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물책임법 이렇게 대비하자>(11)품질과 제조물 책임

 제조물 책임을 얘기할 때 보통 품질에 관해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도 하지만 전혀 언급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즉 품질경영과 품질관리의 실패를 제조물 책임의 가장 큰 이유로 진단하지만 아직까지 품질과 제조물 책임의 관계를 명확하게 설명할 단어를 찾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품질이란 단어만 해도 평소에는 쉽게 사용하지만 그 뜻을 설명하기에는 여간 고민스럽지 않다. 또 품질을 설명할 때 학자들마다 그 기본적인 착안점에 따라 다양하게 정의하고 있다.

 한국공업규격(KS A3001)에서는 ‘사용목적을 만족시키고 있는지의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평가의 대상이 되는 고유의 성질·성능의 전체’라고 돼 있고 학자 주란은 ‘사용의 적합성(fitness for use)’으로 정의했는가 하면 다구찌는 ‘제품이 출하된 시점부터 성능 특성치의 변동과 부작용 등으로 인해 사회에 끼친 손실’로 정의했다.

 이처럼 품질을 정의하는데 여러 견해가 있는 것은 그 동사적 ‘행위’로서 ‘목적’을 바라보는 시각차 때문이다.

 표준규격에서 품질이 제품 자체의 성질과 성능이라고 한다면 학자들의 견해는 ‘사용자의 측면에서 갖추어야 할 기대치’라고 해석하는 것이다.

 그러면 제조물 책임에서는 품질을 어떻게 정의하는가.

 제조물 책임의 정의는 ‘제조물의 결함에 의하여 소비자 혹은 제3자에게 신체상의 손해나 재산상의 손해가 발생한 경우…’며 여기서 결함은 ‘제품의 안전성 내지 손해발생의 잠재성과 위험성을 판단요소로 하는 안전성이 결여된 상태’를 말한다.

 그런데 이 말에 품질이라는 단어를 섞어 사용하다 보면 복잡하고 애매하기 짝이 없다. 그래서 제조물 책임을 얘기할 때는 품질이란 용어를 쉽게 사용하지 못한다.

 앞서 밝힌 주란 박사는 한 강연 중에 품질이 뭐냐고 청중에게 되묻다가 이렇게 얘기했다. “사용의 적합성…”이라고.

 완성품으로서 상품 사용의 적합성은 그 구성 부품 하나마다 가져야 하는 품질은 물론 그것들이 유기적으로 결합해 이루는 상품으로서의 품질도 간과할 수 없다.

 개개의 전문적인 부품으로서 품질에 있어 결함이 없다 해도 부품 서로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설계 단계에서 엄격히 검토돼야 함은 더 말할 나위 없다.

 부품을 제조하는 기업에서 보는 부품의 품질과 제조된 부품으로 커다란 완성품을 만들어내는 기업이 완성품의 품질을 보는 시각은 다를 수 있다.

 그래서 일본의 경우 원재료와 부품공급자도 해당 부품이나 원재료가 제품의 결함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알고 있었다면 제조물 책임의 주체로서 배상책임이 있음을 표현했다.

 따라서 제조물책임법 시대에 제조업자는 나무 하나하나에 기울이는 열성도 중요하지만 그것들이 이뤄내는 숲이 갖는 여러 효과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나만의 품질이 아닌 ‘우리의 품질’을 생각할 때다. 그래서 현장 직원들은 물론 경영자에게 우리의 품질을 얘기하는 것이다.

 

<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