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광둥성의 한 고급백화점 전자매장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브랜드가 있다. 바로 하이얼(海爾)과 캉자(康家)라는 브랜드로 두 업체 모두 중국의 가전을 대표하는 브랜드다.
얼른 봐서는 두 회사가 진열해놓은 TV·DVD플레이어 제품에 대해 질적인 차이를 발견할 수 없으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가격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규모로 따진다면 전자시장에서 당연 하이얼이 캉자를 앞서지만 하이얼이 고가정책을 펴는 반면 캉자는 최근 저가정책으로 구사하면서 소리없는 시장쟁탈전이 심화되고 있다.
하이얼그룹은 중국 산둥성 칭다오(靑島)에 본사를 두고 있는 중국의 대표적 가전업체다. 중국 가전 내수시장에서 선두그룹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세계 시장에서도 하이얼이란 브랜드는 널리 알려져 있다. 하이얼그룹의 역사는 84년 칭다오에서 독일의 냉장고 생산기술을 이전받으면서부터. 하이얼은 84년 약 348만위안(42만달러)이던 매출액이 지난해 400억위안(약 48억달러)에 달할 정도로 급성장한 업체다.
하이얼이 중국 소비자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철저한 서비스 정신 덕분이다. 중국 어느 지역이든 AS를 원할 경우 20시간 안에 조치해주고 정기적인 검사도 잊지 않는다. 이 같은 하이얼의 AS 덕분에 중국인들은 하이얼의 제품이 캉자보다 20% 정도 비싸도 하이얼의 제품을 선호한다.
그러나 캉자의 하이얼 추격도 만만치 않다. 캉자의 주력품목은 휴대폰과 TV. 캉자는 최근 AS에 대한 대폭적인 변화를 단행해 오늘 AS에 대한 문의는 다음날 처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또 브라운관 등의 주요 부품은 무상보증기간을 5년, 일반제품도 3∼5년의 무상수리기간을 두고 대고객서비스에 나서고 있다. 전국의 AS망도 1000개 이상 확보한 상태다. 여기에 하이얼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판매하다 보니 당연 캉자의 시장점유율은 급속히 늘고 있다. 특히 휴대폰 단말기의 경우 캉자는 최근 3개월 동안 연속 1억위안(160억원)의 매출을 돌파하는 등 초고속 성장을 기록한 데 이어 일부 품목에서는 하이얼을 앞지르고 있다. 역시 캉자의 저가격 무기가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캉자의 치우웨이민 부총경리는 “경쟁 업체들의 휴대폰이 2천∼4천위안인 데 비해 캉자 브랜드는 1천∼2천위안으로 싸다”며 “중국 업체들은 휴대폰 소비층이 부유층에서 중산층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기능을 단순화한 제품을 싸게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하이얼과 캉자가 또다시 해외 시장에서 격돌하고 있다. 탄탄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역량을 키운 두 업체가 이제는 해외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캉자는 인도에 900만달러를 투자해 가전제품 생산공장을 추가로 운영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멕시코에 생산공장을 설립하는 방안을 놓고 협의 중이다.
이에 질세라 하이얼도 지난 99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대규모 가전제품 공장을 설립, 운영하고 있다. 이미 미국의 200리터 이하 냉장고 시장에서 약 20%를 점유하고 있는 하이얼이다. 현지 인력과 자원·기술을 이용해 본격적으로 미국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글로벌 전략을 펼치고 있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