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IT포럼>창립1주년 기념 세미나

◆대북 IT전문가들의 모임인 통일IT포럼(회장 박찬모 포항공대 대학원장)이 창립 1주년을 맞이해 27일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 콘퍼런스룸에서 ‘한단계 높은 남북IT교류방안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리상춘 재일본 조선인과학기술협회 콤퓨터전문위원회 위원장이 ‘남북한과 일본을 연계한 3국 IT교류협력방안’에 대해 주제발표한 것을 비롯해 김주진 한국통신 통신망연구소 실장이 ‘대북한 통신망 구축방안’을, 강세호 유니텔 사장이 ‘완충지대(DMZ) 공동개발을 통한 남북경협방안’ 등을 각각 발표했다. 주제발표 내용을 간추렸다. 편집자◆

  ★한국-조선-일본을 연계한 3국 IT교류협력 방안

:리상춘 재일본 조선인과학기술협회 콤퓨터전문위원회 위원장

한국·조선(북한)·일본을 엮는 3국 IT교류는 세 나라 모두에 필요성이 있다.

한국에서는 일반적으로 남북경제협력의 범위를 인도적 지원, 정부에 의한 공적 경제협력, 기업에 의한 비즈니스 등 세 분야로 나눌 수 있다. 3국 IT교류를 전제로 한 경제협력은 기업에 의한 비즈니스 형태로 이뤄져야 하며 3자 공히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윈윈윈형’ 경제협력이어야 한다.

 3국 IT교류가 필요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학술교류·경제협력 양면에서 한국-조선-일본이 유기적인 번영을 영위할 수 있고, 그 결과물로서 작은 정치적 변화에도 동요되지 않는 관계를 구축함으로써 통일에 공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 있다.

 조선에서 정보산업 발전을 위한 3국 IT교류는 필수사항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산업발전을 위한 초기자본으로 한국자본의 활용 및 한국·일본 시장의 확보와 이를 통한 세계시장 진출은 조선 정보산업 발전의 필수조건이다. 더욱이 학술교류를 통해 기술혁신에 지속적으로 대응할 수 있고 그 결과로 조선 정보산업 발전을 기술적으로 담보할 수 있게 된다.

 한국 입장에서도 3국 IT교류는 중요하다. 경제협력사업을 통해 기업은 단기적으로 저가·양질의 고급인력을 확보할 수 있고 중장기적으로는 북한을 IT소비시장으로 만들 수 있다. 게다가 한국 IT산업계 측면에서 보더라도 새로운 생산기지를 확보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국가적 견지에서 보면 비용 절감·분산과 한반도 정세의 안정화에 기여하게 된다.

 재일동포기업 입장에서 보면 한국과 조선과의 상관관계속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창출되고 IT 관련 사업에 종사하는 재일동포들에게는 남북 사람들과의 교류가 가능해진다.

 한편 이같은 3국 IT교류 촉진을 위해서는 우선 상호이해를 돕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중요한 과제다.

 ‘윈윈윈’형 IT경제협력을 위해 상대기업을 충분히 이해하거나 공동협력으로 추진하는 사업계획을 충분히 검토하는 등의 상호이해는 사업성공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조건이다. 특정 행정조직이나 개별기업이 아니라 대학이나 연구기관 등의 지식인, 복수기업의 참여에 따른 협의체를 구성해 상호이해를 위한 시스템 구축을 검토해야 한다고 본다.

 다음으로 조선 IT벤처 육성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조선에는 조선콤퓨터쎈터(KCC)·평양정보쎈터(PIC) 외에 남북IT경제협력을 담당할 수 있는 기업체나 대학들이 있다. 조선 정보산업 발전을 위해 그들을 IT벤처로 육성해 성공사례로 쌓아가고 산업의 저변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조선 IT벤처가 육성된다는 것은 한국 기업 입장에서 보면 경제협력 대상기업이 늘어나는 것이며 경제협력사업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는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3국 IT학술교류도 중요하다. IT산업은 첨단기술에 의한 산업이기 때문에 경제협력과 학술교류를 병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학술교류는 그 특성상 지속성을 갖고 상호왕래가 필수불가결한 조건이 된다.

 마지막으로 한국과 조선에서 3자가 참가해 이뤄지는 공동IT포럼의 실현에 커다란 기대를 걸 수 있다. IT경제협력사업과 IT학술교류에 초점을 맞춰 과제를 검토하고 구체적인 행동지침을 제시하거나 제안하기 위해 3자가 참가하는 공동 IT포럼의 의의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클 것이다.

★북한지역 통신망 현대화 전략:김주진 한국통신 통신망연구소 실장

북한의 통신망 현대화를 위해 통일 이전의 남북간 통신교류 단계를 예시해 보면, 1단계는 교류환경조성(통신망 구축), 2단계 북한지역 정보화 기반 구축(통신망 확장), 3단계는 남북한 정보화 연계체제 구축(통신통합)이다.

 먼저 교류환경 조성을 위한 통신망 구축 단계는 남북한간 경제교류 협력의 질적확대를 통한 공동사업 가능성이 증대되는 단계로, 남한의 북한지역에 대한 직접투자가 활성화되는 시점일 것이다.

 교류·협력기 정부의 통신분야 대북정책은 남북한 두 지점간 전용회선으로 연결하는 접촉점을 확대한다는 전략하에 추진하되, 북한내 특정지역과의 통신회선 연결범위는 전용회선 수준을 넘어선 지역 교환망 접속 수준으로 확대하도록 한다. 이 사업은 민간주도로 추진하되 정부는 정책방향을 제시하고 사업자간의 과다경쟁을 예방하는 정책을 시행하도록 한다. 무역전용회선은 준 공공기업을 통해 추진하되, 민간기업의 경협사안별 부대사업으로서의 교류는 적극 추진하도록 한다.

 다음 2단계로 북한내 정보화 기반 구축을 위한 통신망 확장 단계는 남북한간 공동생산이 본격화되는 등 경제교류 협력이 고도화되는 단계라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남북한간 전용회선에 대한 수요가 증대될 경우 공중통신망 접속을 체계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공중통신망 접속은 우선적으로 기존의 서울-평양간 통신회선을 최대한 활용하는 한편, 전용회선 형태의 전화만 운용되고 있는 것을 팩시밀리·텔렉스 등을 연결해 서비스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이 단계에서는 기존에 가설된 양측의 네트워크를 유지하면서 일정한 숫자의 접속점을 통해 통신을 교환하는 방식이 될 것이다. 따라서 북한지역내의 접속점까지 회선용량의 획기적 증대를 위한 광케이블의 포설, 마이크로웨이브 망 구축 등 다양한 대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본격적인 교류단계의 제1단계 후반부에는 남북한간 통신을 제도화하는 작업을 추진해야 할 것인 바, 남북간 통신망을 연결하고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하기 위해서는 통신협정이 체결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남북한의 체신부 당국자들과 통신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남북한간 통신위원회’(가칭)와 같은 남북한 공동기구의 형성이 필요하다.

 마지막 3단계인 남북한 정보화 연계체제 구축을 위한 통신통합 단계에서는 남한의 대북 통신 현대화 지원이 보다 체계적·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이다.

 통신망 확대에서 장애요인은 북한의 통신회선설비 부족에 있다. 또 남한의 통신망과 접속되는 판문점부터 북한지역의 관문국인 평양까지의 구간이 남북 통신 소통에 있어 병목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판문점-평양 구간의 통신회선 용량을 증대시켜 늘어나는 통신수요에 대처하되, 장기적으로는 북한지역의 관문국을 판문점에 가까운 개성에 설치해 평양을 경유하지 않고도 북한지역의 여타 지역과 연결되도록 통신선로를 구성하는 방안도 동시에 모색돼야 할 것이다.

 또한 통신을 이용한 방송 등 다른 매체의 진출도 지원하도록 한다. 3단계에는 북한주민들의 통신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가입자망의 구축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

 

 ★완충(비무장)지역에서의 남북 IT협력 방안:강세호 유니텔 사장

 

 지난해 6.15 남북 공동선언 이후 정보기술 분야에서 남북 교류협력이 활기를 띠고 있다. 하지만 남북 IT교류협력 과정에서 몇 가지 문제점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예컨대 유선전화·이동전화 등 통신인프라환경에서 남북간에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또 북한은 광통신망 구축이 미비한 실정이고 인터넷 도입과 고급기종의 PC 보급도 저조하다. 게다가 한글과 조선글의 호환도 불가능하고 정보격차와 산업기술 표준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남북간 투자보전 협정이나 이중과세 방지협정이 미비한 것도 남북경협을 제약하는 요소다. 특히 바세나르협약으로 인해 고성능 컴퓨터 등의 북한 반입이 제한되고 있다. 또한 북한의 고급 IT인력을 활용할 IT산업 활성화 여건 조성의 미비를 들 수 있다. 이런 여러 제약에도 불구하고 민간 기반의 성공적인 남북 IT협력을 위해서는 △남북간 완충지역의 활용 △글로벌 IT비즈니스의 남북 공동진출 △통일시를 대비한 IT사업모델의 공동개발이 필요하다.

 우선 남북간 완충지역으로는 비무장지대(DMZ)를 비롯해 제3국이나 남북 철도 개통시 중간 경유지 등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지역은 기업 측면에서도 투자보장 및 시장확보가 가능한 지역이어야 한다. 아울러 남북 완충지역은 IT벤처밸리나 콘텐츠시장과 같은 명실상부한 IT서비스시장의 형태를 띨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남북 완충지역에 가칭 ‘통일한국파크(Single Korea Park)’ 건설이 필요하다.

 남북은 이 지역을 활용해 방송·영화·디지털 콘텐츠의 제작에서 편집, 유통, 방송인 교육에 이르는 문화산업 발전기반을 강화하는 방송 종합지원 사업을 공동으로 펼칠 수 있다. 또 방송·영화·게임의 대형 세트 체험관, 어린이·청소년·여성·노년층에 맞는 계층별 테마파크 사업도 유망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방송·영상·게임·모바일로 사업분야를 특화하고 차별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 특히 통일한국파크는 전세계 시장을 겨냥한 방송영상 콘텐츠의 상품화 및 해외시장 개척을 위한 전진기지가 될 것이다. 아울러 남북 완충지역에 통일 벤처밸리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

 즉, 러시아와 북한·한국을 연결하는 철도 및 육로의 접경지역에 테헤란밸리나 대덕밸리와 같은 통일 IT벤처밸리를 건설함으로써 남북 IT협력 의지를 가진 기업들이 북한을 포함한 다른 시장을 개척하고 협력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체제를 형성하는 것이다. 이 통일벤처밸리는 남한의 사업모델·시장가능성과 북한의 우수기술인력을 결합하고 테헤란밸리 및 대덕밸리와의 협력네트워킹체제 형성도 필요하다.

 이와함께 남북이 전세계를 대상으로 IT비즈니스를 공동으로 펼치는 전략도 중요하다. 남한기업들은 해외시장 진출시 북한의 우수한 소프트웨어 인력들과 동반진출을 모색해야 한다. 아울러 남북간 우수 요소기술의 데이터베이스화 및 솔루션화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아울러 남북 통일시를 대비한 IT사업모델 공동개발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소규모 IT 기업모델과 ‘가족기업’ 모델의 도입을 적극 고려해봄직하다.

 <정리=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