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테러 대참사로 우리나라의 IT수출이 큰 타격을 입고 있는 가운데 국내 IT기업·관련단체들이 해외 투자 및 수출 확대를 위해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각종 해외 마케팅 활동이 차질을 빚고 있어 이중 삼중의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내 IT업계는 그동안 해외에서 개최되는 국제전시회 참가를 비롯해 투자설명회, 국제학술대회, 로드쇼 등 각종 해외 마케팅 활동을 통해 투자를 유치하고 수출거래선을 확보해왔다.
하지만 이번 테러 사태로 지난 수개월 동안 회사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으면서 준비해온 투자 유치 활동 및 해외 마케팅 활동 계획이 전면 취소되거나 무기한 연기될 처지에 놓임에 따라 많은 IT기업들이 망연자실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달 18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싱크ML 국제 호환성 테스트인 ‘싱크페스트(SyncFest)’가 테러사건으로 무기한 연기되면서 이번 호환성 테스트 참여를 준비했던 쓰리알소프트(대표 유병선)와 웹싱크(대표 김의용) 등 국내 싱크ML 업체들은 향후 마케팅 활동에 큰 차질을 빗게 됐다.
쓰리알소프트와 웹싱크 등은 이번 행사에 참여해 싱크ML 인증을 받기 위해 약 2개월전부터 개인인증관리(PIMS) 등 관련 솔루션 개발을 서둘러 왔다. 또한 인증을 받은 후 싱크ML 제품이 포함된 제품을 출시하기 위해 개인휴대단말기(PDA)와 무선인터넷 업체들과 전략 제휴를 맺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여왔다. 그런데 이번 사태로 모든 마케팅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할 형편이다.
양사 관계자는 이번 행사 연기로 인해 예약했던 비행기표와 호텔을 취소하고 다음 행사에 대비해 제휴 업체와 개발 일정을 조절하는 등 테러사건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쓰리알소프트의 관계자는 “이번 행사에 맞춰 제품을 재개발해왔으나 난데없는 사건으로 연기돼 관련 업체와 공동개발 일정이 어긋나게 됐다”고 밝혔다. 웹싱크 관계자도 “이번 행사는 무기한 연기가 아닌 사실상 취소”라며 “오는 11월 일본 도쿄에서 개최되는 차기 행사로 미뤄질 것으로 예상돼 본격적인 제품 출시는 내년으로 미뤄야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미국 중심의 다국적 기업들이 대거 포진해 있는 네트워크 등 정보통신 업계도 이번 테러 사태의 유탄을 맞아 심각한 후유증이 예상되고 있다.
다국적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스리콤은 향후 2달간 각국 현지법인에서 계획한 로드쇼, 세미나, 판촉이벤트 등 메이저 이벤트를 취소하라는 본사 지침에 따라 마케팅 활동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어바이어·시스코·알카텔 등 다른 업체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마케팅활동뿐 아니라 미국에서 개최될 예정인 IT 관련 행사들도 잇따라 취소되거나 파행국면을 맞고 있다. 전경련 국제산업협력재단은 오는 11월 11일부터 16일까지 6일 동안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리는 세계벤처투자자콘퍼런스에서 해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15개 국내 벤처기업들의 투자설명회를 열 계획이다. 그러나 산협재단은 일단 모든 행사를 예정대로 진행할 계획이지만 미국 보복공격이 개시될 경우 행사 진행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크게 우려하고 있다.
한국광산업진흥회(KAPID)는 이달 30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릴 예정인 ‘광통신유럽콘퍼런스(ECOC)’에 참가할 회원사를 모집하고 있으나 미국의 공격에 따른 전쟁규모와 항공기 이용가능 여부를 정확히 예측못해 난감해 하고 있다.
특히 KAPID는 최근 열린 제1회 국제광산업전시회와 관련, 회원사의 제품홍보와 시장개척에 적극 나설 예정이나 미국 등 세계의 경제사정이 여의치 않아 대책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벤처협회도 오는 10월 10일 한민족글로벌네트워크 행사를 계획하고 있으나 이번 테러사태로 인해 행사 참가자들이 줄어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중소기업들의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TFT LCD를 미국에 수출하고 있는 대구소재 D사는 오는 10월 30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전시회에서 약 300만달러의 수주건을 상담키로 했으나 이번 사태로 전시회가 취소 또는 파행 운영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의료계도 미국의 테러사태가 발생한 지난 11일 직후 열린 아·오정맥마취학회, 아태인공관절성형술학회 등 의료관련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할 예정이었던 미국 등 해외 참석자들이 불안감으로 인해 대거 불참하는 등 예기치 못한 돌발 상황이 발생, 대회조직위원회측이 당혹해하고 있다.
<김종윤기자 jy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