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테러사태 이후 일시적으로 차질을 빚었던 반도체 공급은 다시 원활해지고 있으나 향후 시장에 대한 전망은 갈수록 불투명해지고 있다. 반면 한쪽에선 이번 사태가 반도체산업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아 눈길을 끌고 있다.
18일 시장조사기관인 IC인사이츠는 애초 전년대비 26% 감소할 것으로 예측한 올해 반도체 매출 전망을 34% 감소로 수정, 발표했다.
이같은 수치는 최악의 불황으로 여겨졌던 1985년 17% 감소의 두배에 이르는 것으로 올해가 사상 최악의 불황을 맞은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IC인사이츠는 이달부터 미국과 세계 경기가 회복 조짐이 일었으나 지난주 미국의 테러사태로 경기 전망이 극히 불투명해져 3분기 세계 반도체 시장이 2분기에 비해 15% 감소한 250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IC인사이츠는 4분기에도 3분기에 비해 많아야 5% 증가에 불과할 것으로 보여 올해 시장의 위축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전망을 반영하듯 미국 반도체업체 주가 전망을 나타내는 17일(현지시각)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9% 정도 떨어졌다.
이같은 우려와 정반대로 미국의 베어스턴스증권사는 이번 테러사태가 장기적으로 반도체산업에 긍정적인 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증권사의 찰스 바우처 애널리스트는 “반도체산업은 단기적으로 제품 수송 문제로 인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으나 군사 부문의 수요증가와 금융기관 등의 IT구조물 복구 필요성 등으로 인해 전망은 밝다”고 내다봤다.
이 애널리스트는 “군사 및 첩보기관으로부터 전자감시기기, 데이터 처리기기 등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맨해튼지구의 금융기관들은 PC를 비롯해 서버, 네트워크기기 등의 IT장비들을 집중적으로 구입할 것”이라며 인텔,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 내셔널세미컨덕터 등의 저점 매수를 권고했다.
한편 한국, 일본, 대만 등지의 반도체업체 가운데 일부 직수출에 의존하는 업체들은 지난주 미국의 항공기 운항 중단으로 제품 공급에 차질을 빚었으나 우회 수출과 현지 택배업체 이용의 방법으로 정상화했으며 운항 재개로 다시 원활해졌다.
하지만 이들 업체는 미국 경기의 둔화에 따른 수요 부진으로 PC업체 등 미국 IT업체들의 주문이 격감할 것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