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지속적인 경기침체 속에서도 금융권의 IT투자 열기가 식지 않는 것은 ‘IT경쟁력이 곧 금융경쟁력’이라는 인식이 자리잡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모든 금융서비스가 인터넷 환경을 기반으로 이뤄지면서 IT인프라와 선진 금융시스템을 마련하지 못하면 시장경쟁에서 뒤처지는 상황이 도래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올들어 은행권에서는 2000억원이 넘는 IT예산을 마련한 곳도 등장했고 증권사와 보험·카드사들도 수백억원대의 예산을 IT부문에 투입하고 있다.
금융권의 IT사업은 차세대 시스템 개발에 초점이 맞춰져 진행되고 있다. 신시스템으로 불리기도 하는 차세대 시스템은 금융사마다 구현방안은 다르지만 주된 내용은 크게 두가지로 볼 수 있다.
◇시스템 환경의 전면교체=그간 금융권의 시스템 환경은 안정성과 대용량 처리능력이 중요시되는 금융업무의 특성 때문에 거의 메인프레임이 장악해왔다. 은행은 물론이고 증권사, 보험사들도 대부분 메인프레임에 기반한 호스트 시스템을 운영해 왔다.
하지만 최근들어 메인프레임에 맞먹는 고성능 유닉스서버가 속속 등장하면서 유닉스 기반 개방형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산업은행이 지난 3월 ‘신정보시스템’을 구축하면서 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로 시스템 환경을 전면 개편한 데 이어 4일 차세대 시스템을 가동하는 알리안츠제일생명도 유닉스 기반으로 전환한다.
이밖에 2003년 완료를 목표로 차세대 시스템 ‘NK(New Korealife)21’을 구축하고 있는 대한생명도 유닉스 환경으로 재편할 계획이며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있는 외환은행과 흥국생명은 전환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정보계 시스템 강화=금융권의 시스템은 고객의 금융거래를 지원하는 계정계 업무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따라서 각 금융사가 보유한 시스템의 성능은 얼마나 많은 용량의 트랜잭션을 얼마나 빠르게 처리하는가에 따라 결정됐다.
그러나 e비즈니스의 도입으로 인해 고객정보를 관리하고 분석, 금융사업에 활용하는 것이 금융영업의 한 축을 차지하게 되면서 정보계 시스템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게다가 최근 금융영업의 포커스가 상품 중심에서 고객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이처럼 고객의 금융거래 행태 및 기여도를 분석하는 작업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데이터웨어하우스(DW)구축을 통한 고객관계관리(CRM)시스템도 금융권 차세대 시스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됐다.
이미 많은 금융사들이 CRM을 도입했거나 계획하고 있으며 eCRM으로 한단계 업그레이드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외환은행은 계정계 부문의 차세대 시스템 구축과는 별도로 CRM 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현대증권은 내년 2월 완료를 목표로 CRM 구축작업을 벌이고 있다.
대부분의 금융권 관계자들은 금융권의 시스템 개발노력이 앞으로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한다. 모든 금융사업이 IT인프라 없이는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4일 차세대 시스템을 가동하는 국민은행의 정진백 정보시스템부 수석부장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금융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변화를 신속히 수용할 수 있는 금융정보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이라며 “금융권의 IT투자 열기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며 앞으로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