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애국심 주가는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테러사건 이후 4영업일을 휴장한 뒤 17일(이하 현지 시각) 재개장한 나스닥시장은 매매 개시 첫날 6%대 하락으로 선방하는 듯했으나 주중 한 번의 반등도 보이지 못하고 결국 16.1%의 하락률로 한 주를 마감했다. 나스닥지수는 272.19포인트 하락한 1423.19로 한 주를 마감, 1500선마저 무너졌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기습적인 금리인하와 기관들의 매도 자제가 이어졌으나 미 테러 쇼크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졌으며 보복공격이 언제 터질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이 투자심리를 냉각시켰다는 평가다. 또 8월 반도체 수주대출하비(BB율) 하락, 반도체업종에 대한 실적전망치 하향조정 등도 악재로 작용했다. 나스닥시장의 재개장과 동시에 주요 기업들의 사전 실적 발표 시즌을 만나게 된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가 21일 지난 8월 북미 반도체장비 제조업체들의 반도체장비 BB율이 0.61을 기록, 전월의 0.63에 비해 다소 하락했다고 발표한 것도 가뜩이나 불안한 증시에 찬물을 끼얹었다.
반도체 및 PC업체의 실적전망치 하향조정도 악재가 됐다. 리먼브러더스의 댄 나일스는 당초 하반기 계절적 특수를 기대하던 PC 분야의 실적이 미국 테러 쇼크에 따른 투자심리 악화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반도체 생산업체들의 매출전망치도 일괄 하향조정했다.
주 후반에는 세계 최대의 데이터 저장시스템 생산업체인 EMC가 3분기 순이익 전망치가 목표보다 밑돌았으며 인력의 10%도 감원할 계획이라고 밝혀 불안심리를 가중시켰다. 이 같은 악재로 반도체업종은 인텔이 한 주간 26.0%나 하락하는 등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25.2%나 폭락했다. 이는 나스닥시장 주간 하락률 16.1%를 크게 상회한 수치다.
인터넷업종도 야후가 26.1% 하락하고 AOL과 아마존도 모두 13.3% 하락을 기록하는 등 약세를 면치 못했다. 나스닥에서 거래되는 국내 기업들 가운데는 두루넷과 하나로통신 주식예탁증서(DR)가 각각 27.3%, 24.5% 하락하며 테러 충격을 견뎌내지 못했다.
<박지환기자 daeba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