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테러사태로 정보기술(IT)업체들이 고전하는 가운데 ‘위기에 강한’ 업체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18일 증권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다수 IT업체들이 예상치 못한 사상 초유의 테러로 수출전선에 차질을 빚는 등 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외부충격에 튼실한 대비책을 마련한 업체들은 현재의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며 선전하고 있다.
◇위기가 곧 기회=디지털영상저장장치(DVR) 업체인 3R는 미국에서 테러사건이 발생한 이후 미국 현지법인인 3R테크놀로지로부터 900대의 CDVR 주문을 받았다. 이번 테러사건으로 공항, 공공기관, 기업 등 미국의 주요시설물에 대한 보안의식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군통신장비업체인 테크메이트도 테러사건 발생 이후 미국의 딜러들로부터의 무전기 주문물량이 늘어나고 있다. 테크메이트 관계자는 “테러사태 이후 미국의 딜러로부터 무전기 등 군용통신장비에 대한 주문요구가 늘어나고 있다”며 “특히 동남아시장에선 테러진압용 장비에 대한 주문이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토리지업체인 유니와이드테크놀러지는 이번 사태로 재해복구시스템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관련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장갑석 유니와이드테크놀러지 사장은 “이번 사태로 백업과 재해복구 시장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영업조직을 강화하고 있다”며 “금융 및 공공시장을 중심으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하반기 실적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량 재무구조 돋보여=재무구조가 탄탄한 업체들도 이번 테러사태를 계기로 기업의 경영 안정성을 부각시킬 호기로 여기고 있다. 건전한 재무구조로 이번 사태가 몰고올 영업악화를 극복하는 ‘실탄’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프린터업체인 신도리코는 이번 테러사태로 미국시장 수출에 어느정도 차질이 빚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차입금 제로의 안정경영으로 재무구조가 불안정한 경쟁업체들과 격차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도리코 관계자는 “관련업계 최고의 안정경영으로 위기를 극복할 것”이라며 “오히려 튼실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경쟁업체와의 격차를 벌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품업체인 대덕GDS와 한국단자공업도 무차입 경영과 20%대의 낮은 부채비율을 바탕으로 위기를 극복해 나갈 계획이다. 또 대덕전자는 이번 사태로 장기적으로 수출을 줄어들 것을 우려하면서도 1000억원대의 현금보유고를 기반으로 현재의 위기를 기회로 바꿀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기악화에 강한 내성=통신서비스는 전형적인 내수산업으로 이번 사태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무선사업자들은 cdma 2000 1x 가입자 증가와 차세대이동통신(IMT2000) 사업준비에 박차를 가하며 실적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또 유선사업자들은 초고속인터넷망 확산에 따른 가입자수 증가로 하반기 수익개선이 예상된다.
SK텔레콤의 경우 최근 주식시장에서 cdma 2000 1x 가입자 증가와 수급안정을 재료로 폭락장에도 꿋꿋이 버티고 있다. 정승교 LG투자증권 연구원은 “SK텔레콤은 이번 테러사태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데다 현금창출능력과 사업력이 우수해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외부충격으로 인한 폭락장에선 SK텔레콤 등 내수산업 업체들이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현정환 SK증권 연구원은 “정보기술(IT)업계가 최근 미국 테러쇼크로 큰 충격에 휩싸이고 있지만 주식시장을 중심으로 현재의 위기를 기회로 작용하는 업체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며 “이번 테러사태가 IT업체들이 외부 악재에 대한 적응력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요소들이 무엇인가를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