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중국시장 진출 조건

 “이제 더 이상 한국으로부터 배울 것이 없습니다.”

 최근 중국을 방문한 전경련 관계자에게 중국인들이 한 말이다.

 이미 알려진 대로 중국은 90년대부터 거대한 땅과 12억의 수요자 층을 기반으로 잠재 시장성을 평가받아 글로벌 기업들의 각축장이 됐다. 지리경제적 조건과 유능하고 값싼 인력 조건을 연계해 성장엔진의 속도와 규모를 키워 왔다. 게다가 올 상반기까지 외자유치액이 207억달러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하는 등 세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미국 IT경기의 침체로 인해 올해 경제성장률이 2%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는 등 몸살을 앓고 있다. 물론 정부는 이같은 점을 감안 최근 정보기술(IT), 생물기술(BT), 콘텐츠기술(CT), 환경기술(ET), 나노기술(NT) 등 5T중심의 장기 발전계획을 수립하는 등 국제경쟁력 갖추기에 적극 나섰다.

 하지만 최근 민간연구기관들이 내놓은 연구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 총 수출의 20%를 점하는 미국경제의 침체에 따라 우리경제의 동반 침체를 걱정하고 있다. 이들 보고서는 한편으로 더 이상 미국시장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중국의 급추격에 따른 대응 필요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기술력을 가진 우리 기업들은 ‘그림의 떡’이 될지도 모르는 중국시장에 대한 꿈을 그리고 있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중국에 진출해 이익을 올리는’ 꿈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국내기업이 중국에 진출해 성공했다는 소식은 거의 들리지 않는다.

 중국시장 진출 실패 경험자들은 일관성 있는 경제계획 추진력을 볼 때 중국의 성장잠재력이 높지만 그 속에 숨어있는 ‘폐쇄성’이 현지진출 외국기업들의 정착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공동사업 추진 동의후 2년을 기다려도 나오지 않는 발주서나 양해각서 작성후 제품을 만들어 놓았지만 신용장을 보내주지 않는게 대표적이라는 지적이다.

 그만큼 중국진출을 추진하는 우리기업들에 필요한 것은 중국의 숨어있는 폐쇄성의 실체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와 지원기관들은 보이지 않는 그 폐쇄성의 실체 파악조차 못하고 있는 것같다. 중국 베이징에 지사를 둔 우리 IT기업의 수가 지난 6월말 현재 137개사라는 사실조차도 모르고 있다. 그 가운데 5% 정도만이 영업실적을 냈다는 사실은 무작정 중국에 진출해 성공스토리를 만들기 쉽지 않음을 말해 준다. 중국과 교역을 확대하려는 우리정부와 지원기관의 노력은 여기서부터 실마리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 이제는 우리가 속속들이 중국을 알아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과학기술부·이재구기자 j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