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株 `미운 오리` 전락

 

 증권가에 정보기술(IT)주 기피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주요 증권사들은 앞다퉈 비IT종목으로 시장에 접근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또 IT주들이 대부분 단기 급락한 상태지만 아직도 위험 요인이 많다고 진단하고 있다. 최근들어 현 증시 상황의 투자대안종목으로 대두되고 있는 내수관련주나 배당투자 유망종목들도 대부분은 비IT종목으로 구성돼 있다. 대우증권은 최근 ‘코스닥 비IT주에 관심을 둘 시점’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박진곤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경기불안으로 기업들의 투자가 위축될 것이며 투자 축소분의 대부분은 IT와 관련돼 있다는 점에서 IT주에 대한 추가 위험요인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의 IT화 수준은 1차적인 성숙기로 판단되며 추가로 성장하기 위해서 기존의 것을 혁신하는 무언가가 나타나야 하지만 아직은 이런 징후가 뚜렷하지 않다”고 말했다.

 삼성증권도 19일 미 테러쇼크로 IT주가의 약세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4분기 계절적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졌으며 주요 IT기업들의 3분기 실적도 악재가 될 것으로 지적했다. 또 최근 무디스가 노키아와 도시바 등 IT업체에 대한 신용등급을 하향한 것을 비롯해 IT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또 신흥산업인 IT부문에서 구조조정은 구 경제주에 비해 매우 미약한 상태로 현 시점에서 바닥권을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덧붙였다.

 임홍빈 삼성증권 팀장은 “IT수요 확대는 비IT부문의 성장 이후에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며 “하지만 미 테러쇼크 이후 비IT부문에서도 소비심리 둔화와 경기침체가 뚜렷해지고 있어 이에 후행하는 IT부문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내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연일 급등락이 거듭되는 불확실성 장세도 IT주 기피현상에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변동폭이 큰 IT주가 고위험과 함께 고수익도 보장하고 있지만 불확실성이 많은 상황에서는 변동폭이 큰 IT주보다는 주가 움직임이 안정적인 종목들 위주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국내 증시의 투자 척도처럼 돼버린 나스닥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으며 나스닥은 바로 IT주 시장이라는 인식이 국내 투자자들에게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도 최근 확산되고 있는 IT주 기피현상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풀이된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