렸던 것이 생각납니다. 아마 많이 생각하고 열심히 움직이면서 큰 일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아툰즈(http://www.atoonz.com)를 운영하는 이진희 사장(34)은 어릴 적 꿈처럼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업계에서 능력있고 당찬 CEO로 인정받고 있다.
회사를 차린 지 이제 막 2년을 넘겼지만 직접 제작한 플래시 애니메이션 ‘우당탕탕 재동이네’가 최근 EBS에 정규 편성되는 등 빠른 성과를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신문사 기자, 투니버스 PD 등 쉽게 들어가기 힘든 안정적인 직장을 박차고 나와 지난해 아툰즈를 직접 설립한 이래 이 사장 특유의 추진력과 자신감은 회사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91년 당시 서울신문사 기자 면접 전날, 신문사에 전화를 걸어 “나같은 인재를 놓치면 후회한다”고 했을 정도로 배짱이 두둑한 그녀였기에 ‘우당탕탕 재동이네’ 프로젝트의 성공도 가능했다.
개업후 2개월만에 하나로통신과 제휴를 맺고 진행한 이 프로젝트는 플래시 애니메이션 부문에서 B2B로 투자를 받아 공동 제작된 첫 사례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더욱이 인터넷을 주무대로 각광받아온 플래시 애니메이션을 지상파 방송사에서 처음으로 빛을 보게 만들었다는 점도 아툰즈에는 큰 경사였다.
이 사장은 ‘우당탕탕…’의 성공에 힘입어 후속작인 ‘재동이와 쫑이’를 제작해 소년조선일보에 서비스중이며 2차 B2B 사업인 ‘아기동물 밴드 베베스’ 캐릭터사업도 추진할 예정이다.
영어교육 오프라인 사업자인 하버드엔터테인먼트와 공동 추진하는 ‘엘프 잉글리시 영어교육 사업’도 올해 프랜차이즈 사업 본격화를 통해 수익확대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사장은 이처럼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기반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할 수 있는 비결이 그녀가 보유한 애니메이션 및 방송 프로그램 제작 노하우를 적절히 결합시킨 덕분이라고 고백한다.
애니메이션 전문채널인 투니버스에 재직하는 5년 동안 각종 애니메이션 제작은 물론 애니메이션 및 출판만화 전문 사이트 ‘아이팝(EYEPOP)’을 공동 기획·제작했던 경험들이 사업을 꾸려나가는 데 소중한 버팀목이 되고 있는 것.
이 사장은 이같은 역량을 모아 2003년까지 청소년 및 성인으로 콘텐츠 제공 타깃을 확대해 종합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제작사로 발돋움하겠다는 포부를 조심스럽게 피력했다.
이미 디지틀조선일보, 케이블 음악채널 등에서 선보이고 있는 청소년 대상 애니메이션 및 뮤직비디오 등이 호응을 얻고 있어 그리 먼 얘기만은 아니다.
“투자자가 투기가 아닌 장기적 안목에서의 투자를 전제로 작은 회사에 눈을 돌려야 할 때인 것 같다”는 그녀는 ‘Ace+Cartoons’를 의미한다는 회사명처럼 애니메이션업계의 최고봉이 될 날이 머지않았음을 자신하고 있다.
◆국내 애니메이션 제작 1세대인 나이트스톰미디어 최안희 사장.
만화가로 시작해 애니메이터를 거쳐 최고경영자의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로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산업의 산 증인이기도하다. 지난해 2월 설립된 나이트스톰미디어는 현재 애니메이션·캐릭터·위성방송 등 3개 부문을 주력사업으로 키우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성장했다.
나이트스톰미디어의 이같은 성공에는 최안희 사장의 풍부하면서도 오래된 실무경험과 독특한 경영전략에서 비롯됐다.
‘애니메이션’이라는 용어마저 생소했던 지난 60년대 ‘최수정’이라는 예명으로 ‘춤추는 나라’ ‘꼭지 꼭지’등 을 발표하면서 최 사장은 이 분야에 첫발을 들였다.
이어 73년 애니메이션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일본으로부터 하청을 받아 제작하면서 애니메이터의 길로 선회한다.
“지난 70년대 초는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사로부터 국내 하청물량이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애니메이션이 산업화되는 시점이었다”는 최 사장은 “애니메이션이 고부가가치를 낳을 미래산업임을 직감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애니메이션을 문화산업으로 인정하지 않는 등 분위기가 조성돼 있지 않았다. 애니메이션의 창작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그녀의 투쟁과 헌신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81년 세영동화를 설립하면서 경영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 최 사장은 ‘까치’ ‘독고탁’ ‘2020원더키디’ ‘은비까비의 전래동화’ 등 우선 만화영화시장 개척을 통해 꿈을 실현해 나갔다.
당시 발표한 작품은 ‘동화나라 ABC’를 비롯해 인성과 예절, 문자, 역사 등을 가르칠 수 있는 작품이 주류를 이뤘다.
하지만 93년 정권이 바뀌고 사업협력사인 KBS와 맺었던 모든 계획이 무효가 되면서 지금까지 이룬 노력은 물거품이 됐다. “열악한 환경에서 개인이 애니메이션사업을 추진하기에는 너무나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첫번째 닥친 크나큰 시련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습니다.”
결국 디지털세영을 설립하면서 재기에 나선 최 사장은 젠엔터테인먼트, 미국 사반엔엔터테인먼트 등이 공동 투자해 설립한 나이스스톰미디어의 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른다.
지난해 설립한 나이스톰미디어는 2년만에 축구 애니메이션 ‘킥오프 2000’의 제작발표에 이어 최근 일본 NHK는 물론 KBS와 작품을 방영하기로 합의를 이끌어냈다.
최 사장은 중국 CCTV와 애니메이션을 공동 제작하기로 합의하고 구체적인 실무협상에 들어갔으며 상하이 모업체와도 공동으로 캐릭터사업 추진을 모색하고 있다. 또한 자회사 형태로 위성방송 등 종합엔터테인먼트사업도 추진하기로 했다.
최 사장은 실무에 능한 최고경영자 이전에 여행을 즐기고 주말에 인터넷 서핑을 즐기는 평범한 여성이다.
성경을 추천도서로 여길 만큼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기도 한 그녀는 ‘믿음과 책임’을 가장 중요한 경영철학으로 삼고 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