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 벤처캐피털들 투자유보에 울상

 

 벤처기업들이 이번 미국 테러사태에 울고 있다.

 23일 벤처업계에 따르면 미국 테러사건으로 그동안 추진해오던 벤처기업들의 투자유치가 전면 재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 검토 자체를 중단하거나 유보하는 것은 물론이고 승인이 난 투자건까지 자금 입금을 미루는 사태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같은 이유는 지금까지 침체된 경기에도 불구, 경기회복에 대한 일말의 기대감이 있었지만 이번 사건으로 경기회복에 대한 전망 자체가 매우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최근 UTC벤처, 우리기술투자, TG벤처 등으로부터 13억여원을 투자받기로 했던 엠비텍의 경우 미국 테러사태 이후 이들 벤처캐피털이 투자를 미루고 있어 투자유치에 제동이 걸렸다. 뿐만 아니라 투자유치를 전제로 발행하려 했던 전환사채마저 투자업체들이 인수를 꺼리고 있어 자금조달 길이 막혀버렸다.

 이러한 현상은 벤처캐피털들이 미국 테러사태가 향후 경기에 미치는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판단, 최대한 보수적인 투자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의 벤처캐피털인 KTB네트워크의 경우 이미 회사 차원에서 투자승인이 난 기업들에 대한 자금 집행 일정을 최대한 늦추도록 지시했다. 자금 집행이 이뤄지기 전까지 한번 더 투자에 대한 심사숙고 기간을 거치라는 지침이다. 또 아직 승인이 나지 않은 기업에 대해선 투자심사 기간을 늦추고 있으며 중요도가 떨어지는 심사건에 대해서는 심사 자체를 보류하고 있다.

 KTB네트워크와 선두경쟁을 벌이고 있는 산은캐피탈도 마찬가지다. 벤처투자 부문의 비중을 늘리고 있지만 현재로선 신중한 투자자세를 견지할 수 밖에 없다는 인식아래 신규 투자를 꺼리고 있다.

 한국기술투자, 우리기술투자, 동원창업투자, TG벤처, 무한기술투자 등 주요 벤처캐피털들도 신규 심사의뢰는 꾸준히 받아 들이고 있지만 실질적인 심사에 착수하는 기업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대부분 업체의 심사를 뒤로 미뤄놓고 있으며, 또 심사에 착수하더라도 심사기간을 기존의 2∼3배 이상으로 늘려잡고 있다.

 이와 관련 우리기술투자의 곽성신 사장은 “투자가 집행된 기업들에 대해선 사후관리쪽에 주력할 수밖에 없지만, 아직 투자가 이뤄지지 않은 업체의 경우는 돌다리도 두드린다는 식으로 한번 더 세부적인 검토를 거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벤처기업 관계자는 “벤처캐피털들의 투자가 점점 더 위축되면서 벤처기업, 특히 보증기관의 보증 등을 통한 금융권의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창업초기 기업들의 어려움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