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총수출의 34%(2000년 기준)를 차지하는 미국과 일본 시장에서 우리 수출상품의 너트크래커(nut-cracker) 상황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까지 너트크래커 현상 극복에 일등공신 역할을 해온 IT제품 가운데서도 컴퓨터를 제외하고는 경쟁력이 크게 악화되고 있어 고비용 수출구조의 개선과 고부가가치화를 위한 설비투자가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한국무역협회(회장 김재철)가 최근 발표한 ‘미·일 시장에서의 수출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제품의 수출경쟁력 약화로 미국·일본 시장에 대한 우리나라의 수출이 해당국의 총수입 증가율 둔화폭 이상으로 급격히 감소하고 있으며 이 영향으로 미국 및 일본 시장에서의 점유율도 올 들어 크게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시장점유율 하락 양상은 중국·아시아 등 후발국이 부상하면서 경공업 분야에 이어 IT·중화학 분야에까지 후발개도국과의 경쟁관계가 심화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특히 최근 이들 지역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가 늘어나면서 선진국으로부터의 기술이전이 이뤄지고 있어 이런 현상은 한층 가속화될 전망이다.
미국 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점유율은 95년 3.3%에서 하락세를 보이다 2000년에 다시 3.3%로 회복됐으나 올 상반기 3.1%로 하락했다. 이에 반해 중국은 95년 6.1%에서 7.9%로, 멕시코는 8.3%에서 11.3%로 각각 지속적인 상승세를 나타내 대조를 보이고 있다. 품목별로는 승용차·컴퓨터·철강제품은 경쟁력이 다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으나 반도체는 경쟁력이 크게 낮아졌다. 그러나 컴퓨터·철강제품도 중국과 멕시코의 점유율이 급속히 높아지면서 우리의 강력한 경쟁상대로 부상하고 있다.
일본 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점유율은 95년 5.1%에서 2000년에는 5.4%로 높아졌지만 올 상반기에는 다시 5.2%로 하락했다. 반면 중국은 95년 10.7%에서 15.4%로, 말레이시아도 3.1%에서 3.8%로 각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품목별 경쟁력을 보면 컴퓨터 분야만 경쟁력이 크게 높아졌을 뿐 철강제품과 화학제품은 보합 수준, 반도체는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과 대만이 컴퓨터·철강제품·화학제품의 강력한 경쟁상대로 부상하고 있으며, 말레이시아도 반도체를 중심으로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이 보고서는 “최근의 수출 부진이 미국·일본 등 주요 국가의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부진뿐만 아니라 우리 제품의 수출경쟁력이 약화된 데도 크게 기인한다”며 “이 같은 양상은 세계시장에서 우위를 지킬 만한 뚜렷한 일등제품이 없어 선진국과의 격차가 줄어들지 않는 가운데 중국·아시아 등에 밀리는 너트크래커 상황이 심화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무역협회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경쟁국에 비해 불리한 고비용 수출구조에 대한 개선 △제품의 고부가가치화를 위한 설비투자 확대 △정부의 일관성있는 경제정책 방향 제시 △선진국 기술 도입을 위한 외국 직접투자 유치 △우리
수출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는 국가와의 자유무역협정 체결 등을 서둘러야 한다고 제안했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