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업체들간의 산업재산권 분쟁과 관련해 아무리 우수한 기술이더라도 이미 시장에 알려진 기술은 법적으로 권리범위를 인정할 수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잇따르고 있어 향후 업체들의 대응에 귀추가 주목된다.
재판부의 이같은 판결추세는 그동안 특허, 실용신안 등 지적재산권 관련소송을 남발해 왔던 업체들의 경영행태에 제동을 거는 한편 식기세척기, 김치냉장고 등 고부가가치 시장의 진입장벽이 낮아져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지방법원(재판장 판사 이공현)은 최근 동양매직(대표 윤홍구http://www.magicmall.co.kr)이 생활기기 전문생산업체인 한패상사(대표 차동성 http://www.hanpx.com)와 파세코(대표 유병진 http://www.paseco.co.kr)를 상대로 낸 식기세척기 실용신안권 사용금지 가처분 소송에서 기각결정을 내리고 결정문을 해당업체에 통보했다.
서울지법은 결정문에서 “동양매직의 식기세척기용 살수구동부의 결합구조와 관련한 실용신안은 채권자의 출원이전에 독일 등에서 공개된 특허공보에 이미 기재돼 있어 실용신안권으로서의 권리범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식기세척기의 집수실구조, 도어 경첩구조, 급수구조 등 신청인의 실용신안 상당부분이 이미 공지공용의 기술에 속하는 것으로 인정될 여지가 있다’며 ‘실용신안에 대한 무효확인 등의 심판내지 실용신안권 침해에 관한 본안소송에 의해 그 권리관계를 명확히하기도 전에 피신청인들의 고안에 대한 제조 등을 금지하는 가처분을 발령하기에는 소명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이로써 파세코와 한패상사는 동양매직이 앞으로 항고를 하지 않을 경우 문제가 된 식기세척기의 제조·판매가 가능하게 됐다.
이에 앞서 지난 7월에 수원지방법원(재판장 성백현 판사)은 만도공조가 태영전자 등 중소기업 4사를 상대로 낸 김치냉장고 특허침해 가처분 소송에서 피신청인의 손을 들었다.
재판부는 당시 “만도공조 특허와 등록고안은 채권자의 출원이전 국내외에 반포된 각종 특허정보 등에 공개된 사실이 소명됨으로 이에 대해 특허와 실용신안권으로서의 권리범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서울지방법원 역시 지난해 12월 만도공조가 빌텍을 상대로 낸 특허침해소송에서 기각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같은 판결추세와 관련, 허성원 신원국제특허법률사무소 소장은 “특허 및 실용신안을 출원할 당시의 기술이 새롭고 진보적이어야만 특허효력을 가질 수 있다는 법원의 판결추세는 앞으로 업체들이 지적재산권 분쟁에 신중하게 대응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용신안이란 특허청에 출원된 발명에 대해 특허청이 적법한 심사를 통해 독점적인 권리를 부여하는 특허보다 낮은 개량발명으로 자연기술을 이용한 기술적 창작을 말하며 권리존속기간은 출원일로부터 15년이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