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부품업계 사업실적 저조,내년도 불투명

 세계 IT경기침체에 따른 수출 부진, 내수 위축으로 고전해온 전자부품업체 대부분이 미 테러사태라는 돌발악재까지 겹쳐 올 사업목표 달성은 고사하고 지난해 실적에도 못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다 미 테러사태로 세계 IT경기가 내년 중반경부터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당초 기대와는 달리 일러야 2003년 후반기부터 회복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마저 나오고 있어 전자부품업체들은 내년도 경영계획 수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삼성전기(대표 이형도)는 수차례 사업계획을 수정한 끝에 마련한 3조5000억원의 매출에 1000억원 정도의 경상이익마저 달성하기도 어려울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는 올초에 세운 매출목표 5조3000억원보다 무려 8000억원 정도 빠지는 수치며 지난해 4조2300억원에도 크게 미달할 전망이다. 특히 매년 30% 이상의 고속성장을 거듭해온 삼성전기는 사상 처음으로 전년 동기보다 매출이 감소하는 최악의 기록을 남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삼성전기의 한 관계자는 “올해 사업 실적이 당초 기대에 못미치는 것도 문제지만 내년도 사업 전망이 밝지 않다는 데 경영의 심각성이 있다”면서 “세계 전자부품 경기가 2003년 후반기에 들어서야 회복될 것으로 보고 내년 경영계획을 보수적 관점에서 수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G이노텍(대표 김종수)은 세계 IT경기회복이 지체됨에 따라 매출목표를 올초 8700억원에서 7000억원으로 축소조정했으나 이나마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LG이노텍이 추산하고 있는 올 매출실적은 약 6300억원으로 수정목표치의 90%선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300억원 정도에 달했던 경상이익을 올해는 기대하기 힘들다는 게 이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LG이노텍은 이달말까지 매듭지으려던 내년도 사업계획을 원점에서부터 재검토, 전면 수정할 계획이다.

 파츠닉(대표 박우영)도 올초 2700억원 정도의 매출에 60억원의 경상이익 달성을 무난할 것으로 내다보았으나 갑작스런 경기 급랭으로 목표를 2500억원으로 낮추었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최근 사업 실적을 점검해본 결과, 잘해야 2200억원 정도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내년도 경영계획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암울하다”고 설명했다.

 코리아써키트(대표 송동효)는 올해는 더 이상 기대할 게 없을 것으로 보고 매출목표 3200억원은 고사하고 지난해 실적 2530억원도 달성하기 힘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회사측은 “2002년 사업 전망도 어둡다”면서 “미국 IT경기 회복에 기대를 걸어 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삼영전자(대표 변동준)도 전해콘덴서 수요 감퇴로 올 상반기 동안 82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데 그쳐 연말까지 지난해 실적 2230억원을 채우는 것조차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는 등 국내 주요 전자부품업체들이 매출 부진에 향후 사업 전망까지 불투명, 내년도 경영계획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이희영기자 h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