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윤 <삼성경제연구소 기술산업실 수석연구원>
IT분야 모든 영역에서 기업의 수익이 급감하고 있다. HP나 인텔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마이너스 상태다. 정보통신 어느 특정영역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고 컴퓨터·통신기기·무선기기·반도체 등 전 영역에 걸쳐서 수익이 급감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IT기업들의 주가도 급락하고 있다. 가장 크게 주가가 하락했던 분야는 통신기기, 특히 유선통신기기 분야의 업체들이다.
대규모 감원열풍도 뜨겁다. 올해 들어서만 미국에서 100만명 정도의 감원을 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감원의 상당부분이 IT분야, 특히 통신산업쪽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일본도 마찬가지다. 종신고용을 기업의 철학으로까지 여기던 마쓰시타를 비롯해 대부분의 일본기업들이 감원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시아 국가들의 수출도 급감하고 있다. 대만이나 싱가포르의 경우 심각할 정도다.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는게 아니라 향후에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7월에 20% 정도 수출이 감소했으며 8월에도 감소세를 보였다. 반도체의 경우 6월 기준으로 13년만에 무역수지가 적자로 반전됐다.
PC의 경우 PC 그 자체보다는 관련 주변기기들이 우리나라 IT산업의 주력부문에 몰려 있기 때문에 PC 경기 자체가 상당히 중요한 요소가 된다. 전세계 PC 출하대수는 2분기부터 15년만에 마이너스 2% 정도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휴대폰의 경우 지난해까지만 해도 40∼50%의 성장을 하다가 최근에 마이너스 16% 정도로 떨어졌다.
향후 IT산업이 어떤 방향으로 개선 또는 회복이 될 것인가를 판단하는 관건 중 하나인 미국 경제를 보면, 현재 낙관론과 비관론이 교차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L자형 회복, 내년에 1.5∼2% 정도 성장을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나 2002년에도 회복이 안될거라는 얘기도 적지 않다.
두번째 요소로 기업이나 정부의 IT투자가 일어날지 여부인데, 긍정론 관점에서는 Y2K 장비의 교체시기가 내년이라는 주장이다. 98∼99년에 기업들이 상당히 Y2K에 대비해 IT투자를 많이 했는데, 교체주기를 3년으로 본다면 내년정도가 장비 대체시기라는 것이다. 그러나 부정적인 견해가 최근 확산되는 분위기다. 모건스탠리는 아직도 2000억∼4000억달러의 IT자산이 기업들에 과도하게 투자돼 있다고 보고 있다. 기간망의 경우 워낙이 사용이 안되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 투자가 더 일어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견해다.
세번째 관건으로는 IT투자가 일어나더라도 하드웨어 보다는 소프트웨어나 서비스에서 발생한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서비스나 소프트웨어 분야 기업들한테는 도움이 되겠지만, IT투자가 있더라도 하드웨어 중심의 업체들에게는 그다지 큰 효과가 없을 것이다.
무선분야에서도 최근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굳이 3G로 갈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들이 퍼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일조를 했던게 NTT도코모의 FOAM 서비스 연기다.
네번째로는 윈도XP 향방이다. 긍정론입장에서는 윈도XP가 윈도95 이후에 가장 혁신적인 제품으로 PC 경기를 이끄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논쟁의 요지는 윈도XP를 굳이 써야되는냐 라는 의문이 상당히 많다는 것이다. 윈도95당시에는 인터넷이라는 킬러 애플리케이션이 있었지만 윈도XP에서는 이같은 요소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따라서 윈도XP가 시장의 자극제는 되겠지만 시장을 구원할 수 있는 구세주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상당히 지배적이다.
이같은 관건들을 놓고 볼 때 향후 IT경기는 내년까지는 어렵다는게 일반적인 견해다. 세계 경제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변수가 있겠지만 어쨌든 조정이 계속될 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분야별 회복시기를 보면 유선통신기기는 2003년 이후, 무선통신기기와 휴대폰은 내년부터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보기기는 오히려 휴대폰보다 더 상당히 구조적인 문제에 봉착할 가능성이 크다. PC의 경우 향후 과거와 같은 수준으로 회복되는 데는 상당기간이 소요될 것이다.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