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판짜는 PP시장](1)프롤로그

올 들어 케이블TV 산업환경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급변하고 있다. 정부의 심사를 받아야 했던 프로그램공급업(PP)은 일정 요건만 갖추면 누구나 할 수 있게 됐으며 위성방송의 등장으로 새로운 수요처가 생겨나는 등 양적 팽창과 함께 질적으로 다양해지는 빅뱅을 맞고 있다. 지난 3월부터 시행된 PP등록제로 이미 100여개가 넘는 비디오 채널과 90여개의 오디오 채널 사업자가 새롭게 등장했다. 그러나 PP업체들은 과거의 안정적인 기반에서 벗어나 냉혹한 적자생존의 밀림 속으로 떠밀리게 됐다. 경쟁력이 없는 PP는 케이블이나 위성에서 낙오될 것이며 새로운 경쟁자들이 시장 선점을 위해 공격적인 경영에 나서고 있다. 새판을 짜고 있는 PP업계를 분야별로 점검해 보고 앞으로의 발전방향을 모색해 본다.편집자




 







 지난 95년 케이블TV산업이 시작됐을 때 PP는 모두 29개로 출발했다. 여기에는 공공채널과 홈쇼핑, 보도채널, 영화, 음악, 다큐멘터리 등이 포함돼 있었다. 이 체제는 5년 동안 큰 변화가 없었다. 그러다가 지난해 5월, 15개의 신규 채널이 방송위원회로부터 사업자로 등록증을 받았다. PP 수가 44개로 늘어난 것이다.




 신규 PP들은 치열한 경쟁을 뚫고 사업자로 선정됐지만 케이블TV환경은 이들을 모두 수용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케이블TV방송국(SO221)들이 수용할 수 있는 채널에 한계가 있다며 신규 PP를 선별적으로 수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고 올해 PP등록제가 시행되자 이러한 수급 불균형 현상은 더욱 심화됐다.




 방송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등록증을 받은 PP는 지난 5일 현재 비디오 채널 114개와 오디오 채널 97개로 집계됐다.




 여기에 기존 사업자를 합치면 비디오 채널 사업자만 150개가 넘는 것이다. 이처럼 올 들어 신규 등록 PP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은 기존 케이블TV 외에도 위성방송이 등장하는 것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위성방송이 시작되면 100개에서 200개의 채널을 수용할 수 있어 신규 PP들은 뚫고 들어가기 어려운 기존 케이블TV시장보다는 신천지라 할 수 있는 위성방송 사업권을 따내는 데 더 큰 비중을 두었다.




 이 때문에 위성방송이 채널사업자를 선정하기 이전까지 수많은 PP들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났다. 한 달에 수십개의 채널이 새롭게 등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위성방송이 채널 사업자 선정을 마친 이후에는 신규 등록 PP 수가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 PP등록제가 시행된 이후 3개월 동안 100개로 폭발적으로 늘어났던 비디오 채널은 6월 이후 3개월 동안 겨우 10여개의 채널이 추가됐을 뿐이다.




 또 위성방송에 사업자로 신청했다가 탈락한 많은 PP들이 사업 추진을 포기하거나 방향설정을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PP등록제는 그동안 정부의 통제로 억제돼 왔던 다양한 장르들이 대거 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든 것만은 분명하다.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영화 채널이 10개 이상 등장했는가 하면 게임채널만 6개로 늘어났고 다양한 정보제공 채널들도 선보였다.




 이는 다양성에 목말라 했던 시청자들에게 반가운 현상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 많은 채널들을 케이블과 위성이 다 소화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막강한 자금력과 우수한 인력을 갖춘 온미디어와 m.net 등 복수PP에 의해 PP시장이 주도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PP산업이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자유경쟁을 통해 경쟁력 있고 우수한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사업자가 살아남는 환경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