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 저그’
홍진호(Get 매니지먼트)의 닉네임이다. 물량 공세보다는 소수의 유닛만을 사용해 엄청난 파괴력을 발휘하는 홍진호 특유의 게릴라적인 전략을 보고 다른 플레이어들이 붙여준 별칭이다.
홍진호는 경기 초반 승부를 건다. 일명 ‘헝그리 플레이’를 한다. 상대방이 초반 자원을 모으는 데 여념이 없을 때 선제공격에 필요한 요건을 갖춘 후 바로 대시한다. 홍진호의 이런 헝그리 플레이는 지난달 있었던 ‘코카콜라배 온게임넷 스타리그’에서 진가를 보였다. 내로라 하는 강호들이 홍 선수의 선제공격에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GG를 선언하고 말았다. 비록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지만 그가 결승전까지 진출할 것이라고 믿은 게이머들은 많지 않았다.
홍진호는 지난해 9월 배틀넷에서 우연히 픽업돼 올 2월부터 프로세계에 뛰어든 신출내기다. 하지만 홍 선수의 명성은 프로계에서 자자할 정도다. 물론 헝그리 플레이라는 그만의 특유한 전략의 영향이 있겠지만 노력파라는 것도 한 몫을 했다. 홍진호는 하루평균 훈련시간이 15시간에 이를 정도로 전투적으로 트레이닝을 한다. 홍진호의 헝그리 플레이도 이런 노력에서 터득한 수확이다.
노력파 홍진우는 최근 새로운 전략 수립에 나섰다. 그동안 써온 초반 선제공격 전략이 너무 많이 노출됐기 때문이다. 홍진호가 최근 스타리그 결승전에서 패한 것도 전략이 너무 알려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5판3선승제의 장기전에서는 후반으로 갈수록 그의 선제공격은 상대방에게 눈치채기 십상이다.
홍선수는 새로운 전략을 찾기 위해 상대선수의 종족으로 플레이를 한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100전100승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다른 종족으로 연습하면 상대선수의 강점과 단점을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제 주종족인 저그의 장단점도 알 수 있고요.”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한 홍진호는 현재 두가지 목표를 갖고 있다. 하나는 최고의 선수들이 모두 참여하는 국제적인 게임대회에서 우승하는 것. 또 다른 하나는 게임관련 학과에 입학하는 것이다. 그동안 게임을 하면서 얻은 새로운 게임 아이템을 직접 제작해 보고 싶은 욕심에서다. “게임을 많이 하다보니 새로운 시나리오에 대한 아이디어가 종종 떠오릅니다. 그럴 때마다 메모를 하면서 나중에 프로그래밍 기술을 익히면 이런 게임을 개발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홍진호는 프로게이머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게임 자체를 즐기는 것’이라고 말한다. 승패보다는 상대와의 멋진 경기, 거기서 얻는 희열을 사랑하는 멋진 게이머. 헝그리 플레이로 이름을 알린 그가 앞으로 어떤 전술로 다른 플레이어들을 놀라게 할지 기대된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