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애니의 주가가 높아지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10월부터 거액의 제작비를 투입한 대작 국산 애니메이션들을 잇따라 선보일 예정이어서 애니메이션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 중에서도 국산 애니메이션 방영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KBS. KBS는 ‘국산 TV 애니메이션 기획안 공모’에서 당선된 기획안들을 중심으로 여러 프로덕션과 함께 다양한 작품들을 제작하고 있다. 다른 방송사들이 완성된 작품을 구입해 방영하는 데 그치는 반면 KBS는 좀더 적극적으로 애니메이션산업의 육성에 관여하고 있다.
KBS 2TV는 오는 11월 22일부터 매주 목요일 오후 6시, 예부터 전해 내려오는 아기장수 설화를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 ‘아장닷컴’을 방송한다. 천상계에 살고 있던 정령들이 우연한 사고로 사이버공간에 빠져들면서 초등학생 주인공들과 함께 여러 가지 모험을 펼쳐나가는 이 작품은 총 13부작으로 KBS와 미지온엔터테인먼트가 12억원을 들여 제작했다. 이밖에 KBS는 지난 1일 추석특집으로 지구의 환경문제를 다룬 장편 애니메이션 ‘그린캅스’를 방송한 것을 비롯해 다수의 토종 애니를 잇따라 선보일 예정이어서 주목받고 있다.
MBC가 4일부터 방영에 들어간 ‘기파이터 태랑’도 관심을 끄는 대작 애니메이션이다. 한국의 그리미프로덕션과 일본 JCF가 합작해 만든 이 작품은 26부작으로 총 52억원의 제작비와 4년의 제작기간이 소요된 화제작이다. 일곱 살짜리 원시소년 태랑이 정령 치치아와 함께 우주의 파멸을 가져올 대마왕을 봉인하기 위해 펼치는 기상천외한 모험 이야기다. 이 작품은 팬터지와 슬랩스틱 코미디가 결합돼 어린이들에게 경쾌한 즐거움을 주며, 태랑이 사용하는 갖가지 태권도 동작으로 국내 어린이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SBS가 오는 9일부터 방송할 ‘탑블레이드’도 관심을 끄는 작품이다. 제작기간 2년에 50여억원을 들여 한일합작으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한국과 일본 어린이들에게 익숙한 팽이를 소재로 하고 있어 더욱 친근감을 준다. 주작·현무·백호 등과 같은 성스러운 정령의 힘을 가진 팽이를 이용해 한국·일본·프랑스·미국·홍콩 등 세계 각지를 돌며 ‘탑블레이드’라는 게임을 펼치는 이야기.
이밖에 연말에는 극장용 애니메이션 ‘별주부 해로’를 TV 시리즈로 각색한 ‘해로와 토레미’도 지상파 채널을 통해 방영될 예정이며, ‘해상왕 장보고’ ‘김치’ ‘스페이스 힙합덕’ 등 5편의 작품이 상영을 기다리고 있다.
이처럼 대작 국산 애니메이션들이 잇따라 선보이는 것은 지난 99년 IT산업이 호황을 맞던 당시 각종 애니메이션 제작업체들이 대규모 펀딩을 지원받아 창작 애니 제작에 뛰어든 결과다. 지상파 방송사들 역시 지난 98년 가을 개편부터 시행된 국산 애니메이션 의무편성제 도입에 따라 국산 애니메이션 방송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제작 열기와 달리 최근 IT경기가 침체를 겪으며 다시 애니메이션 제작 자금이 빠져나가는 등 주변여건이 뒤따라주지 못하고 있어 모처럼의 열기가 사그러들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세종대 영상만화과의 한창완 교수는 “국내 애니메이션의 부흥이라는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제작사·배급사·방송사·정부가 애니메이션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함께 고민해 나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