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온의 구보 유타카 사장, 노이즈팩터리의 이주 게이코 사장, 게임브릿지의 유형오 사장, 어뮤즈월드의 이상철 사장, 디지털드림스튜디오의 김경철 이사 등 패널 토의자들은 한국 업체들에 일본 게임 시장은 기회의 땅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또한 참석자들은 한국 업체들이 일본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플랫폼 확보, 기술 개발, 일본화된 캐릭터 창조, 현지 에이전트를 활용한 마케팅 등 선결 과제도 산적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어 열린 자유토론에서는 마리텔레콤의 장신환 이사, 하이윈의 허종도 사장, 시멘텍의 최영석 사장 등 300여 게임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해 주제발표를 통해 이야기할 수 없었던 일본 시장 상황에 대한 세부적인 분석과 국내 업체들의 과제 등에 대한 기탄 없는 의견을 개진했다. 이날 자유토론은 예정 시간을 1시간여 지날 때까지 이어져 일본 게임 시장에 대한 국내 업계의 관심이 지대하다는 점을 실감케 했다.
패널토의 참석자
사회 : 게임브릿지 유형오 사장
디지털드림스튜디오 김경철 이사, 어뮤즈월드 이상철 사장, 노이즈팩터리 이주 게이코 사장, 게임온 구보 유타카 사장
◇사회(유형오 게임브릿지 사장)=게임의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 일본 시장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는 것이 이번 행사의 큰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통해 국산 온라인·모바일 게임의 일본 진출 전략을 다시 한번 고민할 수 있는 자리가 된 것 같습니다.
먼저 일본 게임업체들이 지금처럼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게 된 배경에 대해 이주 게이코 사장에게 묻고 싶습니다.
◇이주 게이코(노이즈팩토리 사장)=게임 시장에서 일본이 잇따라 히트작을 내고 있는 배경에는 여러가지 원인이 있으나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요소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일본의 게임개발자들은 어린 시절부터 게임과 애니메이션·만화 등을 보며 자라난 세대입니다. 이들은 어린 시절 스크린에서 보았던 로봇을 게임에 적용해 풍부한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포켓몬·건담 등 세계적인 캐릭터와 게임을 개발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또 일본 게임업체들은 지난 30여년 동안 수많은 게임을 개발하면서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었고 세계 시장을 무대로 사업을 벌이면서 기획과 마케팅력을 키워온 점도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김경철(디지털드림스튜디오 이사)=이주 사장님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디지털드림스튜디오가 일본 업체들과 ‘런딤’을 공동으로 개발하면서 국내 업체들이 기획력과 핵심 프로그램 능력에서 많이 뒤져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일본의 개발자들은 게임 시나리오를 구성하는 데 있어 창의력을 중요시하면서 동시에 마케팅까지 고려하는 데 놀랐습니다. 일본인들은 한국이 그래픽을 잘 그린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그래픽의 독창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를 내놓곤 했습니다. 모두 어디서 본 듯하다는 느낌을 준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점에서 국내 업체들이 그래픽의 독창성 개발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비디오 게임 개발 프로그래밍과 관련해서는 일본의 노하우를 배우려는 노력이 절실합니다.
◇이상철(어뮤즈월드 사장)=지금까지 아케이드 게임 시장의 90%를 일본 업체들이 차지해 왔습니다. 일본 업체들은 세계적으로 히트하는 상품을 만들어 게임 시장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국내 업체들은 일본 업체들의 게임 흐름을 쫓아가는 데 급급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국내에서도 기술력이 축적되면서 경쟁력 있는 제품을 내놓을 기반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보다 적극적으로 게임개발에 나서 세계시장의 트렌드를 주도할 제품을 내놓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특히 최근에는 저작권의 개념이 강화되면서 해외 제품을 모방하는 행위들은 법적 제재뿐만 아니라 다양한 견제를 받기 때문에 이런 행태로는 생존할 수 없다는 인식을 해야 합니다.
◇사회=역시 독창적인 기획만이 우리나라 게임업체들이 일본을 비롯한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인 것 같습니다.
◇장신환(마리텔레콤 이사)=최근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가 업체가 가장 진출하고 싶은 해외 시장으로 일본이 1위에 올랐다고 합니다. 특히 일본은 오랜 기간 게임 사업을 벌여 세계적인 캐릭터를 창출하고 이를 통해 게임·애니메이션·완구 등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지배하는 확고한 프로젝트 매니지먼트를 보여주고 있어 이에 대한 노하우에 있어서도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구보 사장께 한국은 일본에 비해 과연 독창성이 뒤지는지 묻고 싶습니다.
◇구보 유타카=결론을 먼저 말씀드리면 한국이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일본에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일본이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기획이 뛰어난 것은 이 사업을 오랫동안 해오면서 노하우를 쌓아왔기 때문입니다.
일본도 초기에는 미국 영화를 모방한 작품들이 유행했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애니메이션과 만화·게임 등에 익숙한 세대들이 개발자로 자라나면서 지금 일본은 키티나 디지몬·건담 등 세계적인 캐릭터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한국도 관련 산업의 노하우가 늘어나면서 조금씩 창의성이 드러날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어떻게 창의력을 가진 젊은 개발자들을 키워나갈 수 있느냐에 한국 업체와 정부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사회=짧은 시간이었지만 국내 업체들이 일본에 진출하기 위해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지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향후 비디오 게임 시장이 개방되면 일본 게임은 한국 시장에 물밀듯이 밀려올 것입니다. 이에 적절히 대비하고 또 나아가 일본 시장에서도 국내 업체들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개별업체뿐만 아니라 업계가 공동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3회 게임콘텐츠포럼 세미나를 지켜봐주신 어려분께 감사드립니다.
<정리=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