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IT인력 채용 확산 배경과 전망

 최근들어 해외인력 채용이 늘고 있는 것은 국내에도 해외인력 수급에 관한 시스템이 갖춰지고 있다는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그동안 해외 IT인력을 들여와 채용한 국내기업은 숫자면에서도 미미할 뿐만 아니라 대부분이 개별적인 차원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지속적인 수급이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들어 민간기업의 고용패턴이 변화한데다 리크루팅 업체의 활동으로 해외인력 확보가 쉬워졌으며 여기에 정부의 지원정책까지 결합돼 3박자가 맞아떨어지면서 해외인력 수급이 체계화·보편화하고 있는 것이다.

 ◇3박자의 조화=가장 큰 이유는 민간기업의 고용패턴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대부분의 국내기업들은 모든 개발부문을 국내인력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해왔지만 제품의 단가를 낮추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저렴한 해외인력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 나가고 있다. 또 해외진출을 추진하는 업체의 경우 글로벌한 제품의 모양새를 갖추기 위해 영어권 인력의 서구적인 감각이 필요할 수밖에 없어 인도 등 해외인력을 점점 선호하는 추세다.

 이같은 분위기에 편승해 인도·러시아·필리핀 등지의 현지 인력알선 업체와 제휴해 해외인력 리크루팅 사업을 벌이는 사업자들이 20여개로 크게 늘어난 것도 주요 요인이다. 델타IMC·비티엔·DIT 등은 대부분 수백명 이상의 러시아 및 인도인력을 확보해 놓은 상태이며 기업들이 원하는 경력과 조건에 맞게 매칭하는 노하우도 점점 늘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해 11월 15일부터 산업자원부가 해외 기술인력에 대해 비자 등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골드카드제를 시행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는 중소기업청이 해외인력 채용기업에 최고 1200만원의 자금을 지원하는 정책을 내놓으면서 민간기업의 해외인력 채용이 급류를 타고 있다. 실제 최근 인도 및 러시아 인력을 들여온 기업 가운데 80% 가량이 중기청의 지원대상에 선정된 업체다.

 ◇인도가 70∼80% 차지=최근 들어온 해외인력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인력이 바로 인도 개발자다. 미디어링크를 비롯해 이포넷, 아소텍 등 해외인력을 채용한 기업수는 전체 해외인력 채용기업의 70∼8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 다음으로 러시아, 필리핀 등이 거론되고 있으며 파키스탄 등 수준이 그다지 높지 않은 지역 인력의 경우에도 단순 개발업무 부문에 채용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인도 및 러시아 인력채용이 많은 것은 이들 인력에 대한 자질 검증이 이미 끝난 데다 정부정책이나 리크루팅 업체들의 활동 역시 이 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의 경우 전체 IT매출의 80% 가량이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기업에서 하청받아 SW를 용역개발하는 수익으로 이뤄져 있을 정도로 IT개발 경험이 풍부하고 질도 우수한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러시아는 수학, 물리학 등 기초과학이 탄탄하고 고난도 프로젝트 경험을 갖춘 인력들이 많다는 점에서 인정받고 있다.

 이들 해외인력은 아직 엔진 등 핵심 부문보다는 인터페이스 작업, 영문 버전 작업, 매뉴얼 작업 등 부차적이지만 세심한 주의를 요하는 업무에 많이 투입돼있다. 스콥의 경우는 영문 버전 작업을 필리핀 인력에게 전담하도록 하고 있으며 아소텍과 클릭큐, 한국솔루션센터의 경우 사용자 인터페이스 강화 및 리서치, 사용자 매뉴얼 작성, 영문 버전 작업 등에 인도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대부분의 업체들은 1∼2명을 시범적으로 채용해 업무를 맡겨 보고 만족스럽다는 평가가 나올 경우 추가로 채용해 아예 팀을 만들어 준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조직문화 먼저 마련돼야=그러나 해외인력 채용이 성공적인 결과를 낳기 위해서는 기업에서 미리 준비해야 할 사항들이 많다.

 우선 해외인력을 어떤 업무에 투입할 것인지를 명확히 하고 어떻게 커뮤니케이션을 이뤄낼 것인지 방안을 미리 모색해야 한다. 특히 상당수의 업체들이 영어 등의 문제로 인해 협업이 제대로 안되는 것을 해외인력 활용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고 있다. 스콥정보통신의 한 관계자는 “언어소통문제로 인해 대화가 잘 안되면 제품 일정이 지연되는 것은 물론 당초 기획의도와는 달리 엉뚱한 결과물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며 “이같은 문제를 사전에 인지하고 준비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또 기존 국내 개발자들과 해외인력이 조화롭게 개발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전사적인 공감대를 마련해야 하며 문화적인 이질감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하는 프로그램도 필요하다.

 이와 함께 단지 임금이 저렴하다는 차원에서 해외인력 채용을 사고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인도 인력의 경우 현지 개발은 저렴하지만 국내로 들여올 경우 인건비가 높아지는데다 항공료, 수속비용, 숙식 등 체류비 등 부대비용이 추가로 들어가기 때문에 이를 감안할 경우 비용적인 메리트는 그다지 크지 않다는 것이 실제 채용해 본 기업의 경험이다. 현재 인도 인력의 경우 경력 2∼3년차 기준으로 2000만∼2300만원대를 형성하고 있으며 러시아 인력은 국내와 거의 비슷한 수준의 임금을 유지하고 있다.

 업계의 전문가들은 임금 차원보다는 글로벌한 기업문화를 심고 제품에 세계화된 감각을 불어넣는다는 국제화 차원에서 해외인력 채용을 사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