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 주제발표-`2001∼2002년 경제전망:IT산업을 중심

◆오석태-씨티은행 이코노미스트

 

 세계 경제의 동시 불황은 IT산업의 급격한 침체에서 비롯된 것이다.

 지난 90년대 내내 두자릿수 성장률을 유지한 IT산업의 놀라운 성장세는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경제 성장 및 생산성 향상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으나 90년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시작된 IT산업의 과열은 결국 2000년 후반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세계 경제의 불황으로 이어졌다. 70∼80%에 달하던 성장률이 단 1년만에 마이너스 두자리로 떨어지는 사상 유례없는 IT산업의 추락은 결국 세계 GDP 성장률을 추락하게 만들었다.

 이제 세계 경제 및 금융 시장의 관심사는 미국 경제의 마지막 버팀목이던 민간 소비의 향후 추이다. 이미 미국 테러사태 직전에도 실업률 급증과 소비심리 하락 등의 비관적인 징후가 관찰됐으며, 테러사태 이후에는 이제 소비의 둔화로 인한 미국 경제의 본격적 불황국면 돌입이 기정 사실화되고 있다. 씨티그룹을 비롯한 거의 모든 금융기관이 이제 미국 경제의 하반기 성장률을 마이너스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미국 경제 회복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 자체는 유지하고 있다. 다만 그 반등시점이 올 4분기에서 내년 2분기나 3분기로 미뤄졌을 뿐이다. 테러사태 이후 두드러진 세계 각국의 정책적인 노력, 즉 통화 및 재정 확대 정책은 오히려 더 강한 경기반등이 일어날 가능성마저 시사한다.

 미국 테러사태가 IT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 IT산업의 회복 지연 전망이 산업 자체의 구조적 문제점에 기인한 것이었다면, 미국 테러사태가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눈에 띄게 악화시키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테러사태 이전에도 우리는 IT산업의 본격 회복이 내년에나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과거의 시나리오가 IT산업 회복이 전체 경제의 회복에 후행하는 그림이었다면, 현재의 시나리오는 전체 경제의 회복과 IT산업 회복이 동시에 일어나는 그림이라고 할 수 있다.

 IT산업의 회복 없이 세계 경제가 과거의 성장세를 되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IT산업이 비록 90년대 후반보다는 둔화된다 할지라도 타산업보다 빠른 성장률 자체는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본다. 기술진보가 빠른 IT산업의 특성상 제품단가는 계속 하락할 것이고, 이는 결국 수요의 증대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앞으로의 문제는 IT산업의 생산성 향상을 어떻게 타부문으로 전파시키는가 하는 것이다.

 한국 역시 IT산업의 빠른 성장 및 급격한 위축에서 예외가 아니었다. IT산업이 전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단 5년 사이에 5%에서 15%로 확대됐다. 지난해에는 경제 성장률 중 IT산업의 기여가 50%를 넘은 반면, 올해에는 마이너스 두자리 성장으로 인해 오히려 전체 경제 성장률을 깎아먹고 있다. 사실 올해는 전통 제조업과 서비스업, 건설업의 상대적 호조가 IT산업의 극심한 불황을 중화시키는 ‘경기 양극화’가 두드러지고 있다.

 한국 경제에 대해서도 낙관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 경제의 회복을 예상하는 두가지 이유는 첫째, 적극적인 통화 및 재정 확대 정책으로 내수와 전통 산업의 상대적인 호조가 계속될 것이며 둘째, IT산업이 마이너스 성장을 멈추고 단 1%라도 플러스 성장을 이룬다면 전체 경제 성장률은 눈에 띄게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IT산업의 ‘바닥 확인(마이너스 성장의 멈춤)’이 적어도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는 이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