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국회의원·민주당 dyc@dy21.or.kr
세계은행이 지난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에 낸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의 권리증진, 교육기회 확대 등을 통해 여성인력을 잘 활용한 국가일수록 경제성장 속도가 빠른 반면 그렇지 못한 나라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다’면서 여성인력 활용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세계적 경영컨설팅 회사인 맥킨지사의 보고서에는 ‘1090 프로젝트’라는 용어가 등장하는데 2010년까지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90%까지 확대할 수 있다면 우리 대한민국은 국민소득 3만달러 선진국에 진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여성인력의 활용이 중요해지는 21세기 지식정보시대를 맞이했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에서 여성의 지위와 역할은 개선돼야 할 부문이 많다.
우리나라 대졸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54%로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다. 국내 10대그룹 전체 임직원 4090명 중 여성임원은 고작 7명(0.17 %)에 불과하고 여성 국회의원수도 5.9%, 지방의회의 경우 2.5%에 불과한 실정이다. 유엔개발계획(UNDP)에서 발표한 ‘인간개발보고서’에 따르면 99년 기준 한국 여성의 여성개발지수는 세계 30위이나 여성권한지수는 세계 78위에 불과하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 특히 경제활동 분야에서 여성의 위상은 눈에 띄게 올라가고 있다. 80년대초 여성사업가의 비율은 10%선에 불과했지만 작년말 현재 33.6%에 달하고 있어 사업가 10명 중 3명은 여성의 몫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여성인력의 활용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갈수록 늘어나는 이유를 나는 다음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첫번째는 국가전체적인 경쟁력의 강화와 경제발전을 위해서다. 선진국이 모성보호를 확대하고 이를 통해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높임으로써 여성인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게 되며 이를 통해 국가경쟁력을 강화시키고 세수를 증대시키며 경제적 부를 확산시킬 수 있는 유력한 방안이기 때문이다.
두번째는 국가전체적인 투명성의 강화를 위해서다. 여성의 여러가지 특징 중 하나는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맥이나 개인 감정에 좌우되지 않고 원칙에 따르며 상대적으로 더 정직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업무처리가 보다 ‘투명’하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의 투명성을 높이는 첩경은 바로 가정·사회·경제·정치 모든 분야에서 여성의 참여를 획기적으로 늘리는 것이다. 그래야 정치·경제·사회가 밝아지고 투명해지며 가정도 행복해진다.
대통령 직속 여성특별위원회가 올해 1월 ‘남녀 모두에게 공평한 환경과 기회를 제공하는 부처’를 표방하는 여성부로 탈바꿈해 출범했다. 그리고 지난 7월 18일에는 ‘모성보호법’이 통과돼 오는 11월 1일 시행된다. 이 법의 의미는 60일이던 출산 휴가가 90일로 늘었다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지금까지 100% 기업부담이던 모성비용을 국가가 일정부분 부담하기로 한데서 찾을 수 있다. 그야말로 여성정책에 관한한 획기적인 변화를 이룩한 것이다.
여성부의 출범과 모성보호법의 통과로 기업들은 일시적으로 비용부담을 더 짊어지게 됐다. 그러나 모성보호의 확대는 ‘직장과 가정의 조화’를 가능하게 해주고 보다 유연하고 효율적인 노동력 활용이 가능해지고 경제활동인구가 많아짐에 따라 경제에 활력이 넘치게 되며 궁극적으로는 개인·가정·기업·국가 모두 윈윈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끈기·섬세함·치밀함·감성이 요구되는 21세기 사회에서는 여성이 가진 특성이 장점으로 작용하고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우리는 그동안 모성보호를 여성에 대한 혜택으로 여겨 기혼여성들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거나 여성의 사회활동을 남성과의 제로섬 게임으로 여기는 바람직하지 못한 풍조가 있었다. 성 역할에 대한 편견을 심는 교육, 특정분야에 편중된 여성인력 양성, 직장 내에서 이뤄지는 성 차별적인 인사제도 및 관행, 미흡한 모성보호제도, 보육지원 부족, 그리고 일반인의 의식부족은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
도덕적으로, 윤리적으로, 그리고 법적으로 마지못해 ‘여성’을 보호하고 여성인력을 채용하는 것이 아니고 21세기에 다른 나라보다 앞서기 위해서, 투명하고 건강한 정치·경제를 위해서, 활력넘치는 대한민국을 위해서 여성을 일터로 모셔와 바로 우리 옆자리에 앉혀야 한다. 일하는 여성은 보호받거나 특별대우를 원하지 않는다. 그들은 다만 기회의 평등과 가정과 일을 합리적으로 조화시킬 수 있는 환경을 원한다.
특히 21세기 지식정보시대 첨단 IT분야는 여성에게는 기회의 땅이다. 섬세하고 유연하고 감성적인 여성은 우리의 지식정보산업을 세계 정상의 경쟁력을 갗춘 새로운 성장축으로, 미래 전략산업으로 일궈낼 것이다. 21세기는 여성이다. 이제 그들에게 기회를 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