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테러사태 이후 주요 생산기지이자 유망 수출시장으로 주목받던 중국과 중남미 시장의 명암이 크게 엇갈리면서 국내 가전업체들의 글로벌 전략에도 큰 변화가 일고 있다.
미국 테러 대참사로 미국 경제에 전적으로 의존해온 멕시코 등 중남미 국가들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이 기정사실화된 중국은 적극적인 해외 시장 진출로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그 위상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중국과 중남미 국가에 각각 해외 생산기지를 두고 있는 삼성전자·LG전자·대우전자 등 국내 가전 3사는 단계적으로 중남미 투자를 줄이는 대신 중국 투자를 더욱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중국 베이징에서 30여명의 최고경영진이 모여 전략회의를 갖고 중국을 수출 전진기지이자 제 2의 내수 시장으로 육성하기 위해 백색가전·디지털가전·정보통신 전 사업부문에 걸쳐 투자와 생산규모를 확대해 나갈 계획임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LG전자는 지난해 총 1억달러를 투자, 종합가전제품 공장을 설립키로 하고 멕시코에 대해서는 올들어 미국과 중남미 경제가 크게 위축되면서 지금까지 추가 투자 계획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대우전자도 중국을 핵심 수출전진기지로 육성한다는 전략아래 현재 40만대 수준인 중국 에어컨 공장의 생산규모를 오는 2003년까지 120만대 규모로 확대하고 주요 도시에 직영점을 개설하는 등 중국내 가전 부문에 대한 투자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반면 해외법인 1호인 멕시코 종합가전공장의 경우 IT수요가 감소함에 따라 모니터 생산라인을 폐쇄하고 TV와 VCR 생산에 주력키로 했다.
삼성전자도 한때 신흥시장으로 주목받던 중남미 시장에 대해 별다른 사업계획을 발표하지 않는 데 반해 주요 생산기지이면서 수출시장인 중국시장에 대해선 마케팅 역량을 강화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강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미국 테러사태로 신흥시장으로 주목받던 중국·중남미·중동 등 3중 시장 가운데 중남미와 중동 시장은 전망이 매우 불투명한 반면, 중국은 WTO가입과 올림픽 유치로 성장가능성이 더욱 커졌다”며 “앞으로 가전업체들의 대 중국 투자, 마케팅활동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미국·일본 등의 주요 기업들도 경기불황과 치안불안을 이유로 대 중남미 투자를 줄여나가는 대신 올림픽 유치를 계기로 내수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으로의 투자를 더욱 확대해 가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는 2005년 이후엔 중국에서 생산한 가전제품이 중남미산 제품을 제치고 미국 등 주요 수출시장을 석권할 것으로 업계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김종윤기자 jy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