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디지털위성방송이 프로그램공급업자(PP)들에 대해 기존 케이블TV와 차별화된 콘텐츠 제공을 요구하고 있으나 PP들의 자금 및 인력 부족 등으로 실현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실정이어서 양질의 프로그램을 통한 디지털 위성방송의 조기 안착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 연말부터 케이블TV 및 위성방송에 동시에 프로그램을 공급하게 될 20여개 PP들은 위성방송이 케이블TV에 제공하지 않은 콘텐츠를 일정량 제공할 것을 요구함에 따라 편성 차별화 등 대책 수립에 나섰다.
그러나 PP들은 별도 제작비 및 인원을 투입해 프로그램을 제작하거나 추가 판권을 사들일 여력이 없어 위성방송측에 특별히 새로운 프로그램을 공급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위성방송 한 관계자는 “계약 과정에서 명확한 차별화 비율을 제시한 적은 없지만 각 PP의 상황을 고려해 일정 정도의 프로그램을 독점 공급받기로 한 것은 사실”이라며 “콘텐츠 부실로 인해 가입자 유치가 더뎌진다면 PP측이 재계약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위성방송 및 케이블TV에 코미디 채널을 공급하게 될 월드와이드넷(대표 민경조)은 위성방송의 일정을 관망하면서 차별화 대책을 수립한다는 입장이지만 추가 프로그램 제작 등에는 회의적인 반응이다.
월드와이드넷 관계자는 “향후 인원 충원 계획 등이 없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프로그램 추가 제작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며 “차별화를 한다고 해도 일부 프로그램의 편집 등을 변경하는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보 장르 PP의 한 관계자도 “대부분 자체 제작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위성방송만을 위해 별도 제작비를 투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양 매체에 대한 편성 시간을 달리하는 방안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 채널들의 경우도 케이블TV 및 위성방송 판권을 동시 구매해 이를 시기를 달리해 순환 편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실질적인 차별화에는 한계를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향후 위성방송이 케이블TV와 뚜렷이 차별화된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다소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PP업계의 한 관계자는 “PP들이 위성방송측의 차별화 요구에 부담을 느낄 경우 프로그램 제목이나 일부 코너만을 변경해 눈가리기식으로 생색을 낼 수도 있다”며 “프로그램을 차별화하기 위해서는 정부당국이 콘텐츠 제작에 필요한 자금과 인력을 지원해 주는 방안이 수립돼야 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