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업체 美테러 사태 여파 출입통제·기밀보호 `만전`

 ‘어려울 때일수록 내부단속을 철저히.’

 반도체업체들이 미국 테러사태를 계기로 출입통제 등 보안을 강화한 데 이어 영업비밀 누출방지를 위해 임직원들의 입단속까지 하고 나섰다.

 그동안 안전을 이유로 생산라인에 대한 엄격한 출입통제를 실시해왔던 반도체업체들은 테러사태 이후 영업조직·사무지원 부서까지 사무실 출입통제를 확대하는 한편, 영업상 비밀 등 정보관리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하이닉스반도체는 지난 17일부터 영업 및 마케팅, 재무조직이 있는 대치동 본사 사옥에 보안강화 명령을 내리고 외부인의 출입통제를 시작했다.

 이 때문에 그동안 신분증 제출만으로도 외부인 출입이 허용됐던 현관통과 절차를 없애고 외부인과의 미팅을 3층 접견실로 단일화시킨 한편, 불가결하게 본사 사무실로 올라가야 할 때는 반드시 내부직원이 동행하도록 했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이에 대해 “테러사태 이후 물리적인 보안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불필요한 외부인의 출입을 막고 내부 정보관리 기강을 확립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출입통제가 엄격하기로 유명한 삼성전자는 정보관리에 더 적극적이다.

 최근 한 직원이 중요 내부정보를 증권사에 넘기면서 영업기밀보호법 위반으로 구속된데다 향후 전망을 어둡게 하는 테러사태까지 겹치자 임직원들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삼성전자 한 관계자는 “대내외적으로 뒤숭숭한 상황에서는 누구 하나 자칫 잘못 말했다가는 온갖 화살이 되돌아오지 않겠냐”며 입조심하는 분위기를 전했다. 이같은 상황은 외국 반도체업체들에서 더 심하다.

 인텔·AMD·TI·모토로라 등 미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 반도체업체들은 테러사태 이후 공장 및 본사에 들고 나는 모든 차량 및 외부인, 심지어 우편물까지 일일이 검사하는 상황이다.

 이들 업체 한국지사 한 관계자는 “상황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이후 본사 방침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되도록 대외접촉을 최소화하라는 조치가 내려왔다”면서 “더욱이 심리적으로 큰 타격을 입은 본사 임직원들이 많아 안부를 묻는 e메일 조차도 자제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