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산실 침수로 수십억원대에 이르는 유무형의 피해를 부른 동원증권 전산사고가 28일로 1년을 맞았다.
동원증권은 지난해 9월 28일 오전 여의도 본사 건물 5층의 배수시설이 터져 4층 전산실에 물이 흘러들어와 전산시스템이 멈추는 사고를 당했다. 이로 인해 이날 장마감 때까지 모든 증권금융거래가 중단됐으며 일부 서비스는 사고 후 4일이 지나서야 복구됐다.
당시 동원증권 사고는 원격지 재해복구시설만 제대로 갖춰져 있었다면 신속한 업무 재개는 물론 피해 규모도 적었을 것이라는 점 때문에 사회적으로는 재해복구센터의 필요성을 환기시켰다.
◇증권업계의 움직임=사고 당시 원격지 재해복구시설을 갖춘 증권사는 한국증권전산의 분당 재해복구센터를 이용하던 신영증권 한 곳에 불과했다. 따라서 다른 증권사들은 동원증권과 같은 전산실 침수나 최근 발생한 미국 테러사건처럼 주 전산실이 위치한 건물이 파손될 경우 별다른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이후 재해복구센터의 필요성을 인식한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구축을 위해 검토작업에 착수했지만 실제로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곳은 몇 곳에 불과하다.
대신증권, 동양증권, 대우증권, 삼성증권 정도가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을 뿐 나머지 증권사들은 과도한 구축비용 때문에 1년이 지나도록 검토작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고 당사자인 동원증권은 실시간 백업사이트를 구축한다는 방침 아래 솔루션 테스트를 마친 상태이며 현재는 백업 규모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정부기관의 움직임=증권사를 비롯해 금융권의 재해복구시설 관련 지침을 준비하고 있는 곳은 금융감독원이다. 당초 지난 상반기에 지침을 발표하려던 금감원은 금융권의 준비 부족을 이유로 지금까지 발표를 미뤄오고 있다.
이를 관장하는 금감원 IT검사국 관계자는 “현재 대부분의 내용을 작성한 상태지만 가장 민감한 부분인 복구시간 때문에 최종안을 내놓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복구시간을 수시간 또는 수일 단위로 규정하는 가에 따라 구축비용이 결정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수위를 놓고 논란이 많다”고 덧붙였다.
금감원은 이 부분에 대한 합의점이 도출되는 대로 다음달 초께 최종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재해복구센터 비용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통신회선망과 관련된 정보통신부는 아직 이렇다할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재해복구센터 구축 시급하다=전문가들은 이처럼 재해복구센터 구축이 진전을 보이지 않음에 따라 하루빨리 강제적으로라도 금융사들이 이에 나서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대부분의 금융사들이 구축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비용 때문에 차일피일 미뤄오고 있는 만큼 어느 정도는 강제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금융사들이 구축비용을 부담스러워하면서도 자체 서비스 개선을 위한 IT사업에는 막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이중성을 보이고 있기에 이같은 의견은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편 정부차원의 지원도 함께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구축비용 때문에 구축 작업을 중단한 A증권사의 전산 관계자는 “재해복구센터를 구축한 회사에 대해서는 세금측면에서 혜택을 준다거나 재해복구를 위한 회선망에 대해서는 이용요금을 할인해주는 등 정부의 지원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