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진사댁 경사’ ‘마부’ ‘자유부인’ ‘돌아오지 않는 해병’.
영상문화에서 소외된 노인층엔 이름만 들어도 젊은 시절의 추억을 불러일으킬 아련한 추억의 명화들이다. 청소년에게도 과거의 우리 삶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작품이다.
60년대 영화 부흥기에 극장가를 누비던 명작이건만 비디오 대여점에서 자취를 감춘 지 오래며 일부 작품은 필름조차 제대로 보관돼 있지 않아 영원히 볼 수 없을 지경이다. 그러나 올 추석에는 사라진 명작 방화를 부모님께 효도선물로 보여 드리거나 함께 감상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영화마을이 ‘자유부인(56년)’ ‘마부(61년)’ ‘박서방(60년)’ ‘김약국의 딸들(63년)’ ‘맨발의 청춘(64년)’ ‘맹진사댁 경사(62년)’ ‘돌아오지 않는 해병(63년)’ ‘장희빈(61년)’ ‘갯마을(65년)’ ‘수학여행(69년)’ 등 ‘추억의 한국영화 10선’을 세트로 마련해 전국 650여개 가맹점을 통해 판매하는 동시에 대여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박암 주연의 ‘자유부인’은 교수 부인의 타락을 다뤄 당시 도덕성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사회에 큰 충격을 던진 작품. 해방 이후 멜로드라마로는 최초로 큰 관심을 끌면서 60년대 멜로 제작 열풍의 도화선이 됐다.
김희갑 주연의 ‘맹진사댁 경사’는 56년 이병일 감독의 ‘시집가는 날’을 리메이크해 민속명절과 연휴에 어김없이 방송되던 우리 영화의 걸작.
전통사회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신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 ‘김약국의 딸들’은 박경리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 ‘오발탄’ ‘사람의 아들’ 등 끊임없이 문제작을 만들어낸 유현목 감독의 대표작이라 눈길을 끈다.
장동휘·최무룡·구봉서가 출연한 ‘돌아오지 않는 해병’은 우리 전쟁영화사를 거론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작품으로 전쟁의 참상을 겪는 군인들의 공포와 전우애를 심도있게 그려냈다. 제작된 그해 대종상과 청룡영화상을 휩쓴 이 작품은 이후 우리 전쟁영화의 전형이 됐다.
TV 사극으로 끊임없이 재현된 야심만만한 요부 장희빈을 60년대 버전으로 만날 수 있는 작품이 김지미 주연의 ‘장희빈’. 당시 최고의 남자 배우 김진규의 연기와 표독스러운 눈빛과 애간장을 녹이는 미소로 수많은 영화팬들로부터 찬사를 받은 김지미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다.
이밖에 신영균·황정순이 열연한 강대진 감독의 ‘마부’와 강대진 감독의 또다른 대표작 ‘박서방’도 눈에 띈다. 바다로 나간 남편을 기다리며 살아가는 갯마을 아낙들의 애환을 담은 김수용 감독의 ‘갯마을’과 현대문명을 모르고 살아가는 외딴 섬마을 아이들의 모습을 코믹하게 풀어내는 ‘수학여행’에서는 60년대 고전적 서정미와 낭만을 맛볼 수 있다.
<신영복기자 yb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