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산업의 업종 백화점을 거느리고 있는 삼성물산은 자사 건설부문 연간 매출의 23%에 해당하는 1조원 가량을 e비즈니스로부터 얻고 있다. 수년간 전사적인 차원에서 e비즈니스 투자나 조직개편 같은 발빠른 대응을 해 온 덕분이다. 지난 98년 사이버서비스를 첫 개통해 경쟁사보다 먼저 e비즈니스에 발을 담갔던 대신증권은 지금 전체 실적 가운데 90%에 육박하는 규모를 온라인이 담당하고 있다. 대기업만이 아니다. 가구업계 선두업체인 한샘은 최근 전사적자원관리(ERP)를 필두로 한 경영혁신(PI) 프로그램을 통해 시공기간을 종전 3개월에서 2주로 크게 줄였다.
본지와 한국전산원·삼일회계법인·KRG가 공동주관한 이번 조사는 여전히 막연한 기대감과 총론 수준에 머물러있는 듯 여겨졌던 전통산업과 e비즈니스의 접목효과가 최근 들어 점차 가시권에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이번 조사에서 e비즈니스 추진효과를 긍정적으로 답한 96개 기업은 내부 생산성 향상은 물론 기존 거래처·고객과의 관계에서도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내고 있다. e비즈니스의 효과는 단지 시기와 방법론의 문제일 뿐, 당초 예상했던 성과물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는 점에서 최근 경기상황에 따른 회의론을 불식시키기에 충분하다.
본지를 비롯한 4개 기관은 이번 조사의 취지를 ‘이제는 리얼 e비즈니스’라고 명명함으로써, 현 e비즈니스 발전단계에서 새로운 실천전략을 도출하고자 했다. 종전 상당수 전통기업이 단지 유행에 편승하거나 단기 자본이득의 관점에서 접근했던 e비즈니스가 최근 들어 원래의 목적에 부합한 실효를 거두고 있다는 점이 우선적인 근거다. 또한 이 가운데 선진기업의 모범사례를 상세히 분석, 기업현장에 광범위하게 확산·전파해야 한다는 점도 지금 ‘리얼 e비즈니스’를 강조하고 있는 이유다.
◇조사결과=이번 조사에서 가장 주목할 대목은 조사대상 1500개 기업 가운데 122개가 e비즈니스 추진의 실효를 경험하고 있다는 응답이다. 122개 기업 중 두드러진 성과라고 답한 곳은 96개. 이번 조사가 e비즈니스를 추진한 기업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10군데 중 1개꼴로 벌써부터 효과를 보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결과다.
이들 96개 기업의 특징을 상세 분석한 결과는 국내 e비즈니스의 현주소를 뚜렷하게 드러낸다. 우선 96개 기업의 매출액 대비 e비즈니스 투입예산은 평균 2.26%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금융업종이 4.45%로 가장 높았고, 제조 0.95%, 유통·서비스 0.37%로 각각 나타났다. 특히 제조업종의 경우 지난해 같은 시기 본지와 KRG가 공동 실시한 ‘제조업 e비즈니스 지수조사’와 비교할 때 무려 2배 가까운 수준으로 늘어나 1년새 제조업체들의 적극적인 추진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 기업의 e비즈니스 인력투입 비율 또한 전체 인력대비 4.01%로 나타나, 100명당 평균 4명꼴로 전담직원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투입 예산·인원 등 기업들의 투자측면에서 e비즈니스는 여전히 전략적인 대상인 셈이다.
e비즈니스 추진배경은 ‘생산성 제고를 통한 비용절감(69%)’ ‘신규 수익창출(25%)’을 각각 꼽아 대체적인 공감대를 이루고 있었다. 추진형태도 내부 인력(8%) 또는 전적으로 외부 전문기관(8%)에 의존하기보다는 외부 전문기관과 공조체제(84%)를 이용하는 사례가 절대다수를 차지했다. e비즈니스 전문역량을 기업 내부사정에 걸맞게 투입하기 위해서다. 다만 구체적인 e비즈니스 추진내용은 기업별로 차별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새로운 고객채널개선 정보시스템 구축에 주력한다는 응답이 40%로 가장 많았고, 28.9%는 기존 업무프로세스(레거시) 환경을 e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하는 데, 26.7%는 SCM 및 가치망 개선에 각각 역점을 둔다고 답했다. 업종이나 기업이 처한 상황에 따라 e비즈니스 추진 내용 그 목적도 다양하다는 결과다.
한편 이번 조사의 핵심 내용인 매출기여도나 비용절감 등 성과 측면의 분석은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대목이다. 우선 대다수 기업들의 e비즈니스 추진역사가 불과 몇년에 그치는 데다, 이번 조사의 응답자들은 해당 실무직원이라는 점에서 e비즈니스 효과에 대해서는 조심스런 판단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KRG 최재훈 연구원은 “원래 e비즈니스의 목적이 장기적인 기업경영 활동의 혁신을 추구한다는 취지므로 당장의 계량화된 효익에 너무 매몰될 필요는 없다”면서 “다만 e비즈니스가 도입·발전되는 현 단계에서는 의미있는 변화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e비즈니스 성과측정·평가체계가 없다는 점도 ‘성과’ 중심의 논의를 답보상태에 머물게 하는 요인이다. 현재로선 해당 기업의 주관적인 판단에 철저히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형국인 것이다. 한국전산원 정병주 연구원은 “기업마다 추진배경이나 경영목표와의 관계, 내용·범위
·전략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공통된 평가틀을 도출하는 작업은 시간을 두고 진행돼야 할 것”이라며 “다만 지금으로선 해당 기업의 자체적인 판단도 의미를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사 배경 및 개요=‘원론은 공감하지만 각론이 없다.’ ‘이것저것 투자는 많이 하고 벌여놓은 것도 다수 있지만 제대로 되는 게 없다.’ 요즘 세간에 회의론이 불거지고 있는 국내 e비즈니스 환경의 단면이다. 국내에서 e비즈니스가 거론된 것은 지난 IMF 이후 새로운 기업 생존전략으로 그 필요성이 국가 전반에 확산되면서부터. 하지만 그동안 국내 오프라인 기업들의 e비즈니스 추진행태는 다분히 패션적 경향에, 단기 성과에 급급했던 게 사실이다. 원칙과 대세에는 공감하지만 요즘처럼 어려운 시기에 e비즈니스는 단지 ‘선택과목’일 뿐이라는 상당수 기업의 반응은 그래서 더욱 부각되고 있는 현실이다.
본지와 한국전산원·삼일회계법인·KRG의 이번 조사는 국내 기업들의 e비즈니스 현주소를 면밀히 검토함으로써 극단적인 환상이나 부정을 막고 현장의 구체적인 실천전략을 도출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제는 리얼 e비즈니스다’를 기치로 주요 선도기업들의 성과를 집중 분석, 이를 전파하고자 한 것도 이같은 취지에서다. 이번 조사가 초기 인식 확산단계에서 발전을 모색하고 있는 국내 e비즈니스 환경에 새로운 활성화의 단초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받는 이유기도 하다.
이번 조사는 지난 8월 1일부터 9월 8일까지 5주간에 걸쳐 1500개의 제조·금융·유통·서비스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전화·방문조사에 의해 이뤄졌다. 이 가운데 e비즈니스 추진 성과가 있었다고 답한 122개 기업, 특히 두드러진 효용을 경험중이라는 96개 기업이 집중 분석 대상이었다. 결실을 맺고 있다는 96개 기업 중 제조업종이 51.5%로 가장 많았고, 금융과 유통·서비스 업종은 각각 비슷한 분포였다. 매출규모에서는 1000억∼5000억원 기업이 40.2%, 1000억원 이하가 31.7%, 5000억원 이상이 28.1%로 각각 효과를 보고 있다고 답했다. 설문조사는 총 30여개 항목에 걸쳐 e비즈니스 추진 성과의 구체적인 내용과 특징에 대해 집중됐다. 고객만족도 향상, 고객증가, 조직 및 업무프로세스 변화, 비용절감 및 수익창출 등 e비즈니스 성과내용을 비롯해 성과측정, 인프라 통합, e비즈니스 조
직구성 및 교육 등 성과 요인들이 주된 조사내용이었다.
◇전망=96개 선도기업의 내년도 e비즈니스 예산 증가율은 16.7%로 나타났다.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는 조짐이지만 실제로 e비즈니스가 기업현장에서 기대이상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업종별로는 유통·서비스 부문 증가율이 24.6%로 가장 높았고, 제조 16.3%, 금융 14.9% 등으로 결코 적지 않은 투자를 이어갈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이번 조사 결과 주요 기업들은 점차 e비즈니스의 효용성을 직접 경험하면서 투자에 대한 확신을 갖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조사에서 가장 높은 예산투입 의지를 보였던 금융권은 최근 증시침체 및 구조조정의 여파로 내년도 투자를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조사의 응답기업은 앞으로 단기간내 e비즈니스를 통해 신규 수익창출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또한 내다봤다. 조사결과 이미 수익효과를 내고 있다는 기업을 포함, 1년내 가시적인 결실을 가져올 것이라는 응답이 전체 96개의 63%인 51개 기업에 해당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체의 57%가, 유통·서비스업체들은 50%, 금융회사는 70% 정도가 각각 1년내 수익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e비즈니스로 수익을 내려면 오는 2005년 이후, 즉 4년 이상 걸릴 것이라는 답은 14.8%에 그쳐 대다수 기업들은 조만간 눈앞의 성과를 기대하고 있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