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과 벤처기업의 손잡기가 꾸준히 늘어가면서 두 경제 주체간 상생모델이 경기불황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이는 세계 경기침체의 장기화에 따라 다양한 사업전략을 구상 중인 대기업과 기술력은 있으나 자금 확보와 판로 개척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벤처기업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정보기술(IT) 관련 솔루션 및 기기제조 분야를 중심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경기불황의 장기화 전망에 따라 전반적인 벤처투자 규모를 축소할 계획이지만 비메모리·정보통신·디지털미디어부문 등 첨단 유망 분야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려간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가 지난해부터 투자한 벤처기업은 세트톱박스업체인 휴맥스, PDA업체인 사이버뱅크 등 100여개에 달하며 그룹계열 투자사인 삼성벤처투자를 통해 올들어 약 500억원을 투자했다고 이 회사 관계자는 밝혔다. 특히 삼성전자 시스템 LSI부문은 지난 7월 파인칩스 등 70여개 비메모리 설계 전문벤처기업으로부터 신청을 받아 13개 협력파트너를 선정, 업체당 최고 10억원까지 투자할 계획이며 2005년까지 70여개사로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SDS는 올해 이미 35억원을 투자한 6개 사외벤처를 포함, 20개 벤처에 투자할 계획이다. 특히 이들 투자기업 외에도 유망 벤처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투자기업의 기술에 자사의 영업 및 해외 마케팅 노하우를 결합, 캐나다 등 해외 로컬기업과 연계한 다양한 벤처비즈니스모델을 개발 중이다. 또 이미 분사한 9개 사내벤처에 이어 연내 5∼6개사를 추가 분사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투자한 벤처기업이 삼성SDS에 기여한 매출은 약 50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3%를 자치하고 있다.
SK는 SK텔레콤·SK글로벌·SK(주)·SKC&C 등 계열사별로 정보통신·e비즈니스·생명공학 등으로 특성화해 그룹의 차세대사업 분야에서 벤처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99년 말 매년 1000억원 이상의 벤처투자 방침을 정한 SK는 지금까지 총 150여개 업체에 1600억원을 투자했으며 올해만 30여개 업체에 600억원을 투자했다.
SK 관계자는 “국내외 경기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지만 바이오·IT 등 그룹의 사업 비전에 부합하는 벤처에 대한 투자기조는 지속적으로 유지한다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LG도 LG전자가 최근 홈네트워크·모바일 등 핵심 분야를 중심으로 2005년까지 2000억원을 투자키로 한 중장기 벤처투자 전략을 발표한 데 이어 LGEDS·LGCI 등 주력계열사를 중심으로 꾸준히 벤처투자를 늘릴 계획이다. 특히 LG전자는 최근 결성한 자사 출신 벤처 CEO들의 모임인 ‘LG벤처클럽’과 신설되는 벤처 전담팀을 통해 양주체간 다양한 윈윈모델을 발굴할 방침이다.
LGEDS는 사내벤처를 중심으로 지금까지 10개 벤처기업에 36억5000만원을 투자했으며 2005년까지 투자대상 벤처기업을 300여개로 확대할 예정이다.
코오롱도 3개 계열사가 공동출자한 벤처투자사 아이퍼시픽파트너스를 통해 지난해까지 무선인터넷과 B2B 분야를 중심으로 24개 기업에 약 230억원을 투자했다. 올들어 지금까지 4개 업체에 40억원 정도를 투자했으며 연말까지 30억원을 추가투자할 계획이다.
한정화 벤처연구소장은 “대기업의 벤처투자는 양자간 신뢰를 기초로 전략적 방향성을 분명히 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며 “대기업의 인큐베이팅 역량 강화, 분사 및 사내벤처 장려, 아웃소싱 활성화가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