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산실, 대학 정보통신 창업지원센터’
서울대와 고려대·한양대 등 전국 28개 대학에 마련된 정보통신 창업지원센터에는 설립 1∼2년차의 300여개 신생 벤처기업이 성공신화 창조를 위해 꿈을 다지고 있다.
대학이 보유한 전문인력과 여유공간을 활용해 IT분야의 창의적 아이디어와 신기술을 조기에 사업화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는 정보통신 창업지원센터에도 지난 2∼3년간 여성 CEO들이 조용하지만 꾸준하게 입성했다.
탄탄한 실력과 노하우를 토대로 창업을 결심하지만 각종 문제에 부닥쳐 꿈을 제대로 펼치기도 전에 좌절하는 여성들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창업지원센터는 여성 최고경영자에게 새로운 희망으로 다가온다. 경영·기술·법률·특허 등 기업운영에 필요한 각종 문제에 대한 자문 및 지원을 통해 여성이 혼자 힘으로 감내하기 어려운 문제들을 창업지원센터 입주로 해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각 대학의 창업지원센터내 입주기업 가운데 여성 CEO가 이끄는 기업은 10%에도 못미칠 정도로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여성 CEO 기업 가운데는 신선한 감각에서 비롯된 참신한 아이디어와 탄탄한 기술력을 기반으로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도 적지 않다. 이들 기업은 알토란같은 매출로 남성 CEO가 이끄는 기업들의 부러움을 독차지할 정도다.
창업지원센터에 입주한 여성 CEO들은 직장생활에서 축적한 기술력과 노하우를 기반으로 창업한 엔지니어 출신부터 대학재학 중 반짝이는 아이디어 하나만을 무기로 창업한 이공계 여대생, 전업주부에서 최고경영자로 변신한 사람 등 다양한 계층과 연령을 아우르고 있다. 그만큼 창업지원센터는 여성 CEO들에게 문호를 활짝 열어 제치고 있는 것이다.
온갖 시행착오와 난관을 극복하고 창업 2∼3년만에 신생 벤처기업을 반석위에 올려놓은 것으로 평가받는 창업지원센터 여성 CEO들은 성공이라는 목표에 대한 강한 집념과 성공을 위해 온몸을 던지겠다는 남다른 각오를 공통분모로 하고 있다.
전국 대학 창업지원센터 입주기업 여성 CEO 가운데 인터넷비즈니스분야 차세대 주자로 주목받는 이들을 살펴본다.
◆이승희 오앤엠솔루션 사장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해보자.’
고려대 정보통신 창업지원센터의 인터넷 콘텐츠 전문 오앤엠솔루션(http://www.onmsolution.com) 이승희 사장이 밝힌 창업 계기다. 창업 2년째인 이 사장은 사업경험 부재와 빈약한 자본으로 인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목표에는 조금도 흔들림이 없었다. 인터넷 콘텐츠 가운데 특히 마음을 사로잡은 분야는 게임분야. 그가 목표로 하는 게임은 남다르다.
기존의 온라인게임이 무겁고 어두운 장르가 주류를 이루고 있음을 아쉽게 생각한 이 사장은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접근하고 친근감을 느낄 수 있는 밝은 게임 개발을 목표로 설정했다. 게임을 즐기는 모든 사람, 또는 게임을 하는 사람의 곁에서 지켜보는 이들까지도 즐겁게 바라볼 수 있는 게임을 개발하겠다는 각오는 창업초기부터 변함이 없다.
그는 올 겨울방학을 회사가 본격 도약하는 시점으로 설정했다. 그동안의 연구개발 성과를 고객들에게 선보이고 다음달에는 중국과 일본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이 사장은 “남녀노소 누구나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해 즐거운 생활을 할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하는 데 혼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창업초기 여성이라는 이유로 사회의 적지 않은 차별과 냉대를 몸소 경험했다는 이 사장은 자신이 스스로 성공신화를 일궈 후배 여성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겠다고 항상 되뇌일 정도로 당찬 포부도 지녔다. 이를 위해 그는 오늘도 직원들과 길고 치열한 브레인스토밍을 계속한다.
동아방송대학교 연극영화과에서 연출을 전공한 이 사장은 창업 이전 위매진과 코딕닷컴에서 웹 사이트 기획 및 개발 업무를 담당했다.
◆김경순 지유아이디자인 사장
한양대 정보통신 창업지원센터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 가운데 하나가 지유아이디자인(http://www.gui.co.kr)이다. 주력분야가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 디자인(Graphic User Interface Design)’ 전문회사라는 것도 그렇고 CEO인 김경순 사장의 화려한 경력도 그렇다.
디자인과 정보통신 기술이 결합된 사용자 인터페이스 디자인 전문업체를 지향하는 GUI디자인. 인터넷냉장고와 인터넷TV·PCS 등 디지털 정보가전의 디자인이 주력사업이다.
‘하드웨어에 생명력을 불어 넣는다’는 모토로 디자인 전문벤처를 설립한 김 사장의 그동안 수상경력과 이력은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로 화려하다. 그는 세종대 산업디자인학과와 국민대 테크노디자인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치고 10년 이상 디자인 전문회사에서 멀티미디어 디자인을 연구했다.
특히 지난 95년 삼성전자 상품기획센터 디자인실에 국내 최초로 만들어진 GUI 디자인팀 창립멤버로 삼성전자의 21세기형 인터넷TV GUI 디자인 개발에 참여한 것은 김 사장의 자랑거리 가운데 하나다.
“유럽과 미국 등 정보기술 선진국에서도 GUI 분야에 대한 연구는 아직 부족하다”며 “21세기형 인터페이스가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가를 면밀히 분석, 새로운 디자인을 선보일 계획”이라는 김 사장은 세계시장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그는 우선 올해에는 전문연구인력을 대거 충원할 계획이다.
활달한 성격만큼 대외활동에도 적극적인 김 사장은 한국IT중소벤처기업연합회 여성특별위원회와 한국정보통신산업협회·한국디자인진흥원 정회원으로 활동중이다.
◆구은숙 에디슨케이 사장
광운대 정보통신 창업지원센터에 입주하고 있는 사이버교육 전문업체 에디슨케이(http://www.edisonK.com)의 구은숙 사장은 독특한 이력을 지닌 CEO다. 두 아이의 엄마로서 뒤늦게 창업을 단행한 늦깍이라는 점과 8년간 고교에서 교편을 잡았다는 점이 바로 그렇다.
그는 아이들에게 무언가 새로운 교육을 제공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창업을 결심했다. 부모들이 아이를 키우면서 에디슨과 아인슈타인처럼 두뇌가 명석한 사람으로 성장할 것을 희망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모르고 있는 현실에서 창업을 착안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같은 현실 인식에는 스스로 두 아이를 키우면서 체험적으로 얻은 부분 또한 적지 않게 작용했다. 그의 뜻대로 영재교육을 목표로 내건 에디슨케이는 국내 영재교육 전문가들과 함께 교육콘텐츠 개발팀을 결성, 아이들의 학습수준에 맞는 맞춤교육을 제공해 오고 있다. 또 창의력, 수리력, 과학적 사고력 등 3개 영역의 본격적인 영재교육 서비스도 제공한다.
창업 이후 2년여만에 에디슨케이를 사이버교육 전문업체로 입지를 굳혀 놓은 구 사장의 새로운 목표는 전국 주요 도시에 에디슨케이센터를 설치하겠다는 것. 영재교육 관련 교사와 전문가들을 위한 교육센터를 설립해 에디슨케이 시스템이 21세기 새로운 영재교육의 패러다임을 주도하겠다는 야무진 꿈이다.
“엄마와 아빠의 마음으로 아이에게 맞는 교육을 통해 영재양성에 일조하겠다”는 구 사장은 “21세기 지식기반사회에서 교육이 단순한 지식의 전수가 돼서는 안되며 지식을 수용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지식을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줘야 한다”고 교육철학을 소개했다. 이는 그의 경영지침이기도 하다.
◆강선 펜타코드 사장
인하대 정보통신 창업지원센터에 입주한 인터넷 커뮤니티 전문업체인 펜타코드(http://www.pentachord.com)의 강선 사장은 스스로 젊음 하나 믿고 창업에 뛰어들었다고 말할 정도로 거침없는 성격을 지녔다.
그는 천성이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무슨 모임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며 창업배경에 대한 설명도 잊지 않았다.
1년 6개월이나 다닌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을 결심하자 주위에서는 만류 일색이었고 강 사장도 수익모델이 확실하지 않은 IT분야에 도전하는 것이라 주저했다. 하지만 이런 모든 난관도 강 사장의 젊은 패기와 도전정신 앞에서는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문화 콘텐츠와 외국어를 매개로 한 커뮤니티 형성.’
강 사장의 이런 아이디어는 지난해 9월 여성창업경진대회에서 여성경제인협회장상 수상을 계기로 가능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적극적이고 활달한 성격을 가진 그가 CEO로서 자신의 사업 아이디어를 좀더 구체화할 수 있었던 것은 여성특위에서 지원하는 전자상거래 교육과정을 이수한 후였다.
강 사장은 “당시에 전자상거래 기획이나 동향파악, 그리고 실제 사이트 구축을 해봄으로써 사업을 구체화하는 계기가 됐다”고 소개했다.
업무의 효율화와 투명한 경영을 회사 운영원칙으로 삼은 강 사장은 최근 글로벌기업이 되기 위한 첫걸음으로 한국어 및 프랑스어 교육과 양국의 문화교류 커뮤니티 ‘꼬레프랑스’ 준비에 여념이 없다.
이를 통해 한국과 프랑스 2개국의 언어와 양국의 문화를 매개로 한 커뮤니티를 형성할 계획이다. 즉 한국인과 프랑스인의 커뮤니티 구현을 통해 새로운 문화전달수단을 창출하겠다는 것이 강 사장의 야심찬 포부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