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청소년들의 노출증

 ‘너에게 나를 보여주마.’ 성인영화 제목같은 이 말은 최근 청소년들의 영상채팅 사이트에서 자주 등장하는 대화다.

 올들어 국내 음란사이트에는 영상채팅을 통해 노출된 알몸이나 성기 확대장면을 캡처한 사진이나 동영상을 뜻하는 ‘웹캠’들이 나돌고 있으며 웹캠 사진이나 동영상만을 보여주는 전문 음란사이트도 등장했다.

 지난 2년여간 초고속인터넷망 보급 확대와 PC방들이 늘어나면서 그동안 인터넷 전송속도와 솔루션의 한계로 어려움을 겪었던 영상채팅 사이트들도 호황을 누리고 있으며 이용자는 주로 중고등학생 등이 주종을 이룬다. 최근에는 성인들만 참여할 수 있는 성인 영상채팅 사이트들이 생겨나면서 이용 연령층도 30∼40대로 점차 고령화되고 있다.

 이런 영상채팅 사이트에서는 최근 일부 청소년들의 알몸 보여주기가 성행하고 있다. 주로 초고속인터넷망을 설치한 가정에서 자신들의 몸을 벗어 서로에게 보여주는 ‘노출증’이 심각한 수준에 달하고 있으며 심지어 PC방에서도 옷을 벗는 대담성마저 보인다.

 이들의 은밀한 ‘알몸 보여주기’는 다시 음란 콘텐츠로 바뀌어 음란사이트에서 떠돌고 있다. 특히 일부 웹캠 사진들에는 얼굴과 이름까지 그대로 드러나 여기에 등장한 청소년들의 사생활 피해가 크게 우려되고 있다. 또 어른들이 영상채팅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청소년들의 성 매매나 원조교제의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한다.

 이같은 웹캠들은 그동안 사회문제로 번졌던 ‘몰래카메라’와 달리 자신들이 직접 노출하고 있어 청소년들의 성 왜곡이 또다른 사회문제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정부기관에서 대대적인 음란물 단속에 나서면서 음란사이트를 폐쇄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청소년들이 매일매일 카메라앞에서 쏟아내는 음란물의 기승을 잠재우기는 역부족이다. 청소년들에 대한 음란노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기술적인 눈가리개보다 신기술을 제대로 받아들이고 활용할 수 있는 잣대를 세우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