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분야 여성의 권리는 우리 손으로’
대덕연구단지내 출연연구소에서는 처음으로 IT분야에 종사하는 여성의 권익을 스스로 챙기겠다는 취지를 가지고 발족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여직원협의회(이하 여협). 여협은 원천기술연구소 박선희 박사를 회장으로 여직원 모두가 가입돼 있는 명실상부한 출연연의 여성 대표조직이다.
다른 출연연에서는 꿈도 못 꾸던 지난 99년, ETRI 여성 연구원 및 직원들의 목소리를 담아내기 위해 만들어진 여협은 ETRI전체 연구인력 1900여명 가운데 여직원 244명 전원이 참여하고 있다. 비율로는 전체의 12.8%를 차지한다.
그러나 200명이 넘는 전체 팀장급 이상 보직자 가운데 여성 보직자의 수는 11명으로 ETRI도 한국적인 상황으로부터 예외는 아닌 곳이다. 비율로 따지면 여성보직자는 4.3%에 불과하다. 지난 4월 이후만도 조직의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능력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부서장 1명, 부장 2명, 팀장 1명 등 4명이 보직에서 해임된 바 있다.
이는 여직원들이 경력이나 능력을 떠나 주요보직으로 올라갈수록 승진 등에서 소외받고 있음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대목이다.
“같은 여성조차도 여직원협의회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일 때가 가장 곤혹스럽습니다.”
박선희 회장이 토로한 참담한 심경의 단면이다. 이러한 여직원들의 인식제고를 위해 여협은 민주당 허운나 의원 초청 강연회도 가졌다.
이들은 특별한 대우를 원하지 않는다. 다만 고용이나 승진 등에서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창구역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려고 할 뿐이다.
오는 10월 11일에는 한국여성인력개발원 김영옥 박사를 모시고 ‘정보통신 여성인력 활성화 방안과 ETRI의 역할’을 주제로 제1회 세미나를 마련할 계획이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
사진설명:ETRI 여직원협의회의 집행부가 자리를 함께 했다. 아랫줄 중앙이 회장인 박선희 박사, 오른쪽이 총무를 맡고 있는 정진영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