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전력케이블 시장을 쥐락펴락해온 외국 주요 메이저업체간의 합종연횡이 최근들어 줄을 이어 세계 전력케이블 시장 판도에 일대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특히 흡수·합병을 통해 공룡화된 메이저들이 국내 시장 공략은 물론 우리의 수출 시장을 잠식하려들 경우 국내 전선산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국내 전력케이블업체들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외국 전선업체 M&A 현황=최근들어 M&A가 활발히 추진되고 있는 지역은 유럽과 일본이다. 프랑스 알카텔, 이탈리아 피렐리, 영국 BICC, 독일 지멘스 등 4대 메이저가 시장을 주도해온 유럽 전력케이블 시장의 경우 지난 99년 유럽통합 이후 시장 단일화에 따른 시장 위축으로 메이저간 M&A가 급진전되고 있다.
이미 지난해 영국 BICC의 경우 수익성 악화를 견디지 못해 이 부문에서 철수했으며 독일 지멘스는 이탈리아 피렐리에 전선사업 자체를 매각, 유럽 전력케이블 시장은 프랑스 알카텔, 이탈리아 피렐리의 2강 체제로 재편됐다.
일단 강력한 경쟁 상대를 매입하거나 철수케 하는 데 성공한 알카텔과 피렐리는 여세를 몰아 유럽내 중소 전력선업체들을 하나둘씩 매입하고 있다. 전력케이블 시장 구조 재편으로 지난해까지 100여개에 달하던 유럽 전선업체들은 현재 60여개로 줄어들었고 내년경에 30개 이내로 줄어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일본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 90년 중반부터 시작된 일본 장기불황 여파로 전선 소비 증가 추세가 둔화됨에 따라 전력회사들의 신규 설비투자는 거의 정체, 전력케이블업체들은 과잉설비에 시달려 왔다.
이같은 설비 과잉에 시달려온 일본 주요 전선업체들은 지난해부터 M&A 내지 전략적 제휴를 통한 사업구조조정을 단행하기 시작했다. 일본 6대 전력케이블 메이저 중 하나인 스미토모전공과 히타치케이블은 고압전력케이블 부문을 통합했으며 후지쿠라와 후루카와도 최근 합병했다.
이어 지난 8월말경에는 남아 있던 쇼와전선과 미쓰비시전선이 전략적 제휴를 맺고 전력케이블 부문에서 공조키로 했다.
사실상 3개 업체 주도의 시장으로 재편된 일본 전력케이블 시장은 최근들어 2차 합종연횡의 서막이 오르고 있다.
LG전선의 한 관계자는 “일본 3대 전력케이블업체들은 내친 김에 600여개에 달하는 군소업체들을 우군으로 끌어들이는 기업 인수 사냥에 본격 나서고 있으며 일부 업체는 유럽·미국 업체에 지분을 양도하는 방식의 외자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업계 대응책=세계 전력케이블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유럽·일본 업체들간의 제휴 바람은 한국에도 그 영향력을 서서히 미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중견 전력케이블업체인 대성전선은 프랑스 알카텔의 자회사인 넥상스에 넘어갔고 대한전선은 일반전선 사업부문을 중소기업인 경안전선측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K전선도 미국 T사와 제휴 협상을 진행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여기에다 재무구조 악화에 시달려온 중소 전선업체들도 사업의 일부 내지 회사 자체를 외국 기업에 넘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조만간 국내 전력케이블 시장도 M&A 선풍 영향권에 들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대한전선의 한 관계자는 “사실 국내 전력케이블 시장도 설비과잉, 수급불안, 제조원가 급등 등의 악재로 일부 중소 전선업체의 경우 채산성이 심각한 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올해 말을 기점으로 국내 전선업체간 혹은 외국 전선업체와의 M&A가 봇물을 이룰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희영기자 h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