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업계 지각변동 예고

 IT경기 불황과 주식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국내 시스템통합(SI)업계에 새로운 판도변화가 예고된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대형 프로젝트 부재로 SI업체들간 부익부빈익빈현상이 더욱 심화되면서 국내 SI업체간 인수 및 합병설이 제기되는 등 조만간 국내 SI시장 구도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구도 변화의 조짐=올들어 계속된 프로젝트 기근 현상은 SI업체간 생존경쟁으로까지 이어지면서 대형업체와 중견업체간 영업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SI업체 한 관계자는 “변호사가 법무사 일도 마다하지 않는 상황에서 새로운 사업영역을 만들어내지 못한 법무사는 변호사 사무실에 취직하거나 문을 닫을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실제로 중견 SI업체인 A사는 최근 영업부진으로 신규 SI사업을 사실상 포기한 상태이고 B사는 해외 투자자금이 일시에 빠져나가면서 회사운영의 건전성을 문제로 주주들로부터 곤욕을 치렀다. 대부분의 중견 SI업체들은 이미 감량경영과 조직재편작업에 착수한 지 오래다.

 한국SI연구조합(이사장 김광호)이 최근 발표한 ‘한국 SI기업 현황 및 실태조사’에서도 상위 10개사의 매출이 전체 국내 SI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가운데 자본금 100억원에서 1000억원 규모의 중견업체수는 지난해 27개사(19.3%)에서 올해는17개사(8.9%)로 크게 줄어들고 있다.

 대형 SI업체들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해외매각을 추진해온 쌍용정보통신과 현대정보기술은 네트워크통합(NI)시장의 급격한 침체와 불투명한 해외사업 전망으로 새로운 돌파구 마련이 절실한 형편이다. 이들 두 회사의 주식 총가치도 최근의 증시침체로 거의 반토막이 난 상태다.

 ◇어떤 구도 변화가 가능한가=사업영역 확장을 꾀하는 대형 SI업체가 금융·유통·통신 등 특정업종에 전문화된 중견 SI업체 또는 관련 사업부문을 인수하는 형태가 현재로선 가장 유력하다.

 국내 증권사 한 관계자도 “현재 진행되는 한국통신 SI 자회사인 한국통신기술(KTI)의 매각을 시작으로 국내 SI시장 전반에 인수 및 합병 움직임이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현재와 같은 불황이 계속될 경우 중견업체 중 일부는 SI사업을 아예 포기하거나 대형업체에 인수 또는 합병될 운명에 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같은 시장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2, 3개 중견 SI업체가 연합전선을 형성하거나 아예 합병하는 경우도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중견 SI업체 K사장은 “과거 IMF시절, 3개 중견 SI업체가 회사합병을 구체적으로 논의한 바 있다”고 밝히며 “당시 IT경기 회복으로 중단했던 합병논의를 재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현대정보기술·쌍용정보통신 등 해외매각을 추진하는 대형 SI업체의 국내매각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대형 SI업체 한 관계자는 “이들 두 회사 중 한군데는 해외매각 추진과 동시에 이미 국내 주요 그룹사에도 인수 제의를 해놓은 상태며 현재의 주식가격 수준이라면 충분히 고려해볼 만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향후 국내 SI시장은 IT경기 침체에 따른 기업간 인수 및 합병과 자발적인 사업 포기 또는 퇴출이 이어지면서 회사 규모면에서의 양극화현상이 뚜렷해지고 대형업체에 기술 인력과 매출이 집중되는 부익부빈익빈현상도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