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서비스(web services)가 소프트웨어(SW) 산업의 지형을 바꾸는 포스트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웹서비스는 단말기 종류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웹에 접속해 최적화, 개인화된 서비스를 구현한다는 개념으로 기존 SW산업 질서를 재편하는 혁신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웹서비스가 일반화되면 각 단말기별로 필요한 SW를 구매, 설치할 필요없이 언제 어디서나 어떤 장비에서도 일관된 내용의 웹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따라서 ‘판매-구매’라는 단선적인 사이클을 가진 상품으로서의 SW는 사라지고 ‘상시 제공-수시 이용’의 순환체인을 갖는 서비스로서의 SW모델만이 남게 돼 기존 SW산업 시스템에 일대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MS, 선, IBM, 오라클, HP 등 세계 굴지의 IT업체들도 이 같은 웹서비스의 혁명성을 간파하고 주도권 선점을 위한 전략 수립 및 솔루션 개발에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 웹서비스, 표준기술의 혁명=물론 웹서비스 개념 자체가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2∼3년 전부터 온라인 애플리케이션 임대(ASP), 애플리케이션 호스팅으로 불리는 서비스에서 개인 정보관리, 전자우편 등 개인을 겨냥한 부문에서 그룹웨어, ERP, CRM, B2B 등 기업 업무용 SW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HP e스피크와 같이 IBM, MS, 오라클 등에서도 이미 수년전부터 서비스로서의 SW를 표방하며 전략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기존 모델은 그 효용성이나 쓰임새가 넓지 못했다는 점에서 반쪽짜리 혹은 1세대 웹서비스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인터넷 표준기술이 성숙하지 못한 상태에서 등장했기 때문에 확장 가능성이 제한적이며 그만큼 한계도 뚜렷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XML, SOAP, WSDL, UDDI 등 메시징 프로토콜, 표현언어, 디렉터리 기술에 이르기까지 웹관련 표준기술들이 대거 출현하면서 전면적인 웹서비스 모델 구현이 급류를 타고 있는 것이다. 이들 기술을 이용해 개발된 SW는 특정 플랫폼에 종속되지 않고 어떤 플랫폼에서나 일관된 서비스가 가능하게 된다.
◇ 무엇이 달라지나=웹서비스는 사용자, 개발자, 서비스 업체 등에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사용자들은 자신이 어떤 단말기를 갖고 있든 원하는 서비스에 자유롭게 접속하고 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 제품을 구매하는 대신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서비스를 받으면 그만이다. 가령 인터넷 캘린더 서비스와 지도 서비스의 연동으로 자동차가 일정에 따라 다음 목적지 정보를 얻거나 교통 상황이나 공사 구간 등의 도로사정에 따라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또 여행 관련 서비스와 항공 서비스가 연동되면 현재 탑승한 비행기가 정시에 도착하지 않을 경우 다음 비행편이나 호텔, 식당, 렌터카 등 예약이 자동변경되는 것도 가능하다. MS, 선 등이 각각 헤일스톰, 적스터 등의 개인대상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는 것을 비롯해 각종 웹서비스 플랫폼 기술을 이용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3의 업체들도 다수 출현할 전망이다.
개발자들은 웹서비스에 최적화된 개발 환경을 통해 플랫폼 독립적인 서비스형 SW를 개발할 수 있게 된다. 개발자들은 지금처럼 플랫폼마다 각각 별도의 SW를 개발, 배포하는 것이 아니라 한번만 개발하면 어떤 플랫폼에서든 적용할 수 있게 된다. 자바의 출현으로 한번 쓰고 어디에서든 구동한다(write once, run anyware)라는 개념이 등장하기는 했으나 자바 자체가 선에서 만들어낸 기술인데다 MS 등의 비협조로 인해 범용적인 인터넷 표준기술로는 자리잡지 못했다. 최근에는 서비스 지향 애플리케이션 개발(SODA) 개념이 등장해 개발분야의 웹서비스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밖에 ASP 등 기존 서비스 업체들은 웹서비스를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SW산업에 일어날 변화=가트너그룹은 웹서비스 시대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할 경우 경쟁에서 도태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웹서비스 모델은 기업의 인프라스트럭처를 표준기술에 기반한 플랫폼으로 바꾸는 작업에서부터 SW구매 및 판매방식에 대한 새로운 정책을 수립하는 문제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시장의 질서나 업체간 판도가 웹서비스에서 재편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우선 SW유통 모델이 바뀌는 만큼 SW를 판매하고 설치하는 기존 오프라인 공급업체들의 입지가 줄어든다. 따라서 마케팅이나 프로모션 방식에도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또 웹서비스가 일반화되면 그 동안 이기종 시스템간 연동을 위해 사용된 게이트웨이, 커넥터 등 많은 중개(brokerage) 기술이 다른 형태로 모습을 바꾸게 될 것이다.
뿐만아니라 어떤 개발언어, 어떤 툴을 쓰느냐의 문제는 점점 중요하지 않게 되는 반면 플랫폼이나 아키텍처, 프레임워크 기술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될 것이다. 또 열린 웹상에서의 서비스이므로 보안문제가 더욱 중요한 사안으로 등장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SW컴포넌트가 가속화할 것이다. 서비스 모델은 수시로 업그레이드되고 최적화돼야하기 때문에 컴포넌트가 아니면 시장 즉시성(time-to-market)을 구현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SW업계의 재편이 점쳐진다. 웹서비스를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솔루션 벤더는 영향력을 유지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업체는 힘들어진다. MS는 자사가 데스크톱 시장에서 갖고 있는 막강한 영향력을 웹서비스 분야에서도 고스란히 행사하기 위해 닷넷 전략에 필사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오라클이나 IBM도 모든 SW제품을 웹서비스에 적합한 모델로 바꿔나가고 있다.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