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대형 할인점들 `가격 파괴` 경쟁 가속 가전·전자유통업계 `초비상`

 수도권 남부의 핵심거점 도시로 급부상중인 수원에서 가격테러라고까지 불리는 대형 할인점간 연쇄적인 가격인하 경쟁이 이어지면서 가전업계와 전자유통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대형 할인점 이마트가 지난 20일 수원에 신규 진출하면서 가전유통시장을 둘러싸고 이마트와 이미 진출한 한국까르푸, 홈플러스 등 대형 할인점간에 가격할인 경쟁이 촉발돼 수원 전자유통상가가 공황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상권현황=수원인구는 8월말 현재 96만여명(약 31만세대)으로 매년 5만여명이 증가해 수도권 남부 지역에서 주요 경제상권을 형성하고 있다. 수원시에는 지난해 한국까르푸가 원천점(팔달구) 1곳, 홈플러스가 북수원점(장안구)과 영통점(팔달구) 각각 1곳에 출점한 가운데 지난 20일 이마트가 권선구에 수원점을 신규 출점, 현재 대형 할인점은 4곳이다.

 또 전자랜드21이 수원점(팔달구)을 열었고 하이마트가 북수원점(장안구), 남수원점(권선구)을 포진한 데 이어 지난 21일 수원점(권선구)을 새로 열어 전자 양판점 수는 4곳에 달해 이들 신유통점과 가전업계 전속대리점간 경쟁구도를 보이고 있다.

 ◇가격할인 경쟁=대형 할인점 이마트는 지난 20일 수원점을 출점하면서 오픈기념으로 이달말까지 TV·VCR·양문여닫이냉장고·DVD플레이어·김치냉장고·세탁기·청소기·캠코더 등 주요 가전제품 을 대리점보다 10∼20% 가량 싼 가격에 한정판매해 오전 8시부터 고객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다.

 특히 코엑스몰과 비교될 정도로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위치한 이마트 수원점이 이같은 가격파괴 판촉행사를 벌임에 따라 홈플러스도 이에 맞대응함으로써 외국계와 한국계 할인점이 각각 국가 자존심을 건 한판싸움으로 비화되는 양상이다.

 일례로 양 할인점간 가격경쟁으로 120만원 가까이 하던 570L급 양문여닫이냉장고가 20만원 이상 하락한 90만원대 초반에 팔리고 있고 그 가격 하락폭이 점점 커지면서 가전업계와 전자양판점업계는 전전긍긍하고 있다.

 게다가 한국까르푸도 다음달 10일 창립 38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판촉행사를 준비하고 있어 이마트와 홈플러스간의 가전제품 할인경쟁에 한국까르푸도 뛰어들 태세며 이마트가 수원에 이어 평택에도 진출한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어 가격테러가 수원을 중심으로 확대·지속될 전망이다.

 

 ◇양판점과 가전업계 대응=양판점과 가전업계는 할인점의 가격테러 대응책을 마련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어찌할 바를 몰라 당혹해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서로 판매경쟁을 지양하자는 데 합의한 가운데 대응책의 일환으로 뚜렷하게 구분되는 할인점 전용모델을 별도로 생산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할인점 전용모델을 생산하기까지 상당한 기간이 걸려 현재 가격하락에 대해선 사실상 대책이 없다.

 이에 따라 가전업계 전속대리점들은 내점객이 50% 가량 급감하면서 매출이 지난달대비 대폭 하락하는 등 울상을 짓고 가전업체만 바로보고 있다.

 삼성전자 국내영업사업부 관계자는 “할인점들이 본사가 아닌 유통시장에서 직접 제품을 구매, 손해를 보면서까지 싼 가격에 판매, 손을 전혀 쓸 수가 없어 대리점을 철수하고 싶은 심정”이라며 할인점의 과잉경쟁으로 중소 상권이 무너질 위기에 있다는 지적이다.

 하이마트 수원판매사업부의 한 관계자도 “이번 이마트 출점으로 벌어진 할인점간 가격경쟁으로 구매고객의 발길이 급격하게 줄었다”며 “제조업체에 납품가격을 조정해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자랜드21도 전자유통질서 자체를 뒤흔드는 이러한 할인점간 가격경쟁 탓에 300평 규모의 수원점을 이달말 전격 철수하고 500평 이상 규모로 수원 다른 지역에 출점하기 위해 부지를 물색하고 있는 등 근본적인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