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넘` 상용화에 박차를

국내업체들이 이넘(ENUM)체계의 표준화 작업과 기술개발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니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이넘은 전화번호를 인터넷으로 변환할 수 있는 프로토콜이다. 유무선 웹 브라우저를 통해 전화망이나 인터넷 전용망에서 팩스와 전화·e메일을 통합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전화와 팩스번호 및 인터넷주소를 기억하지 않고도 통합번호 하나만으로 인터넷을 비롯한 모든 통신이 가능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이 때문에 이넘이 상용화를 시작하면 이넘은 차세대 종합통신체계로 부상해 기존 통신과 인터넷시장의 지각변동을 가져올 것이 확실하다.

 우리가 이 분야의 기술 및 표준화 등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다면 우리는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는 곧 국내업체의 세계시장 개척과 수출확대 등과 직결돼 있어 국가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넘의 상용화는 우리보다 미국이 한발 앞서서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국무부 주도로 41개업체가 참여하는 매머드 컨소시엄을 구성해 내년 5월 시범서비스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일부 시민의 반대의견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워낙 정부와 관련업계가 비중을 두고 추진중이어서 내년 5월 상용서비스에는 차질이 없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인터넷정보센터가 최근 인터넷솔류션 및 도메인업계를 대표하는 12개사 관계자들과 회합을 갖고 이넘체계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키로 한 것은 다행한 일이다. 디지털시대는 속도전이고 기술세계에서도 그 분야를 선점한 자만이 시장을 지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록 우리가 출발은 늦었지만 해당업체와 정부가 지혜를 모아 표준화 및 기술개발에 총력을 기울인다면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본다.

 업계는 조만간 산학연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정부 산하 무선인터넷포럼에 ‘이넘분과위원회’설치도 적극 추진키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이런 일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산학연 컨소시엄 구성이 빠른 만큼 더 많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지금 우리의 인터넷 인프라나 기술수준에 비춰볼 때 통신사업자 및 솔루션 업체가 혼연일체가 돼 노력한다면 무선 분야에서 서비스 구현은 어렵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정부는 우선 업체들이 축적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내년까지 이 서비스를 국내에서 상용화할 수 있도록 기술개발 및 표준화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미 국제전기통신연합(ITU)도 지난해 10월 이넘체계 관련 첫 공식 회의를 열고 “이넘은 전화번호 체계와 밀접한 관계가 있어 국가적 차원에서 운영해야 한다”고 각국에 권고한 바 있다.

 정부는 이제 국가적인 차원에서 이 서비스의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도록 관련업계를 지원해 주고 특히 국제표준안 마련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ITU는 지난해 10월 첫모임을 가진 뒤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표준화와 기술개발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가 이넘의 기술개발 및 표준화에 참석해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경우 이넘의 해외기술 이전이나 해외시장 개척 등에 크게 유리할 것이다.

 지금 기업의 최대 난제중의 하나가 해외 거래처 개척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분야의 기술우위를 확보할 경우 해당 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국가경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넘 상용화를 위한 확고한 비전과 차질없는 사업추진으로 우리가 기술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