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사태 여파로 반도체시장 전망이 불투명해진 가운데 국내 반도체업체들이 피해를 최소화하고 수출감소를 막기 위해 온갖 힘을 쏟고 있다.
삼성전자·하이닉스반도체 등은 미국의 보복공격이 시작되면 유럽 및 중동지역의 물량공급에 일부 차질이 있을 수 있다고 보고 현지법인에 미리 여분의 물량을 공급하고 비상수송망을 확보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중이다.
또한 미주지역 항공편이 개통돼 물량공급은 정상화됐지만 향후 상황을 고려, 효과적인 물류망을 확보하기 위해 고객사 방문과 기술지원 확대를 적극 모색중이다.
그러나 업체 관계자들은 이번 테러사태 여파로 지난 8월 하락세가 멈추고 소폭 상승세를 보였던 반도체 수출이 다시 경색되고 가격이 더 하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이미 D램 가격이 바닥에 이르렀고 현재 주문과 발주가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미국 정부가 경기부양책 및 사태 조기수습에 나선다면 큰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긍정론=산업자원부와 업계가 최근 집계한 지난 8월의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급감세가 일단 멈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월 국내업체들의 수출액은 총 8억9900만달러로 지난 7월 8억7800만달러보다 소폭 성장했다. 이는 10여개월만의 반등으로 D램 가격하락이 줄어들고 신학기 및 성탄특수 등을 고려한 계절적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됐다.
또한 삼성전자·하이닉스반도체가 자체 집계한 8월의 D램 수출액도 2억3000만달러로 지난 7월보다 약 2000만달러 정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도시바 등의 외주생산을 맡고 있는 아남반도체도 주문량이 늘어 전월보다 수주실적이 25% 정도 증가한 160억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같은 지표를 반도체시장이 바닥에 이르렀음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보고 있으며 테러사태만 조기진압된다면 수출목표 달성에는 큰 지장이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이닉스 수출팀의 한 관계자도 “일단은 정상적으로 주문·발주가 나오고 있으며 당장 실적이 감소한다든지의 징후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라면서 “이달 목표치는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부정론=그러나 테러 및 보복공격 등으로 심리적 공황이 우려돼 결국에는 장기적으로 국내업체들의 수출에도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8월 수출액인 8억9900만달러는 산업자원부와 무역협회가 매월 반도체 수출액을 집계한 95년 이후 최저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고 지난해 동월보다 60% 이상 감소한 것이어서 회복세나 바닥세의 징후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반도체 수출액보다 수입액이 많아진 역조현상이 지난 6월 이후 지속되고 있어 당장은 호재가 생길 일이 없는 상황에서 더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여기에 미국이 보복공격을 시작하면 전세계적인 심리적 불안요인이 작용해 결국 수요심리 위축으로 수출실적을 유지하기란 난망하다는 지적이다.
산업자원부의 한 관계자는 “미국 테러사태가 심리적인 위축을 주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라면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내수경기 부양책 등 각종 지원책을 마련중”이라고 말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