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미희 사이버디스티 사장
‘여성과 반도체’.
어찌보면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화인 듯 하지만 오프라인에서 온라인까지 19년간 오로지 반도체란 한 우물을 판 여성CEO가 있다. 반도체 전문 B2B업체인 ‘사이버디스티(http://www.cyberdisty.com)’ 홍미희 사장(39)이 바로 그 주인공.
83년 텍사스인스트루먼츠코리아를 시작으로 내쇼널세미컨덕터코리아, 모토로라코리아, 석영전자에 이르기까지 유수의 반도체 제조 및 유통업체의 영업관리, 구매·마케팅을 두루 섭렵한 홍 사장은 지난 99년 그간의 경험을 살려 사이버디스티를 창업, 국내 여성CEO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사이버디스티는 B2B 및 포털사이트 중 창조성, 세심함, 정보가공력에 있어 아주 뛰어나다는 평가다. ‘강산이 두번 바뀌는 동안 경험한 전문지식과 반도체 B2B의 비전, 의욕을 여성적인 섬세함으로 사업화하자’는 그녀의 창업정신은 특정 반도체에 대한 강력한 수배력, 신속한 견적, 가격경쟁력에 반영돼 최근 어려움에 봉착한 업계의 귀감이 되고 있다.
창업 당시 자금운용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투자를 받아서 회사를 만들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자생력을 길러 기업가치를 높이면 투자는 자연히 따라온다는 원칙을 중시한 것. 홍 사장의 이러한 신념은 자본금 5000만원으로 시작한 사이버디스티를 지난해 연매출 17억원, 올 예상매출 50억원 규모로까지 성장시키는 원천이 됐다.
현재 이 회사는 재고조회 데이터베이스(DB) 40만 제품, 카탈로그 12군 1000여 제품, 업체 정보 1만1000여 기업에 달한다. 사이트 회원수 역시 개인 1만2281명, 기업 8910개사로 성황을 보이고 있다.
65세까지는 여성기업인으로 남고 싶다는 이 여장부는 전자정보기술인클럽 이사 등을 맡고 있으며 서울대 공대에서 산업전략을 연구하는 학구파이기도 하다.
<명승욱기자 swmay@etnews.co.kr>
◆임은순 유니실버 사장
IT분야 여성CEO 하면 먼저 떠오르는 인식은 젊다는 거다. 젊음은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해 벤처정신으로 무장한 여성과 만나 새로운 기업문화를 창조하고 있다. 유니실버(http://www.unisilver.co.kr) 임은순 사장(47)은 우선 이런 보편적 시각에서 봐도 독특하다. 불혹을 한참 넘어 50을 바라보는 나이에 사업을 시작했다는 점도 그렇거니와 승부수도 IT보다는 전공분야인 간호학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77년 연세대 간호학과를 마치고 5년 정도 병원 및 연구강사로 사회생활을 하던 임 사장은 가족과 오랜 미국 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96년, 우연히 노인관련 시설에서 근무한 것이 계기가 돼 창업했다. 인간의 수명이 길어지면서 노인 문제는 ‘실버사업’이라는 사업 영역이 만들어질 정도로 모든 국가에 새로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고 온라인도 예외가 아닌 때다.
유니텔 강세호 사장 ‘덕’도 있다. 노인관리 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우리 사회에서 온·오프라인을 기반으로 한 실버사업 모델이 ‘유니텔벤처패밀리’의 자격을 얻게 된 것이다.
초기 자본금 18억1000만원으로 지난해 6월 설립된 유니실버는 올해 서울 양재동에 ‘실버릿지’라는 이름의 오프라인 센터를 개원했다. 20여명의 수용 시설에 노인들이 꽉 찬 것은 오래 전이다. 온라인에서는 주로 건강과 관련된 노인 제품을 파는 쇼핑몰과 정보를 제공하는 포털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엔 노인관련 제품의 80% 이상이 수입품이라는 점에 착안, 중소기업과 공동으로 자체 브랜드 상품을 개발중이다. 또 분당에 제2센터 건립을 착수했으며, 수원에는 치매노인만 따로 모실 수 있는 3센터를 추진중이다.
“노인중매나 장례 같은 영역도 있지만 건강 분야에만 주력하겠다”는 임 사장은 “2003년경 노인들이 맘 놓고 쉴 수 있는 공원(실버랜드)을 설립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
◆최윤정 애니통 사장
“애니메이션계에 있어 치밀한 머천다이징(merchandising)은 사업성공의 관건입니다. 물론 최근의 머천다이징 초점은 B2B라 할 수 있죠.”
플래시 애니메이션업체 애니통을 이끄는 최윤정 사장(32)은 업계 B2B통이다. 최 사장은 최근의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은 창작과 더불어 B2C시장을 확보한 업체들과 B2B를 통해 기획과 배급, 상품판매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말한다. 작품상영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국내 애니메이션업체인 씨네픽스의 작품 ‘큐빅스’가 올린 1300만달러 이상의 매출은 이런 B2B 관계를 통해 가능했다는 주장이다.
B2B 추진에 대한 그녀의 열정은 지난해 B2B시범사업에서 드러났다. 회의적인 반응 일색인 업계를 돌아다니며 필요성을 역설하고 산자부 관련부서 국장과도 열띤 논쟁을 펼쳤다. 결과는 시범사업 탈락이었지만 그녀의 B2B에 대한 관심은 업계 최초의 사업화로 이어지고 있다.
애니통은 국내 교육업체와 전자책업체의 수주를 통해 모듈화, 공정화 프로세스 및 데이터베이스(DB) 작업을 진행하며서 경쟁력 있는 가격과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또 B2C시장을 가진 세계적 교육출판업체의 출판물을 멀티미디어 교육교재 및 게임 등으로 제작하고 있다. 향후 가격표준화와 e카탈로그 등을 구축해 수요처와 제작업체를 연결하는 B2B장을 만들겠다는 것이 최 사장의 포부다.
최 사장은 EBS, SBS 등의 방송작가를 거쳐 문화관광부 애니메이션 아카데미 1기를 수료했다. 지난해에는 주식관련 플래시 애니메이션 시리즈인 ‘청학동 주식인’, EBS의 ‘방귀대장 뿡뿡이’를 만들어 주목을 받았다. KBS의 ‘혼자서도 잘해요’와 ‘TV유치원’의 오프닝 및 타이틀도 제작했다.
방송 및 만화 스토리작가도 겸하고 있는 박 사장의 사업관은 ‘사업은 무엇을 가지고 하느냐가 아니다. 어떻게 하는냐’라고 한다. 애니통의 올 예상매출액은 10억원이다.
<명승욱기자 swmay@etnews.co.kr>
◆박경애 코아링크 사장
2000년 한국전자상거래 대상 EC서비스 부문 우수상에 빛나는 호텔전문 e마켓플레이스 ‘코아링크 (http://www.corelink.co.kr)’. 이 회사 박경애 사장(44)은 국내 호텔업계 e비즈니스화의 깃발을 올린 여성 벤처인으로 통한다.
닷컴기업 붐이 채 일기 전인 지난 98년 기업간(B2B) 전자상거래가 바로 디지털혁명의 핵심이라는 신념하에 설립된 코아링크는 현재 국내 호텔업계의 e비즈를 선도하는 B2B 대표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80년 이화여대 수학과를 졸업한 박 사장은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 전산센터에서 2년간의 연구활동을 거쳐 87년부터 14년간 스위스그랜드, 르네상스, 리츠칼튼 등 국내 굴지의 특급호텔 전산실장, IT디렉터로 활약했다. 그녀의 창업 동기는 호텔 업무부서 가운데 수많은 종류의 물품을 취급하는 구매부서의 비효율적인 업무행태를 타파하고 효과적인 구매·조달업무의 실현을 위해서였다.
코아링크의 e프로큐어먼트 시스템인 ‘코아밴’은 98년 개발 이래 호텔 구매와 관련된 각종 수·발주 업무를 인터넷상에서 지원하고 상품 및 업체정보, e카탈로그, 공동구매, 공개입찰, 경매 및 역경매를 통해 호텔 경비절감에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다. 현재 이 시스템에는 10개의 특급호텔과 다수의 1·2급 호텔들이 가입, 월 약 138억원의 구매를 실시하고 있으며 물품 공급업체만도 3000여개에 달한다. 특히 올해들어 호텔업계 e비즈가 물꼬를 트면서 코아링크의 시스템 도입을 검토하는 호텔들이 급증하고 있다.
박 사장의 일 욕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은다. 지난해 초 메디슨과 합작설립한 메디링스를 통해 병원 및 급식업체들의 인터넷 구매조달 시스템 지원사업에도 나섰다.
B2B e마켓플레이스협의회 부회장, 한국IT여성기업인협회 부위원장 등으로 사회참여에도 적극적인 면모를 보이고 있다.
<명승욱기자 swmay@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