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CEO>해외한국계업체

 ◆미국:김태연 TYK그룹 회장

낯선 이국땅에서 기업을 성공적으로 이끌면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한국 출신의 여성CEO들이 적지않다. 전세계 시장을 무대로 비즈니스를 펼치는 이들은 글로벌 벤처기업인으로 탄탄히 뿌리를 내리며 한국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수많은 역경을 딛고 ‘코리안 드림’을 실현한 여성사업가인 TYK그룹의 김태연 회장(56)은 그 중에서도 단연 돋보인다.

 김 회장은 지난 68년 20대의 젊은 나이에 돈 한푼 없이 미국으로 건너가 수많은 역경을 딛고 실리콘밸리에서 사무실 하나와 컴퓨터 한대로 사업을 시작해 95년 1억달러 매출의 기업을 키워내면서 한국 여성CEO의 신화를 일군 입지전적인 인물.

 미국에서 태권도를 가르치며 기반을 닦은 김 회장은 85년부터 실리콘밸리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초기에는 소프트웨어와 비디오게임을 주로 개발하다가 89년 청정실 오염방지 시스템 등을 개발한 것이 오늘날의 기초가 됐다. 현재 그는 95년 미국 100대 유망기업으로 뽑힌 라이트하우스 외에 컴퓨터교육·인터넷·생명공학·의료 분야의 계열사를 가진 TYK그룹의 사령탑을 맡고 있다.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다가 스물넷 나이에 가진 것 하나 없이 미국으로 도망치듯 건너간 뒤, 성공을 거두기까지 밑거름이 됐던 좌우명은 ‘할 수 있다’는 정신이었죠.” 김 회장의 ‘그도 할 수 있고 그녀도 할 수 있는데 나라고 왜 못해(He can do. She can do. Why not me!)’라는 좌우명은 미국에서 특허등록됐을 정도다.

 특히 김 회장은 자신의 사업성공 비결로 첫째 ‘나도 상품이다’, 둘째 ‘공짜는 없다’, 셋째 ‘낮은 사람부터 챙기는 것’ 이라고 강조한다. 철저한 자기관리와 대인관계도 김 회장의 빠뜨릴 수 없는 성공비결이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때와 시기와 장소를 잘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죠. 나는 하루에 5명을 만나면 5번 옷을 갈아입습니다. 옷이 많아서가 아니라 만나는 사람에게 진실한 성의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죠.” 김 회장은 자신의 성공 스토리가 사람들에게 ‘할 수 있다’는 정신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아울러 김 회장은 마약 중독자, 마피아 등을 양자로 삼아 TYK그룹의 임원으로 임명하고, 여성 최초의 미국 공인 태권도 8단 ‘그랜드 마스터’ 자리에도 올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지난 7월 방한해 국내 모니터업체 탑헤드와 전략적 제휴를 맺은 김 회장은 “실리콘밸리에서의 성공을 기반으로 모국인 한국의 뛰어난 기술력과 아이템을 발굴, 적극적인 투자와 협력으로 글로벌시장 공동진출 및 확장을 도모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스틱독(Stickdog)텔레콤의 차옥신 사장(46)은 ‘골리앗’과 같은 미국 전화회사들의 틈바구니에서 차별화된 고객서비스로 인정받고 있는 한국인 여성CEO다.

 차 사장은 고속 인터넷 서비스와 전화를 접목하는 서비스와 가입자가 최저 전송속도를 결정하는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타 전화회사들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렇게 해서 지난 4년 동안 5000명 이상의 고객을 모은 데 이어 미 동부지역을 파고들어 2만명 가량의 신규고객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스틱독은 지난 99년 버지니아주 카운티가 지역사회에 기여한 공로를 기리기 위해 매년 선정하는 ‘올해의 기업’에 뽑히기도 했다. 

◆캐나다:김연숙 인터넷ESL닷컴 사장

캐나다 벤쿠버에 본사를 둔 브이킴과 인터넷ESL닷컴(http://www.internetesl.com)의 김연숙 사장(38·캐나다 이름 베로니카 김)은 인터넷 영어교육사업에서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펼치고 있는 인물.

 미국 메릴랜드대학에서 경영학과 컴퓨터를 전공한 김 사장은 프로그램 개발자로 일한 뒤 97년 캐나다로 건너가 온라인으로 영어를 배운다는 아이디어를 사업으로 일궈냈다. 특히 김 사장은 인터넷ESL닷컴으로 온라인 영어교육회사로는 처음으로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실리콘밸리뉴스에서 14개 유망업체 가운데 하나로 선정된 바 있는 이 회사의 기업가치는 약 1억달러로 추정될 정도다.

―창업을 결심하게 된 배경은.

 ▲내가 관심을 가졌던 분야는 사업, 외교 그리고 컴퓨터였다. 사업은 무엇보다도 나의 적성에 맞고 평소 하고싶었던 일이라 시작했다. 80년대 초부터 한국에서 컴퓨터를 가르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면서 자연스럽게 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국내에서는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이 지금처럼 활발하지 않았는데, 나는 일찍 이 분야에 눈을 떴다. 캐나다 밴쿠버로 이전한 이유는 입지적으로 영상 및 멀티미디어·애니메이션 환경이 잘 갖춰진데다 실리콘밸리 등 미국 서부 하이테크 지역과 동일한 시간대에 위치해 긴밀한 유대관계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이 작용했다.

 ―경영철학은.

 ▲사업 운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력관리’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실력을 갖춘 인재라 하더라도 성실성과 신뢰가 없다면 장기적으로 볼 때 회사의 손실이라고 생각한다. 실력은 중간 정도라도 성실하고 부단히 노력하며 긍정적인 사고를 갖춘 사람이라면, 일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자신의 일처럼 열심히 할 것이다. 또 이같은 사람은 궁극적으로는 회사에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 따라서 어떤 사람을 어느 분야에 쓰느냐가 그 기업의 장래문제와 직결된다고 믿는다.

 ―여성으로서 기업경영에 힘든 점은.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여성이기 때문에 불리하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오히려 여성이기 때문에 현재 운영하는 사업에서 나의 재능과 실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다는 유리한 점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의 긍정적인 사고가 장기간에 걸친 마라톤 경기에서 승리한다고 확신한다.

 ―한국의 여성CEO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해외에서는 자신의 인맥을 동원해서 사업을 전개하기보다는 자신의 분야와 맞는 비즈니스 커넥션을 이용해 부단히 노력한다. 그래서 상대 회사 담당자와 만남의 횟수가 많아지고 어느 정도의 신뢰가 쌓이면, 하나둘씩 비즈니스가 성사되는 것이다. 물론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이긴 하지만, 일단 협력관계가 맺어지면 오래가는 것이 보통이다. 그 과정에서 항상 상대방에게 신뢰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은 어떤 문제가 제기되거나 e메일이 왔을 때 지속적으로 회신을 보내면서 결론을 이끌어내야 한다. 한국에는 많은 여성단체들이 있지만, 단체별로의 협력관계가 아니라 경쟁관계 또는 소모적인 형태로 운영된다고 느낌을 받고 있다. 자신을 낮추고 상대방을 존중해줄 수 있는 자세를 가다듬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고 본다.

 ―개인적인 포부는.

 ▲세계경제가 매우 어려운 시기에 매 상황에 잘 대처하고 내실을 기하며 욕심을 부리지 않으면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기업이 이윤을 많이 낸다면 일부를 사회에 환원할 줄도 아는 사업가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사업을 키워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켜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꿈이다.  

 

 ◆스웨덴: 최서경 블루팩토리 사장

 최서경 사장(27·스웨덴 이름 소키 최)은 무선 인터넷 강국인 스웨덴에서 정보통신분야 기린아로 떠오르는 한국인 2세의 20대 CEO.

 무선 인터넷 게임 및 솔루션 개발업체 블루팩토리(http://www.bluefactory.com)의 설립자이자 대표인 최 사장은 올해 한인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스웨덴 정보통신분야의 최고 영예로 꼽히는 ‘올해의 텔레콤상(Telekompriset 2001)’을 수상한 주역이다. 최 사장의 수상 이유는 인터넷 분야에 대한 열정과 주력사업인 모바일 게임 부문에서 탁월한 사업수완을 발휘해 스웨덴의 인터넷 시장에서 리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스웨덴에서 태어나 스톡홀름 경제대학을 졸업한 최 사장은 2년 동안 앤더슨컨설팅에서 3세대 모바일폰을 담당하는 책임자로 근무하며 실무경험을 쌓았다.

최 사장은 기술책임자 등과 함께 지난 99년 11월 블루팩토리를 설립, 6개월도 안된 상태에서 벤처캐피털로부터 350만달러의 투자유치를 이뤄냈다. 지금까지 20개의 모바일 서비스를 내놓은 블루팩토리는 현재 스웨덴의 게임·엔터테인먼트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이처럼 단기간에 적은 돈과 인원으로 기업을 성공의 반열에 올린 최 사장은 지난 3월 미국의 유명 경제지 포브스의 표지모델로 실리는 등 스웨덴 인터넷 업계의 상징적인 존재로 떠올랐다.

 

 <베로니카 김 인터넷ESL닷컴 사장 인터뷰>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