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다치데이터시스템스(HDS)코리아가 설립될까.
HDS가 HP에 이어 선에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하이엔드 스토리지 제품을 공급키로 함에 따라 국내 히타치 스토리지 공급업체간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HDS가 한국 지사를 조만간 설립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같은 전망은 우선 국내 스토리지 시장을 효율적으로 공략하기 위해서는, 히타치 스토리지 공급업체간 경쟁에서 오는 출혈경쟁을 피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할 것이라는 판단에 근거한다. 현재 국내에서 히타치 제품을 공급하는 업체는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과 LG히다찌·한국HP·한국썬 등 4개사. 이중 한국썬은 한국HP에 이어 OEM으로 제품을 공급받아 최근 영업에 들어갔다. 또 HDS와 효성이 합작해 설립한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은 HDS의 한국 내 대리인격으로, 히타치와 LG가 지분을 공유하고 있는 LG히다찌는 히타치 대리인격으로 국내 영업을 지휘하고 있다.
따라서 일본 히타치 본사의 합작법인인 LG히다찌는 열외로 치더라도 미국 HDS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한국HP·한국썬 등 3사의 경쟁은 의외로 제살깎기식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효성과 LG히다찌가 이전과는 달리 직접적으로 맞닥뜨리는 횟수가 늘고 있으며, 한국HP와 한국썬마저 서버에 이어 스토리지부문에서도 물고 물리는 혈투를 벌일 가능성이 높다. 당초 EMC와의 한판 승부를 벼르던 히타치가 한국에서는 공급업체간 경쟁으로 인해 자중지란에 빠질 상황에 놓인 것이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책으로 HDS코리아가 설립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효성인포메이션이나 한국썬 등은 이 같은 논의가 HDS와 효성 측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효성인포메이션 측 관계자는 특히 “연말까지는 어떤 형태로든 결론이 날 것”이라고 희망섞인 관측을 내놨다.
그렇다면 HDS코리아가 설립되면 어떤 형식이 될까. 업계 관계자들은 우선 HDS가 합작사인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의 지분을 인수해 HDS코리아로 옷을 바꿔입는 상황이 가장 유력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효성인포메이션의 영업활동을 그대로 이어가는 한편 한국썬과 한국HP의 공급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효성 측이 지분을 쉽사리 내놓을지에 대해서는 장담할 수 없다. 효성 측이 과거 다른 회사의 예를 들어 지분 이전에 따른 프리미엄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해 ‘프리미엄’이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별도의 HDS코리아가 설립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효성 측과의 지분인수 협상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를 가정하고는 있으나 이미 합작사가 존재하고 있는 마당에 새로 지사를 설립한다는 것도 쉽지는 않다. 또 그럴 경우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는 효성 측의 반발이 불가피하다.
이와 관련해 업계 한 관계자는 “HDS코리아 설립의 가장 큰 걸림돌은 효성 측과의 협상 결과에 달려 있다”며 “만약 HDS코리아가 설립된다면 한국HP와 한국썬이라는 대형 리셀러를 거느리는 셈이 돼 스토리지 시장에서 선두업체인 한국EMC와 선두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