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美퀄컴사 로열티 불공정 국회차원서 바로잡겠다

◆김형오 국회 과정위원장 

 지난 1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는 매우 의미있는 안건을 처리했다. 퀄컴 로열티 불공정 문제와 관련, ‘국회 퀄컴대책반’ 구성안을 여야 만장일치로 의결, 국회 차원에서 적극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국회 퀄컴대책반은 국정감사가 끝나는 대로 미국 퀄컴 본사와 의회, 정부 등을 방문, 우리의 입장을 전달하고 퀄컴의 불공정계약에 대한 시정을 촉구하게 된다.

 의정사상 초유로 국회의원 대표단이 미국 현지를 방문, 기업들의 로열티문제를 거론하겠다는 것은 의원들이 국익을 지키겠다는 열정도 대단하지만 그만큼 우리에게 중요하고 시급한 사안임을 의미한다.

 퀄컴사의 로열티는 휴대폰가격을 결정하고 국제경쟁력을 좌우한다. 어떠한 휴대폰도 퀄컴의 칩이 들어가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CDMA 원천기술을 가진 기업이니만큼 배짱을 부려가며 기술을 판다.

 가령 CDMA기술을 도입하려고 하면 먼저 선급기술료를 내야 하고 매출에 따라 경상기술료를 반기별로 송금해줘야 한다. 또 단말기 한대당 20달러 이상 가는 퀄컴칩(MSM)을 구입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 칩은 퀄컴만이 만들 수 있고 누구도 접근할 수 없도록 계약할 때 아예 못을 박아놓는다.

 칩을 돌릴 수 있는 소프트웨어 사용료도 따로 내야 한다. 새로운 버전이 나올 때마다 칩과 소프트웨어 사용료는 물론 별도로 사야 한다. 이래저래 지난 5년간 퀄컴에 나간 기술료만 1조원이 넘는다. 퀄컴칩을 사들인 비용 2조원을 포함하면 천문학적인 돈이 퀄컴의 주머니로 들어간 셈이다. 따지고 보면 원천기술이 없는 기술빈국의 아픔이다. 우리나라가 최초의 CDMA 상용국이라고 자랑할 만큼 우리 주머니가 부른 것은 아니다.

 시장규모를 넓힐수록 돈버는 사람은 따로 있다.

 작년 우리나라 무역수지 흑자는 대략 100억달러 규모였다. 그런데 30억달러 정도가 기술료로 빠져나갔다. 이 중 퀄컴에 지불한 기술료만 2억5000만달러 가량 된다. 전체기술료 지출 중 약 8%를 차지한다. 단일 기업으로는 가장 큰 금액이다. 그러나 원천기술이 없는 우리로서는 아무리 억울해도 기술을 사오는 대가를 지불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퀄컴의 경우는 약간 다르다. 90년대초 퀄컴이 비록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었지만 아직 실험실 수준이었다. 그러나 그 기술은 우리와 손을 잡고 난 뒤 ‘황금을 낳는 거위’로 변했다.

 우리나라가 기술표준을 CDMA로 단일화하고 무모할 정도로 정책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은 결과였다.

 이를 정리하면 한마디로 퀄컴과 우리나라는 계약관계 이상의 동업자 관계였다. 그런데 퀄컴은 중국시장이 나타나자 동업자에게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지 않았다. 먼저 알려주지도 않은데다가 동업자보다 좋은 조건을 중국 측에 줘버렸다. 신의를 져버린 것이다. 사실 이 점 때문에 기업과 국민이 속상해 있다. 우리를 너무 얕잡아본 것이 아니냐는 여론이 비등하기 시작했다. 이런 퀄컴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는가 하는 의문도 제기됐다. 93년도 퀄컴과 맺은 계약이 불평등하고 불리했다는 온갖 여론을 감수하고 우리기업들이 지킨 약속의 대가치곤 씁쓰레한 결과다. 그런데 퀄컴은 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 같다. 파트너십보다는 강자의 논리가 앞선 까닭일까.

 한국이 지불한 로열티가 퀄컴 성장의 밑거름이 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를 알고 있는 우리나라가 퀄컴에 대해 당당하게 주장하는 것은 당연하다. 차제에 최초계약서 전반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요즘 1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10년이 넘도록 계약서 글자하나 안고치고 열심히 지키고 있다는 사실도 놀랍다. 이 모든 현안을 ‘국회 퀄컴대책반’이 제기할 것이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라도 구겨졌던 우리의 자존심이 원천기술 개발이라는 국민적 컨센서스로 모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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