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9주년>세계 IT리더에게 듣는다(2)美컴팩컴퓨터 마이클 카펠라스 회장

세계적 컴퓨터 업체인 휴렛패커드와 컴팩컴퓨터는 이달초 합병 계획을 발표해 IT업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양사가 합병할 경우 세계 최대 컴퓨터 업체인 IBM을 능가하는 초거대 IT기업이 또 하나 탄생하게 될 전망이다. 컴팩컴퓨터의 마이클 카펠라스 회장으로부터 이번 합병의 의의와 PC시장 동향 등 세계 IT경기 전망 등에 대해 들어봤다.

 

 ▲이달초 발표한 휴렛패커드와 컴팩컴퓨터 합병 계획의 배경과 의의는.

 ― 많은 고객을 만나면서 그들이 종합적인 솔루션과 이를 고객 환경에 맞게 구현해줄 서비스를 원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번 합병을 통해 양사는 세계 수준의 고성능 제품, 강력한 서비스, 탄탄한 솔루션 등으로 고객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기업을 만들어낼 것이다.

 즉 양사는 합병을 통해 업계 표준 서버에서부터 하이엔드 폴트톨러런트 서버에 이르는 방대한 제품군을 갖게 됐으며 관리 소프트웨어와 네트워크 스토리지시스템 및 소프트웨어 부문을 보강하게 됐다.

 결론적으로 양사의 합병은 개방성과 업계 표준기술 및 아키텍처에 입각한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 포트폴리오를 기업 및 개인 고객에게 제공, 특별한 가치를 창출할 것이다. 또 IT산업 전반의 경쟁구도를 바꾸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이달 발생한 테러참사로 컴팩도 적지 않은 피해를 봤는데, 이번 테러가 IT경기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지.

 ―테러참사로 컴팩도 우수한 직원 한명을 잃었으며 4명의 직원이 현재 실종 상태다. 또 세계무역센터 인접 빌딩 고객들 중에도 피해를 입은 경우가 있어 더욱 마음이 아프다. 그러나 컴팩을 비롯한 많은 기업들이 이번 참사의 빠른 복구와 회복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어 이번 사태가 조속히 해결될 것으로 기대한다.

 컴팩은 미국 적십자사에 현금 25만달러를 기부한데 이어 서버, PC, 아이팩, 핸드헬드컴퓨터, 스토리지 장비 등 72만5000달러에 해당하는 제품을 기부해 재난복구시스템으로 활용토록 했다.

 이번 사건의 파장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견해가 달라 전망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단기적으로는 IT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겠지만 장기적으로 피해지역의 새 인프라 구축 수요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주목받고 있는 재해대책 솔루션, 백업센터, 보안솔루션 등에 대한 수요가 촉발될 수도 있어 경제활성화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

 

 ▲경제성장의 원동력이던 IT산업이 전세계적으로 정체됐는데 앞으로 전망은.

 ―단기적으로 세계시장은 여전히 변동 가능성이 크고 확실하게 예측하기가 어려운 상태다. 컴팩은 지속적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개선한 결과 이제 긍정적인 효과를 보고 있고 수익성 있는 성장의 기반을 다진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업계 전문가들의 견해대로 경제적 여건은 여전히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전세계 모두 사정이 같은 것은 아니다. 미국은 조금 안정된 것 같지만 소매유통부문은 여전히 어렵고 유럽 등 다른지역에서는 시장이 취약해졌다. 이에 비해 아태지역에서 컴팩은 강한 성장을 기록했다. 환율변동을 감안하면 지난 4분기 아태지역에서 19%의 높은 성장을 기록했다.

 

 ▲PC업계의 가격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주요 PC업체의 아웃소싱이 증가하고 있다. 한국에서의 아웃소싱을 확대할 계획은.

 ―PC시장의 가격경쟁이 반드시 아웃소싱 증가와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물론 PC가 대부분 표준 부품을 사용하기 때문에 신속하고 비용 효과적 공급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이기는 하다.

 한국은 이미 수년동안 OEM과 부품공급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해왔고 컴팩의 아웃소싱 규모는 시장상황과 필요에 따라 조정될 것이다. 세계 아웃소싱 업체들의 경쟁력을 고려하면 향후 아웃소싱 규모가 확대될 경우 한국 시장이 대상이 될 가능성이 많다.

 

 ▲컴팩은 델과의 가격경쟁을 중단할 것이라고 했는데 이것이 컴팩이 세계 PC시장 1위의 자리를 포기한 것이라고 해석해도 되는가.

 ―PC산업은 더 이상 전통적인 박스 시장이 아니다. 차세대 컴퓨팅 분야에서는 컴팩이 단연 앞서고 있다. 실제 업계 전문가들도 접속장치 분야에서 컴팩이 단연 선도업체라고 공인하고 있다. 올해 컴팩은 아이팩 포켓PC를 45만대 출하했다. 이는 컴팩 총소매판매량의 17%에 달하지만 PC 시장 점유율 통계에서는 빠져있다. 특히 에보(Evo) 제품라인은 기업뿐 아니라 가정 환경에 완벽하게 통합되는 접속장치가 함께 제공되기 때문에 PC를 단순한 컴퓨팅을 언제 어디서나 누릴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으로 한 차원 진화시키는 선도역할을 할 것이다.

 분명 PC업계가 현재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폭넓은 솔루션과 서비스를 갖춘 컴팩의 전망이 더욱 밝다고 생각한다.

 

 ▲인터넷 데이터센터의 확대로 스토리지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데. 컴팩의 전략은.

 ―인텔리전트 매니지먼트, 솔루션 최적화와 통합화, 서비스와 지원 등을 통해 고객의 IT 운영 및 관리를 단순화시켜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혁신적인 고밀도, 모듈식 서버 아키텍처를 개발했고 데이터센터 서버의 역동적 설치와 관리를 위한 소프트웨어, 툴 등도 개발했다. 장기적으로는 고객의 확장성 요구를 충분히 지원하기 위한 강력한 32비트, 64비트 아키텍처 개발도 계획하고 있다.

 또 소프트웨어 선도업체들과의 오랜 협력관계를 바탕으로 기업 데이터 센터 환경의 효율과 비용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시켜 주는 강력한 솔루션을 설계하고 시험, 구현하고 있다.

 가상화, 업계 표준 모듈화, 자동화 등의 분야로 컴팩의 ENSA(Enterprise Network Storage Architecture)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고객이 복잡한 다기종 스토리지/서버 환경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고 동시에 장비와 데이터관리 비용의 절감을 꾀하고 있다.

 

 ▲컴팩의 i팩이 1분기 팜의 매출을 앞질렀는데 컴팩의 포스트PC 시장 전략은.

 ―i팩 포켓PC는 타 컴팩 제품의 유기적인 연장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커뮤니케이션을 해야하는 고객의 컴퓨팅 경험을 보다 단순화시키고 이동성을 보강시켜 주는 제품이다. 에보 제품라인 발표와 함께 여러 미래지향적 제품을 선보였는데 고객의 의견이 수렴된 이 제품들은 차세대 접속 장치들의 모습을 미리 보여주었으며 반응도 굉장했다

 고객들의 반응은 보다 작고 다양한 기능을 갖추고 최신 무선기술을 적극 채택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컴팩은 고객의 의견에 계속해서 귀를 기울일 것이다.

 

 ▲지난 6월 컴팩은 알파 기술을 인텔에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컴팩이 알파서버 사업을 포기한 것으로 보았는데.

 ―고객이 원하는 것은 표준화된 IT빌딩블럭이다. 따라서 컴팩은 인텔과 제휴를 맺었고 이는 고객들이 한층 더 높은 수준의 가치를 제공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컴팩과 인텔은 공동으로 인텔 아이테니움 프로세서군을 기반으로 하는 차세대 엔터프라이즈 서버의 개발을 가속화해 다양한 컴팩 64비트 서버들이 단일한 아키텍처상에서 뛰어난 가격대 성능비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고객의 지난 10년간 알파기술에 대한 투자는 앞으로 최소 10년동안 보호될 것이며 새로운 플랫폼으로의 전환도 단계별로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고 약속한다.

 또 트루64 유닉스, 오픈 VMS, 논스톱 커널, 개발툴 등에 대한 컴팩의 노하우가 반영돼 아이테니움 아키텍처가 전략적인 우위를 갖게될 것이다.

 

 ▲IBM은 리눅스 사업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는데 컴팩의 리눅스 전략은.

 ―컴팩은 90년대 초부터 오픈소스 프로젝트와 조직에 적극 참여해왔다. 잘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지난해 가을부터 컴팩은 서버 출하면에서 리눅스 시장을 선도해왔다.

 최근에는 스틸아이와 리눅스 클러스터링 관련 협력관계를 발표했고 이는 과학 프로젝트 용도로 가상 슈퍼컴퓨터 등을 구축하는 고객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컴팩은 지난 12개월 동안 레드햇 등 주요 리눅스 관련기업들과 컴팩 서버에 리눅스를 탑재 또는 번들링 하는 작업을 펼쳐왔으며 신규 어플라이언스 서버 제품에는 리눅스 플랫폼을 일부 채택하기도 했다.

 리눅스는 현재 프로라이언트 사업의 12∼14%의 비중을 차지하지만 앞으로 상당한 비중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커 R&D노력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처음 한국을 방문하면서 받았던 인상은.

 -우선 급격히 증가하는 인터넷 사용자 수와 효율적으로 구성된 인프라가 인상적이었다. 방문 당시 인터넷 인구가 1000만명 조금 웃돌았는데 현재 2000만명을 넘어섰다고 들었다. 또 광대역 통신망의 보급률도 높고 실제 조사결과 인터넷 사용시간이 거의 미국의 2배 수준이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당시 만났던 고객사와 정부기관 관계자들의 IT에 대한 열정도 인상적이어서 정보강국 한국의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취임후 지금까지 2년간의 경영활동을 자평한다면.

 ―컴팩이 세계적인 엔터프라이즈 기술 및 솔루션 회사로 성장한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개인적으로 실적을 평가할 때 과거보다 현재를 중요하게 본다. 컴팩은 상당히 어려운 세계 시장 여건속에서도 뛰어난 활동을 해왔다고 생각한다.

 

◆마이클 카펠라스 주요 이력

 

 마이클 카펠라스는 미 오하이오 주 출생으로 76년 켄트 주립대를 졸업했으며 리퍼블릭스틸코포레이션에서 처음으로 직장 생활을 시작해 지난해 9월 컴팩의 회장 겸 CEO로 임명된 입지전적 인물이다.

 공인회계사(CPA) 출신인 그는 81∼96년 슐럼버거 정보시스템담당 수석이사, 96∼97년 SAP아메리카 공급망관리이사, 97년 오라클 수석부사장 등을 거쳐온 정보기술통으로 98년 8월 CIO로 컴팩에 처음으로 발을 담궜으며 99년 7월 CEO로 승진한 후 지난해 마침내 회장겸 CEO 자리에 올랐다.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