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고혈빠는 보증브로커 `활개`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대출알선·투자유치 등을 미끼로 벤처기업들의 고혈을 빨아먹는 보증브로커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보증브로커들은 회사 소개서, 사업 계획서, 채권기관선정 및 주식가치 산정 등의 기본 컨설팅만 실시하고 투자유치 활동 명목으로 보증금액의 8%에서 심지어 15%까지 요구하는 것은 물론 고액의 착수금만 챙겨 잠적해 버리는 사례도 빈번하다.

 기술신용보증기금(이사장 이근경)은 27일 서울지역에서 보증브로커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다양한 피해사례가 적발됐다며 위법한 사안들에 대해서는 관련 기관에 고발, 법적인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자금유치, 대출 및 보증알선에 브로커 개입 여부가 드러날 경우 컨설팅사는 물론 벤처기업까지 불이익을 받게 돼 주의가 요망된다. 대표적인 유형별 피해사례를 소개한다.

 ◇컨설팅사 개입해 과다한 수수료 요구=T컨설팅사는 지난 3월 자금유치와 관련 협상자료 제공, 사업계획서 검토 및 대안제시 등에 대한 단순 컨설팅 업무를 실시하고 착수금 1000만원을 포함해 CB발행금액 20억원의 4%인 8000만원을 챙겼다.

 또 I컨설팅사는 D사의 벤처투자보증용 회사 소개서, 사업 계획서 등 서류 작성과 채권기관선정 및 주식가치산정 등의 컨설팅을 실시하고 투자유치 활동을 했다는 명목으로 보증금액 17억원의 4%인 6800만원을 성공보수로 받았다.

 이들 컨설팅사가 실시한 업무는 대부분 기술신보의 기업컨설팅센터에서 무료로 실시하고 있는 지원업무 수준에 그치는 것들이다.

 ◇알선 등을 빙자한 보증브로커 개입=김모씨는 평소 보증업무에 상당한 지식과 네트워크를 가진 것처럼 속여 L사에 접근, 정책자금 7000만원을 차입하려고 했던 이 회사로부터 착수금과 보증금액의 8%를 지급받기로 했으나 이 회사가 기술신보로부터 보증거절을 받자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

 오모씨는 26억원 규모의 프라이머리CBO를 발행하려고 하는 T사로부터 월 1000만원의 활동비와 CBO 발행금액의 5% 및 주식 5만주를 요구하며 접근했다. 그러나 T사가 오씨의 활동능력과 경비, 수수료에 의문을 제기하자 계약이 중도 파기됐다. 활동비만 날린 경우다.

 ◇광고를 통한 보증알선 유혹=지난달 신문지상에 ‘신용보증서 컨설팅’이라는 광고를 싣고 전화번호만 기재해 보증업무를 알선해 주는 것처럼 하고 벤처기업들을 유인, 보증금액의 15%에 해당하는 수수료를 요구했다. 또 컨설팅사나 캐피털 관계자로부터 소개받은 업체의 브로커로 활동, 8∼10%의 높은 수수료를 챙기는 사례도 적발됐다.

 이와관련, 기술신보 감사실 관계자는 “보증브로커들의 활동은 워낙 은밀해 정보 및 조사에 한계가 많았다”며 “더 심각한 피해사례와 전체적인 피해건수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기술신보는 이번 조사를 바탕으로 중기청과 함께 표준 수수료율 책정 등의 제도를 마련하는 것은 물론 벤처기업들의 추가적인 피해를 막기 위해 브로커 개입이 확인된 사안에 대해서는 보증회수 등 강력한 불이익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