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런티어 인 프런티어>(6)작물유전체기능연구사업단 신정섭교수

 ‘토종 벼·보리 등 분자육종연구로 식량자주권을 확보하겠다.’

 최근 강대국이 막강한 기술력과 자본력을 내세워 세계 식량 시장을 독점하려는 징후가 뚜렷해지고 있다. 자신들의 우수품종으로 식량자원에 대한 기반기술을 독점하려는 것이다.

 지금도 지구상 8억 이상의 인구들이 절대 기아에 시달리고 있는 시점에 토종 식량자원 관련 기술 확보는 국가의 미래와 직결된 시급한 과제다.

 우리나라에서도 우리의 주식인 벼와 보리에 대한 분자육종연구가 활발하다. 그 대표주자는 작물유전체기능연구사업단에서 병충해에 강한 품종을 개발하고 있는 신정섭 교수(고려대학교 생명공학원)다.

 신 교수는 현재 농촌진흥청 작물시험장과 공동으로 야생 벼의 강한 저항성을 이용해 도열병·멸구·상처 등에 강한 품종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야생 벼에서 병충해에 강한 3000여개의 클론을 확보, DNA칩을 제작했다. 신 교수는 확보된 DNA칩과 cDNA염기서열 대량 분석을 통해 야생 벼의 특이하고 내병충성이 강한 유전자를 대량 추적해 실용화할 계획이다.

 이런 유용유전자의 대량 확보 노력은 식량자주권 확보에 꼭 필요한 것이다. 오는 2025년엔 세계 식량이 현재보다 50% 이상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강대국과 다국적기업들은 자신들만의 유전자원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통해 미국은 이미 43만점, 중국이나 일본도 각각 36만점, 21만점의 유전자원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도 97년 말까지 14만점을 확보해 양적으로는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이로부터 활용도가 높은 인자를 발굴, 육종 재료화하는 연구는 미미한 실정이다.

 유전자원은 농업 분야에서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으로 유용유전자의 기술료는 대략 50만달러에서 1백만달러에 달한다. 세계 생명공학 시장의 규모도 현재 540억달러에서 매년 15% 이상 성장을 거듭해 2013년께는 반도체 시장을 능가, 2100억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지난해 우리나라의 생물산업 시장 규모는 3조2000억원으로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 정도에 불과하다.

 신 교수의 연구가 종료되는 시점엔 10여개 유전자를 특허화하고 벼뿐 아니라 기타 주요 작물에 대해서도 높은 생산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환경재해에 의한 손실도 줄일 수 있고, 생산량 증가로 농가소득 증대는 물론 친환경적 영농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신 교수는 고려대학교 농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마치고 도미, 지난 88년 미국 몬태나대학에서 보리 유전자 지도 작성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신 교수는 귀국 후 강원대 교수를 거쳐 현재 고려대 생명공학원 및 생명과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며 야생 벼·보리·이끼 연구 분야에서 국내 대표적 연구자로 알려져 있다.

 지난 9월에는 식물 관련 유전체 연구를 뛰어넘기 위해 실험실 벤처인 진앤셀(Gene and Cell)을 설립,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동료 교수 4명과 힘을 합쳐 설립한 이 회사는 설립 초기임에도 불구하고 코메드·암 연구와 관련된 인간화 항체 생산 및 판매에 관한 협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신 교수는 진앤셀을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생명공학회사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작물유전체기능연구사업단 어떤 일 하나

 작물유전체기능연구사업단(단장 최양도)은 올해 5월 과학기술부가 추진하는 21세기 프런티어연구개발사업단으로 선정됐다. 이 사업단은 안정적 식량공급 기반 마련과 농업생명공학산업의 국제경쟁력 확보를 위해 작물형질전환용 유용유전자를 500종 이상 발굴하고 이를 활용해 신기능·신품종 작물을 10종 이상 개발함으로써 21세기 생명공학 핵심기술사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할 예정이다.

 2011년까지 총예산 1120억원 (정부지원금 1000억원, 기업부담금 120억원)을 들여 작물 분자육종기술 분야에서 선진권 조기 진입을 목표로 관련 기술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이런 목표달성을 위해 유전체 기능연구, 형질전환 기술개발 및 품종육성 실용화 기술 등 3개 전문분야로 나눠 향후 10년간 3단계 계획을 수립, 추진 중이다. 제1단계(2001년 7월∼2004년 6월)에서는 유용유전자 대량 탐색·발굴을 포함한 핵심기반기술을 확립하고, 제2단계(2003년 7월∼2006년 6월)에서는 형질전환체를 육성하는 등의 핵심기술 응용, 마지막 제3단계(2006년 7월∼2011년 6월)에서는 신기능·신품종 작물의 안전성 검정·품종화를 통한 제품 창출 및 상품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업이 완료되는 2011년 이후에는 분자육종기술의 실용화를 통해 연 4000억원 규모의 수출입 대체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고유 유용유전자 특허를 대량으로 확보해 획기적으로 생명공학기술의 국제경쟁력을 향상시키고 환경친화형 신기능 작물의 개발·보급으로 복지사회 구현에 기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