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미 테러사태 이후 통신서비스주는 사들이고 반도체주는 팔고 있다.
2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테러참사 후 국내 주식시장에서 통신서비스의 대표주자인 SK텔레콤과 한국통신 주식을 각각 38만4000주, 96만2000주 매수한 반면 반도체주 국가대표인 삼성전자 주식은 165만3000주를 팔아치웠다. 또 이 기간에 하이닉스반도체는 무려 3016만4000주나 내다팔아 반도체주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냈다.
증시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이 테러사태 이후 불안감 가중으로 시달리는 반도체주를 팔아치우고 경기에 덜 민감한 통신서비스주를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잘나가는 통신서비스주=통신서비스주는 정보기술(IT) 경기회복 지연 전망이 잇따르면서 외국인들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전형적인 내수산업으로 테러사태로 인한 경기불안에도 실적 개선이 전망되기 때문이다.
또 다음달 일본 NTT도코모의 차세대이동통신(IMT2000) 세계 첫 서비스를 앞두고 있는 것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4월 이후 전세계 통신서비스주의 주가를 짓누르던 IMT2000에 대한 우려감이 서서히 기대감으로 바뀌고 있는 것.
정승교 LG투자증권 연구원은 “통신서비스주가 미 테러사태 이후 낙폭과대와 수익개선을 부각시키며 외국인 등 투자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증시침체에도 주가가 상승하며 IT주 하락에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미 테러사태 이후 SK텔레콤과 한국통신의 외국인 지분율은 각각 0.41%, 0.30% 늘어났다.
◇고개숙인 반도체주=이에 비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의 외국인 지분율은 테러사태 이후 각각 1.09%, 3.08% 줄어들었다. 외국인의 집중매도는 삼성전자의 주가를 연중 최저치인 14만2500원까지 떨어뜨리고, 하이닉스반도체의 가격도 1000원대 밑으로 떨어뜨렸다.
테러사태가 몰고 올 후폭풍으로 4분기 계절적 특수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김영준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CPU 가격인하→윈도XP 출시→PC 판매 증가→D램 수요 회복이라는 선순환의 연결고리에 대한 기대감이 이번 미국의 돌발사태로 사라졌다”며 “반도체 소비심리 위축으로 지난 8월 이후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던 반도체 D램 가격이 다시 하락 압박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반도체주의 하락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미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지난주 25.2%나 급락, 같은 기간 나스닥지수 하락률(16.1%)을 상회했다. 또 24일 실적 발표를 앞둔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4분기(6∼8월) 주당순이익(EPS)이 27센트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민후식 한국투자신탁증권 애널리스트는 “당분간 반도체주의 주가회복은 기대하기 어렵다”며 “미국의 보복전쟁 우려감과 반도체업체의 실적악화 전망으로 다음달 초까지 반도체주의 하락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표주 바뀌나=지난 주말 현재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SK텔레콤보다 불과 1조9510억원 많은 21조5640억원. 반도체주 약세 속 통신서비스주 강세라는 현재의 추세가 조금 더 이어진다면 국내 증시의 시가총액 1위가 뒤집어질 가능성도 충분해 보인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