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 9월 정기토론회 요약

 전자신문사가 주관하는 ‘정보통신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회장 서진구 코인텍 사장)’ 9월 정기 조찬토론회가 지난 25일 오전 서울 강남구 리츠칼튼호텔 금강홀에서 열렸다. ‘세계 경제와 정보기술(IT) 침체:한국 IT산업의 과제’를 주제로 한 이날 행사에서는 오석태 씨티은행 이코노미스트(2001∼2002년 세계 및 한국 경제 전망:IT의 역할), 김재윤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한국 IT 산업의 과제), 이정호 미래에셋리서치 투자팀장(IT 주식시장의 추세 및 전망)이 국내외 IT산업 및 경제, IT 주식시장 전망 등을 발표했다. 이어 열린 자유토론에서 참석자들은 미국 테러사건 이후 세계 경제 및 IT시장 전망을 비롯해 불황 극복을 위한 정보통신기술 기업들의 역할, 정부의 수요진작 정책 등을 놓고 활발한 토론을 벌였다. 주제발표 및 토론내용을 간추렸다. 편집자

 ◇최성(청와대 정무비서실 국장)=오늘 세미나는 세계 및 국내 경제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자리였다. 이번 미국 테러사건으로 인한 미국의 심각한 소비심리 위축과 경제 상황, 이에 따른 세계 경제 상황들은 조만간 전개될 미국의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공세와 맞물려 여러가지 시나리오를 추론케 하고 있다. 미국 테러사건 발생 이전 상황에서의 경제·IT산업 분석과 테러발생 이후의 분석 사이에는 예측할 수 없을 만큼의 큰 변수가 있다고 본다. 또 국내적으로는 내년에 각종 선거에 따른 정치적 안정 여부와 IT산업 전망 등의 변수가 합쳐졌을때 그렇지 않아도 대단히 비관적인 현재 상황에서 앞으로 경제 및 IT산업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궁금하다.

 ◇오석태(씨티은행 이코노미스트)=미국 테러사태로 인해 전쟁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세계각국이 군비증강에 총력을 기울인다면 군수산업이나 IT산업은 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자원이 결국 군수 분야에 편중되면 재정흑자는 사라지는 게 아닌가 하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또한 국내 문제와 관련해서는 IT산업이 부진한 상태인 만큼 내수부양 필요성은 더했으면 더했지 선거가 있으니까 쓰면 안된다는 쪽은 아니다.

 ◇박기순(LGIBM PC 전무)=IT산업에 있어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PC와 통신기기인데, 시장규모면에서는 PC쪽이 훨씬 크다고 본다. PC자체는 물론이고 관련 부품과 반도체 등을 포함할 경우 PC는 국내 IT산업의 수출과 큰 연관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PC산업이 크지 않으면 IT산업이 클 수 없다고 본다.

 하지만 향후 PC산업에 대해서 부정적인 전망들이 있는데다 윈도XP나 펜티엄4가 획기적 역할을 못한다는 것에는 찬성을 한다. 그렇지만 한국 전체의 수출을 위해서도 PC산업은 키워야 되며, 어떤 측면에서는 윈도XP나 펜티엄4도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수출이 안되면 내수라도 키워야 주변기기 및 부품 산업들이 클 수 있다.

 ◇성규영(에어아이 사장)=무선 인터넷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최종적으로 이용자들이 쓸 수 있는 디바이스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아직까지는 무선 인터넷 단말기 부문에서 기술 혁신이 필요하고 그 혁신된 기술을 탑재한 새로운 단말기가 필요한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예전에 PC가 급격하게 빠른 속도로 발전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무선 인터넷에 있어서도 단말기가 같은 형태로 발전할 것으로 본다. 무선 단말기 휴대폰의 재고가 많이 쌓여있기 때문에 소비의 증가율이 둔화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있는데 조금 낙관적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무선 인터넷 분야에서 지난 6월까지 꾸준하게 무선 인터넷 사용 히트수가 증가했으나 6월 이후부터는 감소세로 돌아서서 현재는 6월 이전보다 20% 정도까지 이용률이 떨어진 상황이다. 이런 상황은 단기간에 호전될 것 같지는 않다.

 ◇김재윤(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무선 인터넷은 콘텐츠, 소프트웨어, 망, 디바이스 등 네가지 요소가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충분한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져 있으면 기존의 재고를 떨어내고 새로운 디바이스가 시장에 보급될 수 있는데 문제는 디바이스 하나만 가지고 해결이 안된다는 것이다. 콘텐츠나 망, 프로토콜 등 제반 요소들이 맞물려서 돌아가야 성공의 관건이 된다. 국내의 경우 아직도 단말기 가격 측면에서는 일반 사람들이 쓰기에 비싸다. 무선 데이터 통신의 경우 지금 상당히 어렵다고 하는데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일종의 조정기라고 생각한다.

 ◇하원규(한국전자통신연구원 기술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IT분야 전망에 대해 낙관론과 비관론이 엇갈리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IT산업이 위기가 아니라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한다. 테러사태나 전쟁발발의 가능성으로 인해서 국내 IT산업에 위기가 온다고 하는데 오히려 테러와 전쟁이 일어나고 시스템이 불안정할수록 IT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이 위력을 발휘한다고 본다. 즉 앞으로 IT혁명의 신시대가 펼쳐질 것이다. 지금까지 IT혁명은 저속의 협대역 시대였는데 현재 IT는 한계상황에 도달했다. IT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바뀌는 시대라서 지금부터 거대한 대폭발의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또한 각국의 IT 경영전략과 전자정부, 전자금융, 전자교통 등으로 인해 2003∼2005년에 IT의 위력이 발휘되는 시대가 온다. 지금까지가 IT 투자의 시대였다면 2003∼2005년은 시장이 만발하는 시대일 것이다. IT의 위기가 아니라 거대한 기회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 정부나 기업들은 이런 IT혁명의 본격적 신시대에 도전할 때라고 생각한다.

 ◇박영일(시스윌 회장)=IT산업의 침체원인은 과다한 재고적재와 이에 따른 과

감한 기술개발 투자의 부족에 있다. 미국이 전쟁에 승리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전비가 소요됨은 물론이고 초고속·초정밀의 최첨단 기술이 동원돼야 할 것이므로 IT산업의 과다적체 해소와 과감한 기술투자문제가 일거에 해결될 것이다. 2005년에나 상용화될 것으로 보이는 광대역 영상 서비스기술, 또 2005년 후에나 개발될 1000배 정도 속도가 향상된 초고속 컴퓨터도 이번 전쟁수행 때문에 크게 앞당겨지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다. 이렇게 되면 거의 완성단계에 있는 우리나라의 유·무선 초고속망(3세대 이동통신, 각종 디지털 방송 등)의 원활한 활용문제가 일거에 해결돼 IT산업이 다시 꽃피고 국민경제도 침체에서 벗어나 활황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예견된다.

 ◇김재윤=지금까지가 협대역 시대였고 광대역 시대로 가는 과정에 있다는 의견에 수긍한다. 그런데 문제는 기업들이 소비자의 주머니에서 얼마만큼 돈을 더 가져갈 수 있느냐이다. 광대역 시대로 가는 데 있어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서비스를 도입하는 게 필요한 시기라고 본다.

 ◇한상기(벤처포트 사장)=최근 상황의 원인은 환경이라든가 수요와 공급의 거시적 시각 외에 우리 내부에 있는 것 같다. 즉 기본적으로 혁신(innovation)의 결여라고 본다. 마이크로소프트나 인텔의 시장 독점·과점이 실제로 시작되다 보니 지난 90년대 봐왔던 많은 혁신적인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들의 탄생이 보이지 않고 있다. 또 97, 98년 한국에서 인터넷 붐이 일면서 비즈니스에 굉장히 쉽게 접근하는 마인드가 생기면서 혁신적인 비즈니스 아이디어들이 없다. 뭔가 혁신을 해서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보다 단순한 아이디어 차원에서 접근하거나 어차피 해봐야 해외 유수업체에 대항할 수 없다는 패배의식이 엿보인다. 결국 IT분야 종사자들이 혁신에 대한 의지를 다시 가져야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IT불황 극복을 위해 내부적 혁신이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다.

 ◇서진구(코인텍 사장)=국내 IT산업이 PC 수요 감소 등으로 인해 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PC뿐만 아니라 주변기기와 관련 소프트웨어 산업들도 위축됐다. 이런 시점에서는 정부의 재정확대가 긴요하다. 예를 들어 전자정부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든지 일반 기업들의 정보화를 앞당겨 시행하는 정책들이 현재 진행중이지만 이를 대폭 늘릴 필요가 있다. 이것은 내수를 진작함으로써 IT기업을 도와준다는 측면도 있다. 몇년 전 초고속망을 구축할 때는 반대 의견도 많았지만 지금은 초고속망을 기반으로 ‘인터넷 왕국’이라는 별호를 얻을 정도로 벤처비즈니스가 활성화됐다. 또 여러 부가적인 산업들도 일어났다. 따라서 지금처럼 기업들이 어려울 때 전자정부나 기업정보화를 더욱 활발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 정부에서 내수 촉진책이라는 측면보다도 IT기업들에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고 새로운 산업의 부흥을 일으키는 기회 차원에서 강력하게 드라이브할 필요가 있다.

 ◇최해원(네오빌 사장)=전세계 경제의 불황에 미국의 테러사건까지 겹쳐서 온라인 비즈니스에서 일하는 벤처기업들은 상당히 힘겨운 상황에 놓여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우선 자금의 공급이 거의 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고사 직전에 놓인 기업들이 많다. 일반 창투회사들은 자체 상황이 어려워서 투자하기를 꺼리고 있다. 이런 때에 정부 차원에서라도 전망이 있는 벤처기업에는 투자를 해 줘야만 유망 벤처기업이 살아날 수 있다. 또한 이럴 때일수록 벤처기업들은 합병이나 제휴 등을 통해 비용구조를 개선하고 영업망을 강화함으로써 사업을 더욱 튼튼하게 가져갈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용성(한미열린기술투자 전무)=한국 IT사업은 2000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수급구조의 불균형이 심화되면서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특히 2000년 재고증가율의 55%가 IT산업에서 발생할 만큼 여러 징후를 느낄 수 있었으나 정부에서는 고용정책 및 벤처기업 확대정책으로 부처간 의견통일이 안되면서 구조조정의 시기를 놓친 면이 없지 않다. 특히 올해들어서는 역으로 정부 지원 펀드를 축소하는 등 조정자의 역할을 해야 하는 시점에서 그 시기를 놓치는 것 같다.

 ◇김홍선(시큐어소프트 사장)=테러사태와 불황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인 측면에서 IT에 대한 관심과 투자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왜냐하면 IT는 각 기업의 글로벌화와 생산성 향상이라는 절대적인 목적으로 투입되는 인프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각 기업들은 투자에 있어서 보다 세심해질 것이다. 지금까지는 남들이 하는대로 일단 PC를 구매하고 IT를 구축하는 추세였다면 이제는 IT 투자가 기업에 공헌하는 정도를 냉정하게 정량적으로 평가할 것이며, 이를 바탕으로 투자 분야를 선택적으로 선정해야 할 것이다. 특히 물리적 조직을 인터넷을 이용한 가상조직화함으로써 리스크를 분산하는 경향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유광원(이지아이티 사장)=IT산업 전망이 단기적으로 어둡다고 하면 지금 기업에서 할 일은 두 가지다. 하나는 자금의 유동성 확보를 위한 경영합리화이고, 또 하나는 핵심부문에 대한 경쟁력 확보다. 우수한 인력의 유출을 막고, 핵심 기술에 대한 투자를 통해 미래에 대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설준희(설준희브릿지솔루션그룹 사장)=IT산업에 속해 있는 기업은 무언가 새로운 것, 신기한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감에 너무 사로잡혀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현존하는 제품과 서비스조차 사실 수요자 입장에서는 충분히 새로울 수 있다. 즉 아직도 상당수의 기술이나 제품은 보편적으로 수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IT산업은 다른 산업과 달리 수요자가 잘 모르고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연구개발과 마케팅을 인터페이스하는 이른바 ‘R·D&C(R&D and Commercialization)’를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IT기업이 환경변화에 덜 민감해지기 위해서는 수요자에 대한 이해력을 증진해 가수요가 아닌 실수요 중심의 탄탄한 시장구조가 형성돼야 한다.

 ◇노상범(홍익인터넷 사장)=국내 IT 마켓은 실질적으로 그동안 PC 등의 하드웨어가 이끌어 온 것이 사실이다. 정부에서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서비스를 육성해야 한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경제에 별로 이바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한국처럼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실력을 갖고 있는 나라도 많지 않다. 소프트웨어와 서비스가 국내산업의 수출역군으로 떠오르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한다.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