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장비업종의 주가가 크게 떨어졌음에도 불구, 전문가들은 오히려 비중축소 관점에서 접근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이는 반도체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사라진 상황에서 반도체 경기에 후행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는 반도체 장비업체들의 실적악화가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장비업체의 주요 공급처인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가 설비투자 축소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단기간에 실적회복을 기대하기도 어렵다는 진단이다.
반도체 장비주들은 지난 11일 미 테러사태 이후 시장평균보다 낙폭이 월등히 컸다. 교보증권의 조사에 따르면 거래소(4개사)와 코스닥(24개사)시장에서 거래중인 반도체 장비업체들의 주가는 각각 24.1%, 33.3% 하락, 시장지수 하락률 10.8%와 19.1%를 크게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반도체 장비업체들의 큰 주가하락은 미국 테러로 반도체업체의 4분기 회복 기대감이 무산됐고 삼성전자 3분기 실적에 대한 우려 등이 표면적인 원인이지만 일부 기업들의 유동성 위기가 대두된 것도 한몫했다. 하반기들어 수주 물량이 급감하는 등 수익성 악화가 기정사실화돼 있는데다 일부 기업들의 자금난까지 불거져 나온 것이다.
김영준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장비업체의 현금성 자산 감소와 차입금 증가로 재무구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코스닥등록업체들의 차입금은 그리 크지 않고 철저한 예산통제 등 보수적 경영으로 위험요인은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반도체 장비에 대한 유동성 문제 제기가 다소 과장됐더라도 실적악화가 진행중이며 주가 상승모멘텀이 없다는 데는 대부분 공감하고 있다.
정창원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장비들의 위험요소는 급성보다는 만성쪽에 가깝다”며 “상반기 선전하던 주성엔지니어링의 매출도 하반기들어 급감하는 등 장비업체들에 대한 투자의견은 ‘중립이하’로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영준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장비업체들은 수익성이 크게 낮아지고 있으며 삼성전자로의 종속성 강화 등 영업상의 위험도 증가하고 있다”며 “단기낙폭 과대와 해외변수에 따라 기술적 반등은 가능하겠지만 반등시 매수에 가담하는 것보다는 반등을 이용해 보유물량을 축소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